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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호 05월
  • 1995.05.01
  • 490
“민주주의는 ‘민(民)’이 똑똑해야 바로 섭니다!”
수십 년 동안의 강요된 유보로 그 이름조차 지워져 있었던 지방자치제도가 올해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개시될 것이다. 이는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그것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의 민주주의의 정착을 기원하는 모든 이들과 그동안 지역 운동에 몸담아 온 사람들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음은 새삼스럽게 확인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지하듯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지방의회의 의원들 가운데 대다수가 그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관심사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 지역의 권력층 및 각종 금융·운송·상업계와결탁하여 자기 자본을 확장하려는 야심의 수단으로서 지방의회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주고 있듯이, 지방자치제의 쟁취가 곧 민주화의 진전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냉철한 인식 필요

지방자치제의 시행은 그 자체로서 중앙권력의 분산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더구나 설령 지방자치제를 통해 그동안 비대해진 중앙행정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권력의 분권화가 곧바로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가 권력의 공정한 분담과 그것들 간의 합리적인 교섭을 의미한다는 데 우리가 동의한다면, 중앙행정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것이 곧 지배권력이 일반국민에게로 분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결코 없다는 데에도 역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민주주의를 문자 그대로의 “자치”, 곧 국민들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통치를 수행하고 위임된 대표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자율성 확보가 그 지역수준에서의 자치의 수립과 동일시될 수도 없다는 것 역시 진실일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제의 시행은 그 자체로서는 민주화의 진전에 대한 지표로서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지자제가 함축할 수 있는 상이한 정치적 의미들을 자질구레하게 나열한 까닭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 이 제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와 토론 없이 언론의 호들갑에 지나치게 놀아나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다. 물론 지자제는 민주화운동이나 진보정당운동에 있어서건, 아니면 지역수준의 주민운동에 있어서건 커다란 중요성을 갖는다. 하지만 민주화는 우리들의 삶의 진로에 대해서 우리들 자신이 발의하고 결정하기 위한 운동들이 엮어가는 과정이며, 지자제는 이 운동들이 발딛고 있었던 법적·제도적인 조건의 변화를 의미할 뿐이지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다는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관련서 봇물

시중에 홍수처럼 넘치고 있는 지방자치에 대한 서적들 역시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상이한 관점들, 그리고 지방자치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다양한 동기들의 스펙트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앙행정력과 국가기강을 어떻게 하면 위축시키지 않고 더욱 깊은 곳까지 그 통제 하에 놓을 수 있을까의 관심에서 쓰여진 책으로부터 시작해서 선거후보자로 나설 야심에 찬 정치꾼들의 주머니를 이번 기회에 좀 털어보자는 심보로 펴낸 책들에 이르기까지, 여느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절묘하게 비껴가는 얄팍한 책들도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자제에 대한 궁금증이나 필요에 의해 책을 고를 때에는 조금 귀찮더라도 책의 서문과 목차, 결론 정도를 대충 훑어보아야만 속아 사지 않을 수 있다.

지방자치제 일반 또는 한국에서의 지방자치에 대한 가장 평이하고 믿을만한 책으로 우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의 지병문 교수가 쓰고 예쁜 그림까지 곁들여진 『한국 지방자치의 이해』(풀빛)를 권하고 싶다. 지병문 교수는 지자제를 단지 정책수립자의 관점에서 행정학적으로만 취급하는 데에 반대하면서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정치적인 함축들을 밝혀내는 데에 힘을 기울여 온 학자이다. 이와 더불어서 숭실대학교 기독교사회연구소에서 엮어낸 『사회발전을 위한 지방자치』(한울)는 학자·시민운동가·현직정치인들이 쓴 다양한 깊이와 관점의 글들을 폭넓게 담고 있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두 권의 책은 김재균 씨가 쓴 『한국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한마당)와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의 지방자치 : 이론과 실제』(의암출판)이다. 김재균 씨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통이라는 뚜렷한 관점 하에 그간의 지자제 논의과정과 한국적 정치조건의 특수성의 측면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으며, 뒤의 책은 전지구화(globalization) 시대에 지방자치제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조건들의 측면에까지 깊이있는 이론적 성찰을 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의 지역운동경험들에 대한 사례연구나 부문별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책들로는 『지방경영시대의 선택』(서영진/김성 지음, 나남), 『수도권 지역연구』(김인/권용우 지음, 서울대학교 출판부),『춘천리포트』(한림대 사회조사연구소,나남), 『주민생활과 지방자치:참여와 발전을 위한 10개 정책제언』(성심여대사회과학연구소, 형성사) 등이 내실있다. 이 밖에 더욱 체계적인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지방자치론』(이종익 지음, 박영사),『한국의 지방자치와 지역사회발전』(김경동/안청시 지음, 서울대학교 출판부),『지방의회경영방법론』(서종선 지음, 법문사),『지방의회론』(최인기/이봉섭 지음, 법문사),『지방의회론』(정재길 지음, 박영사)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김경도/안청시 교수의 책은 지역별로 행정체계와 엘리트구조를 조사한 결과를 풍부하게 수록하고 있어 흥미를 끌 만하다.

외국의 사례 다룬 책들

외국의 사례로 나온 책들은 아직 그 나라 지방자치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들과 실천적 좌표들을 비교해 볼 수 있을만큼 풍부하다고 하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머리 한 귀퉁이에 유보조항을 두고 읽고자 한다면 유용한 자료들로 이용될 수 있다.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는 것은 역시 일본에 관한 것들인데, 일본 정치를 단순히 중앙집권적 통제구조로만 이해하는 통념을 반박하면서 일본지자제의 역사와 구조를 분석하고 있는 책으로서 무라마츠 미치오의 『중앙과 지방 관계론: 일본의 지방자치이론과 실제를 중심으로』(대영문화사)를 권할 만하다. 재미있는 사진들이 현장감을 돋워주는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서영진 지음, 나남), 그리고 일본에서 시장을 역임한 필자 미야쟈키 다쯔오가 쓴 『고베의 도시경영』(세종출판사) 등이 사례연구서로 나와있고, 김장권 교수의 저서 『국민국가형성과 지방자치 : 일본 국가주의의 사회적 기반』(서울대학교 출판부)은 일본지자제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서로 연구자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 외에는 대만, 독일, 영국, 미국 등에 대한 번역서나 연구서들이 나와 있다. 대만의 경우 『대만지방자치선거제도』(하영애 지음, 삼영사)이 있고, 독일의 경우『서독 지방자치론』(장지호 지음, 대왕사)과 하인리히 숄러(H. Scholler)가 쓴 『독일지방자치법 연구』(한울 아카데미)가 나와 있다.

한편 영미 지자제의 경우 『영국 지방자치의 이해』(장노순 편저, 강원대학교 출판부)와 『지방자치 : 미국의 자치제도와 실태』(짐머맨 J.F. Zimmerman 지음, 지문사)이 있는데,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와 비교해 가면서 읽어보는 것이 유익할 것 같다. 이상의 책들 이외에 선거공략법에 관한 책이나 의정활동의 경험을 여담거리 비슷하게 적어놓은 책들이 있긴 하지만, 주민들의 진정한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출마자분들은 이러한 판에 박힌 잔꾀보다는 “그들과는 다른 선거운동의 방식”, 그리고 “전통을 뒤집는 진짜 주민자치”의 모범을 창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신진욱(연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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