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8월 2009-08-01   1599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이명박 대통령의 화법 대해부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이명박 대통령의 화법 대해부



달변가? 대통령 반대로만 하라!



김용민
시사평론가,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이 얼마나 복된 현실인가. 박물관 전시실에 갇혀 있어야 마땅할 독재 시대의 유령과 정면으로 맞서며,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절감하고 있으니. 또 누가 먹물이고, 누가 얼치기이고, 누가 불의인지 큰 품 들이지 않고도 분별할 수 있는 시대에 처해 있으니. 결국 큰 고민 없이 ‘행동’만을 요구받는 시대에 우리가 서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 주시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쩌면, 넝쿨 채 굴러 들어온 복일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이 대통령 덕을 적잖게 본다. 이중 대학 강단(‘스피치와 토론’ 과목)에서 편하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은 거의 ‘축복’의 범주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 반대로만 말하라. 그러면 당신은 달변가가 된다” 이렇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화술을 두고 필자는 최근 ‘DDO-Lie’ 화법으로 정리하게 됐다. Deception(기만), Duty Evasion(책임회피), One Way Communication(일방통보), Lie(거짓말) 이 네 가지의 약자이다. (‘DDO-Lie’ 화법을 우리말로 어떻게 읽냐고? 그건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필자의 강의실로 따라오라.



Deception – ‘눈 가리고 아웅’ 화법

이른바 조삼모사 화법이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라디오 연설에서 “대운하를 안 하되 4대강 살리기는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지 않을 뿐, 나머지는 달라질 게 거의 없는 사업이다.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건설업자의 이득을 배가시키는 효과는 그대로이다. 강물 바닥을 파고 흐르는 물을 틀어막아 식수대란을 부르는 역효과 역시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무슨 대단한 선심이라도 쓴 것처럼 폼 잡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이 대통령 식 기만적 화법을 작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에도 경험했다. 굴욕적 협상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촛불을 통해 촉발되자 이 대통령은 부랴부랴 추가 협상을 시키더니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절대 수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에는 큰 구멍이 있었다. 미국이 눈속임으로 30개월 이상의 소를 팔았을 때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협상 결과’였던 것이다. 그래놓고는 “정부가 애써서 안전한 쇠고기만 들여오게 됐다”며 선심 쓴 척했다. ‘정권 초기에 지도자를 너무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심리에 국민은 찜찜하지만 믿어줬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드디어 먹혔다”며 쾌재를 불렀을 것이고.



Duty Evasion – ‘방귀 뀐 놈이 성 낸다’화법

이 대통령이 최근 ‘중도로 가야한다’라고 말해서 화제를 모았다. 필자는 이 말만 접하고는“‘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강원도 춘천에 있는 중도(섬)로 야유회 가겠다’는 발언까지 왜 이슈가 되나” 싶었다. 그런데 실은 “극우, 극좌 양 극단을 지양하고 중도 실용 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기 막혔다. 자격이 의심스런 수구 우파 단체에게까지 국가 예산을 퍼주던 정부의 수장이 누구더라. 임기가 보장됐지만 전 정권 때 임명된 경우면, 또 수구 우파 세력의 눈 밖에 난 상황이라면, 법리와 양식을 총체적으로 뭉개면서까지 쫓아내려던 무도(無道)한 무리의 앞잡이는 누구더라. 이런 식으로 극우 편향적 국정운영을 일삼으며 진보의 가치를 통째로 부정해놓고는 이제 와서 ‘극우도 극좌도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뿐인가. 이 대통령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내정 후 얼마 안 돼 교체했다. ‘인사청문회 때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이 천성관이란 사람을 중용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대통령이다. “인맥 네트워크에 없던 사람을 검찰총장에 세운 건 내가 최초일 것”이라며 선임 당시 매우 흡족해했던 주인공이 누구일까. 이 대통령이다. 자신이 적임자라 판단해서 세운 사람에게 남모를 엄청난 도덕적 하자가 있었다면, 그 누구를 원망하기에 앞서, 검증의 책임이 있는 본인부터 반성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본인이’이상 없음’이라고 자신하며 발탁한 이에게 화살을 돌린다. 과자에서 이물질이 나와 소비자가 항의하고 있을 때 사장이란 사람이 과자를 탓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꼴일까. 이 대통령 각하, 당신은 뭘 해도 무죄입니까?



One Way Communication – ‘독불장군’ 화법

이 대통령은 참 열심히 ‘소통’한다. TV 연설, 인터뷰, 대화로는 성이 안 찬다. 바쁜 시간 쪼개 월요일 아침 라디오 연설도 한다. 국내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소통은 ‘말하기’에 앞서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조언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런 충고를 들은 척도 않고 마이크 앞에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한다. 내용은 어떤가. 자신의 ‘왕년’ 일화를 들추며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레퍼토리이다. ‘나는 성공했다. 그러니 너희는 나의 생각에 동의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지만, 골간은 항상 그러하다.

