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0월 2018-10-01   906

[통인뉴스] 단독주택 공시가격, 실거래가의 48.7%에 불과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실거래가의 48.7%에 불과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공시가격도 시급히 현실화해야

 

글. 홍정훈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종합부동산세가 참여정부의 요직에 있었던 이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는 10년 전과 사뭇 다르다. 극심한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청와대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강화방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세율을 ‘찔끔’ 올리는 수준의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아파트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폭등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한국 사람들의 불편한 심리를 자극했다. 시민단체, 전문가의 지적에도 끄떡 않던 정부가 9월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종합부동산세 강화방안을 수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를 ‘종이호랑이’로 만드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이번 대책마저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공시가격,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적 과세 막는 장치로 작용해

부동산이 거래되는 실제 가격은 ‘실거래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 되는 가격은 ‘공시가격’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대상이 되는 모든 부동산에 매년 부과하는 반면, 거래는 매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격을 둔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공시가격이 거래가 발생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해 실거래가 또는 그에 근접한 가격이 되어야 한다고 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 부동산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매우 큰 현상에 대해 정부는 스스로 법령을 위배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자산을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드는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적 과세 기능을 약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7.2%,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48.7%

올해 참여연대는 거래가 발생한 부동산의 공시가격과 실거래가의 차이를 분석한 실증자료를 두 차례 발표했다. 3월 발표한 자료에서는 아파트의 가격을 분석했고,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7.2% 수준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9월 발표한 자료에서는 단독주택의 가격을 분석했고,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48.7%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나마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았던 2013년에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55.4%였는데 4년 만에 6.7%P나 더 하락한 것이다. 반면 단독주택의 실거래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51.5%나 상승했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0월호 (통권 259호)

 

가격이 높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세금 탈루효과 더욱 커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중앙정부가 산정한 표준주택가격과 각 시군구의 장이 그 표준가격을 참고하여 결정한 그 외의 모든 개별주택가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지역별 편차가 30%P에 달할 정도여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실거래가가 높을수록 공시가격과의 차이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3억 원 이하의 금액에 거래된 비교적 저렴한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52.3%인 반면, 15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거래된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35.5%로 뚝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가격이 높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누진적으로 부과되도록 설계된 종합부동산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공시가격으로 인해, 주택의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동시에 다른 방들에 세를 놓고 임대소득을 얻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다가구주택에 부과되어야 할 세금도 대부분 탈루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으로 공시가격 9억 원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데, 9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된 다가구주택 중 93.6%가 그 공시가격은 9억 원이 넘지 않기 때문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0월호 (통권 259호)

정부는 2005년부터 법적근거 없는 ‘공시비율’을 적용해 의도적으로 세금 낮춰

주택의 공시가격이 낮게 산정되는 이유는 정부가 2005년부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적용해왔던 ‘공시비율’에 기인한다. 정부는 매뉴얼 상으로는 모든 시군구에 있는 조사원들을 동원해서 나름의 합리적인 가격을 조사해놓고도, 최초로 조사한 값보다 20% 낮은 금액을 최종적으로 공시한 것이다. 정부는 아예 대놓고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자산 관련 세금을 낮춰주기 위한 용도로 공시비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헌법이 천명한 조세법률주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행위임에도, 정부는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해서는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여러 전문가의 지적도 타당하지만, 공시비율부터 당장 폐기해야 한다.

 

참여연대 자료가 공식 통계처럼 인용되는 ‘웃픈’ 현실, 언제까지 계속될까

매체 성향에 관계없이, 주요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부동산 공시가격과 관련 보도에서 참여연대 자료를 인용한다. 공식 통계를 확인하고 싶어도 전혀 그 수치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실거래가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뭉뚱그려 반영률이 높지 않다고 표현하고 만다. 국토교통부는 여야 국회의원의 지적에도, 수년째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추상적인 ‘다짐’만 반복할 뿐이다. 정부 스스로 공시가격 제도가 비상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데, 정부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현실이 웃기고도 슬프다. 무너진 조세정의를 내버려둔다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도 부유층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즉시 부동산 공시가격의 유형, 지역, 가격대별 실거래가 반영률에 관한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그리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연차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