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이기남 할아버지

노령수당 행정소송에 승소하다

신림 6동 시장골목을 따라서 100여 미터 올라가 주택가로 접어드는 골목입구에 다닥다닥 붙은 3개의 대문 아닌 대문이 보인다. 그중의 하나가 이번에 노령수당 소송을 제기하신 이기남(67세)할아버지 댁이다.

조그만 부엌, 한 평 남짓한 방, 이 곳이 이기남 할아버지와 방월희(부인, 64세) 할머니께서 사시는 곳이다.

할아버지를 찾아간 시간에 할머니는 오랜 노동생활의 질병 때문에 병원에 가시고 안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감기 때문에 콧물을 연신 닦으시면서도 “어서 오세요” 하며 반가운 얼굴로 참여연대 식구들을 맞아 주셨다.

–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취로사업 나가고 재활용품 수집해서 팔고 그러지요. 내가 먹고 살 건 내가 벌어야지. 자식들이 도움 준다고 해도 나는 안 받는다고 해요.

– 어려우시지는 않은지요?

= 근근히 살아가고 있지요. 십원 한 장 쉽게 쓰질 않아요. 그래도 나는 낫지. 계속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 보면 활동을 도저히 못 하는 할아버지들도 많아. 그런 사람들이 진짜 어렵고 힘들지.

– 노령수당에 대한 소송을 결심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TV에서 노령수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조치가 있으려니 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더라구. 그렇게 국민들한테 얘기를 해 놓구서 시정을 안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어요? 그점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지요.

– 어떻게 참여연대와 함께 소송을 하게 되셨습니까?

= 소송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는 분 소개로 참여연대를 알게 돼서 참여연대랑 같이 소송을 시작했지요. 참여연대에 고마워요. 여러분들이 협조를 많이 해 주고 그래서 다 잘 된 거지요.

– 소송을 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사람들이 다들 많이 도와 주고 그래서…

– 이번 소송의 결과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세요?

= 나 하나 돈 더 받게 된 건 중요한 게 아니지요. 나 하나 위해서 싸우진 않아요. 싸우면 여러분을 위해서 싸우지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사실 복지회관 같은 데 나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예요. 진짜 힘들고 돈없는 사람들은 아파서 집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병원에도 못 가고 그러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 생활이 좀 나아져야지.

– 참여연대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건강해야 되요. 자기 몸이 건강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야. 옛말에도 있잖어. 자기 말을 붙들어 매 놔야 부모 말도 맬 수 있다고…… 건강하게, 열심히들 일하세요. 여러분들 참 고마워요.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마치며 방벽에 붙어 있는 액자 속의 사진들을 보았다. 유난히 눈에 띄는 사진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함께 찍으신 사진이었다. 무표정한 모습의 사진이지만 세월의 무게와 삶의 힘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존심 강한 이기남 할아버지. 그러나 이웃과 함께 어울려, 당신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먼저 생각하시며 살아가시는 할아버지.

벌써 당신 몫을 당신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싫고 서글퍼 아직 경로우대증을 만들지 않고 토큰을 내고 버스를 타신다는 할아버지 말씀은 단순히 할아버지의 자존심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할아버지들께서 정말 바라시는 게 무엇인지, 우리 나라의 노인정책이 진정 그 분들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드리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자주 놀러 오라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인삿말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끝까지 우리 참여연대 식구들의 건강을 걱정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 인터뷰를 나누는 와중에도 “젊은이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돌아다니면 피곤하지 않어?” 하고 물으시던 모습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는 이기남 할아버지는, 내일도 취로사업과 재활용품 수집을 위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나가실 것이다.

취재:이정운(공익소송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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