이 대통령은 이걸로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무려 50만 명이나 되는 공무원의 휴대전화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내용은 “하반기에는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으로, 누가 들어도 지당하다 아니할 수 없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무도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 노조, “82.1%가 대통령의 격려메시지에 대해 ‘불필요하다’라 반응했다”, “음성메시지 내용에 83.5%가 ‘기분 나빴다’고 표시했다”, “97.1%는 음성메시지를 ‘삭제하겠다’라고 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버렸다. 봉황의 뜻은 참새에 의해 이렇게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이 전무한, 상명하달과 일방적인 통보만 있는 대통령 연설. 21세기의 1/10이 지나는 길목의 대한민국에선 이를 ’소통’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LIE – ‘청개구리’ 화법

이 대통령의 거짓말을 어록으로만 정리해도 책 한 권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설립했다던 BBK를 7년 뒤에는 “나와 무관한 회사”라며 뻔뻔스럽게 말을 뒤집은 점은 화룡정점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두 건만 보자. 협상 및 투자 당사자들이 인정하지도 않는데도 이 대통령의 청와대는’한-EU FTA 타결’, ‘에릭슨, 한국에 2조 투자’ 소식을 세계에 떠벌렸다. 당연히 국제적 망신을 불렀다. 지난 해 8월, 이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이 논의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이어진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논의했었다’)으로 1초 만에 거짓말이 탄로 났다. 조중동을 비롯한 우리 언론의 ‘각하에 대한 관대함’이 없었다면 더 큰 파문으로 이어졌을 사안이 아니었을까.

정권의 운명을 걸다시피 한 두 개의 정책,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도 보자. 수질 개선을 비롯한 4대강 사업 관련 각종 수치는 조작된 것으로 판명됐다. 일자리 2만 개가 생긴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미디어법 관련 보고서 역시 ‘구라’인 것으로 드러났다. 첫 단추를 이렇게 꿰었는데 마무리가 온전할 리 없다. 국민 대다수는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친환경 녹색성장 사업이다”, “미디어법은 재벌 및 조중동 특혜법이 아니다”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을 ‘뻥’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도 머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거짓말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상습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AIG아시아본부를 서울에 유치하기로 했다”는 주장, 어떻게 됐나. 거짓말로 드러났다. 청계천 상인에게 “목 좋은 상권을 보상 하겠다”며 한 약속, 어떻게 됐나. 역시 허위로 판명 났다. 정직한 사람은 ‘정직’을 말하지 않는다 .그냥 정직하게 살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거짓말쟁이는 ‘정직’을 불필요하게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어머니의 유언이 “정직하게 살라”였다며 소개하고, 자신의 가훈이 ‘정직’임을 강조했다.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반MB화법에서 진취적인 변화상 발견

국가 최고 지도자의 ‘불량 화법’이 미치는 사회적 악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지금 나라꼴은 완전히 가관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사건건 정책 혼선을 빚는다. 여당은 또 여당 안에서조차 친이 친박으로 갈려 날마다 신경전이다. 여당과 야당은 붙었다 하면 사생결단이다. 남과 북은 비선(秘線)마저 끊겼다. 언론계, 노동계 어디 한 군데 평온한 곳이 없다. 전통적인 관념이긴 하나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국정 최고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도덕적 기준이다. 우리에게는 그 기준이 실종됐다.

‘반MB 화법’은 그래서 ‘좋은 화법’이다. 뒤집어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 의도는 간명하게. 잔꾀 부림이 없어야 한다. △ 자신의 말에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니까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 소통함에 있어 거짓이 없어야 한다. 한국 사회 소통부재의 현장에 이 네 가지 가치가 강한 구심력을 갖고 서라운드로 힘을 발휘한다면 진취적인 변화상을 빚어내지 않을까.



소름 돋는 비호감은 제외하자

글을 갈음하면서, 몇 마디 덧붙인다. 원래 이 대통령 화법의 특징을 네 가지가 아닌 다섯 가지로 꼽으려 했다. ‘Gooseflesh(소름 돋는)’ 이게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화술에 있어 비디오와 오디오가 주는 호감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건 천부적인 영역이 아니다. 본인의 노력과 관리 여하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외양 및 목소리를 들으면 소름 돋는다’며 초장부터 비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끝내 ‘G’만은 뺏다. 왜냐. ‘DDo-Lie-G’라고 하면 너무 악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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