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9월 2018-09-01   544

[여는글] 젊은 세대가 행복해야 미래가 보인다

젊은 세대가 행복해야 미래가 보인다 

 

‘저출산·고령화가 연금고갈 앞당겨’, ‘100년 뒤 인구 반 토막’,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 소멸위험’ 등등 저출산이 가져올 불안한 미래를 이르는 표현들이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1.05명이라니 곧 1명 이하로 떨어져 출산율 제로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2015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68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러다가는 인구절벽의 위기가 눈앞에 곧 현실화될 것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초저출산의 흐름이 시작되어 상당 기간 진행된 지금 저출산은 고령화와 더불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최대현안이다. 이 추세를 바꾸기에는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왜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일까. 아이를 낳아 기를 집 걱정에 임신을 주저하는 것일까. 아이 있는 가정을 짓누르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일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제 앞가림도 힘든 청년세대여서 그럴까.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현실에서 ‘흙수저’ 대물림이 두려워서일까. 

 

제 앞가림도 힘든 젊은 세대가 포기한 결혼·출산 

내 얘기로 풀어가 보자. 자식이 한 명뿐이니까 이미 90년대 초에 합계출산율 1명이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부푼 꿈을 안고 귀국했건만 90년대 초반 대학은 여성에게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최종 면접까지 가도 거기까지였다. 결혼한 이상 일자리를 얻는 것만큼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던 때라 아내가 더 늦기 전에 아이부터 갖자고 해서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강사 생활도 쉽지 않았으므로 한 명도 벅찼다. 대학 강사라는 불안한 지위가 지속되자 혹여 면접의 기회가 오더라도 임신상태면 불리할 것이라 조바심을 내는 아내에게 한 명 더 갖자는 얘기는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흐르고 둘째 아이를 가질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시기를 놓쳐버렸다.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 보자. 지금 세대처럼 늦은 결혼은 아니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욕구가 출산시기를 늦추게 되고, 미혼율도 증가하니 자연히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여성들은 어머니로서만 살기보다는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원한다.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자녀를 여러 명 낳아 기르는 것이 보편적인 여성의 삶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자식이 노동력도 아니고 부모를 부양하는 노후보장책도 아니다. 취업도 어렵고,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결혼이 늦어지고, 아이를 가지면 일자리가 불안해지거나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워 아이를 최소한으로 낳거나 아니면 아예 낳지 않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아이는 축복인데 육아 현실은 냉혹하다. 워킹맘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목도하고 경험한 젊은 부부들이기에 출산을 주저하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야

오늘날 여성들의 삶의 모습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벌어진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의 영향이다. 맞벌이가 경제적 안전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의 기대와 욕구와는 달리 노동시장에 구축된 장벽은 견고하다. 배제와 차별의 젠더 불평등이 여성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여성, 결혼한 여성, 아이 있는 여성이 맞닥뜨리는 층층의 벽은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미루기와 출산포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흙수저 대물림의 불안감도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계층이동의 역동성이 꺼져가기 시작했다. 신분상승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졌다. 빈곤이 고착화되고 대물림되며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2030 청년세대의 희망의 사다리, ‘사회적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불평등의 악순환 속에 태어날 아이도 나처럼 불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 이처럼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젊은 세대가 행복해야 한다. 청년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야 미래가 보인다.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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