메뉴 건너뛰기

  • 창간호 05월
  • 1995.05.01
  • 790
‘의료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심사’를 청구한 김규태씨를 만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지난 3월초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95 사회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를 개최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당당한 일국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우리 한국사회는 WSSD의 참가 일원으로서 자국의 국민들에게 ‘지속가능한 인간발전’을 보장해 주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선진국이 1950년대에 설정한 사회보장의 최저기준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의 한국사회가 50년대의 선진국보다 결코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행복을 추구할 권리(10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34조)가 명백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조차 실현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이에 참여연대는 모든 영역에서의 최저생활수준을 국민의 권리로서 국가에 정정당당하게 요구하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벌이고 있고, 그동안 여러 차례의 공익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지난 3월 12일에는 그동안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어 온 지역의료보험 문제에 관해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심사청구를 하였다. 참여연대에서는 그 당사자가 되신 김포의 농민운동가 김규태씨를 찾아가, 농촌의 현실과 사회보장제도의 실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쌓여만 가는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불신

“원래는 충청남도가 고향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쪽으로 이사를 왔지요.” 라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도 약간의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어투로 이야기하는 김규태(36세)씨는, 부모님과는 일찍이 사별을 하고 지금은 부인 한기자(31세)씨와의 사이에 영민(5세), 영찬(4세) 두 아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농사를 지은지 8년쯤 되어 가는 김씨는 현재 김포군 농민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떤 농사를 짓고 계시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내땅이 없으니 논농사는 안 하고, 2-3년 정도 포도농사를 하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현재는 하우스농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포도농사를 지을 때, 겨우내 나무껍질 속에서 월동을 한 벌레를 잡으려고 봄에 정비를 하고 나무껍질을 다 벗길 때였어요. UR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술렁거리더라구요. 그때 이후로 내 생각엔 사람들이 농사에 대해서 건성건성해진 것같아요. 껍질 벗기는 사람도 없고, 아줌마들 한번 살려면 웬만한 밭같은 경우는 30-40명 품은 사야 되는데 돈도 많이 들어가죠. 그러다가 저도 하우스 농사로 바꾸었지요.”

김규태씨는 마을에 자기땅 가진 농민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 마을에 3-4 가구 정도가 자기 소유의 농지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대부분의 농민들은 소작이거나, 약간의 자기땅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빚을 내서 조금씩 소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도 천평 남짓의 땅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빚이 일억이 넘어가죠. 우리 마을의 경우 농업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농가는 30여 가구 중에 두세 집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근접한 특수성으로 부족한 농지는 그나마 공장으로 변해가고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공장으로 흡수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논농사는 그래도 느슨한 농사니까 심을 때하고 벨 때가 제일 바쁘고, 다른 때는 공장 다니면서 하든지 일요일날 하든지 하죠.”

사뭇 착잡하기만 한 김규태씨의 이야기를 잠시 뒤로 하고 현실을 살펴 보자. 우리나라 농지에서 경작되는 쌀 한 가마니는 10여 만원선, 중국같은 데서 들여오는 수입쌀은 한 가마니에 1만5천원-2만원 선이다. 우리쌀과 수입쌀의 차이는 8만원 선이다. 그 8만원이라는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앞으로 우리 쌀값을 5만5천원까지 내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가격을 내릴 때에는 생산비를 낮추는 실질적인 방안들도 강구해야지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판단할 때 우르과이라운드 싸움은 일단락됐고, 지금은 그것이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라는 김규태씨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수입개방을 저지한다는 것은 물 건너간 사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사안들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치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제시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가 해야 될 중요한 일이 아닐까? 보여주기식의 부실 정책이 아니라 내실있고 탄탄한, 그래서 농민들이 생각하기에 정부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믿음이 갈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대다수 농민들은 정부에 대해 기대보다는 불신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하라는 것의 꼭 반대로 해야 돈을 버니까 이런 경우도 있어요. 어떤 사람이 장마철에 해가 반짝 뜨니까 무슨 농약을 주려고 경운기에 농약통을 싣고 막 나가려고 하는데 군 직원을 만났어요. 그 직원이 지금 무슨 약을 줘야 된다고 하니까 이 사람이 그냥 들어와 버렸대요.” 바로 지금의 정부는 그 어떤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농민들을 설득만 하려고 하고 있으니,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은 쌓여만 가는 것이다.

탁아문제, 농촌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

도시에서의 여성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은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농업이 지금은 많이 기계화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일이 더 많다. 그러므로 농촌에서의 여성 노동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여성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을 맡아줄 수 있는 탁아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적으로1백만 아동 중에서 19.2%만이 보육시설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했을 때, 농촌에서 그 혜택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규태씨같은 경우는 그래도 정부 차원에서 약간의 보조비가 지급되는 사회복지원에 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곳도 한달 교육비는 만만치 않다. “아침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보살펴 주는데 큰아이는 6만원, 작은아이는 5만5천원이예요. 사립같은 데는 두 아이들을 보낼려면 한달에 40만원 가까이 든대요. 우리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죠.” 이렇게 심각한 탁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에 나서는 길밖에 없으며, 농촌지역이나 노동자,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우선적으로 국 공립 탁아소를 설치하고, 일하는 여성들의 자녀 양육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직장 탁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의료보험제, 또다른 심각한 농촌문제

탁아문제와 더불어 농촌에서의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의료보험제도이다. 최소한의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참여와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참여연대 회원가입·후원하기
목록
닫기
닫기
  • “사건을 떼고, 변호사는 사고, 조서는 꾸미고”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691 Read
  • 시민문화 없는 시민사회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319 Read
  • 천민자본주의와 천민적 시민사회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1489 Read
  • 대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송월주 스님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1004 Read
  • “한국은 인권 후진국이다”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382 Read
  • 30대론 이제 그만?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664 Read
  • 좌담 - 교수 임용 칠거지악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857 Read
  • 대학 개혁은 국민 참여로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384 Read
  • 교육시장 개방과 국가경쟁력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411 Read
  • 인터뷰 - 이명현 교수(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
    • 1995년 07월
    • Jul 01, 1995
    • 667 Read
© k2s0o1d4e0s2i1g5n. Some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