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03   307

참여마당_인터뷰

‘참좋다’가   참좋은 선생님

 – 이혜미 회원

이경휴 참여연대 회원 mairim@hanmail.net

정책검증 없이 비리폭로만 한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통령선거도 끝났다. 사회는 공황상태인데 보수언론들이 연일 쏟아놓는 찬양과 축포는 사람들을 환각상태로 끌고 간다. 어디까지 가야 멈춰질까, 내남없이 전력투구하는 부자의 세상이.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화석화된 표현이고, 노래로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꾼다는 사람들의 조촐한 송년 모임이 있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덕에 귀농운동본부(금호동 4가)의 살림살이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주목받지 못하는 직장(?)이지만 젊고 친절한 상근자들을 보니 절로 희망의 싹이 움틔고 있음을 느꼈다. 도심 상가에 자리잡은 집터이지만 흙냄새가 물씬 나고 솔바람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참여연대 회원모임인 ‘참좋다’의 회장으로 선출된 이혜미(31세) 회원은 이름처럼 여성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크게 말하고 활짝 웃고 씩씩하게 답하는 초등학교(소사초등학교) 선생님다운 동선이었다. 아이들의 대선 풍경이 어떠했느냐고 묻자 입이 먼저 귀에 걸렸다.

“아마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를 듣고 옮기는 수준이지만 자신들의 문제에는 예민해요. …동영이는 얼굴은 빤지르르해도 말을 잘 바꿔, 명박이는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어, 그리고 얼굴이 너무 못생겼잖아. 명박이 되면 토요일도 공부한대, 1교시가 더 늘어난대, 뭐? 졸라~ 짜증나. 선생님은 누구 찍었어요?”

현장감 있게 이야기를 옮기는 선생님이 바로 동심의 주인공이었다. 아무리 요즘 애들이 영악하고 이기적이라 해도 선생님에 대한 믿음은 살아있다며 눈빛이 빛났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절대적이기에 쉽게 말할 수 없는 게 교단이라 한다. 교사의 위상을 실감하는 발언이라 새삼 신선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게 능사만은 아니지 않는가.

08년부터 ‘참좋다’ 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포부와 각오를 묻자,

“제 모자란 능력으로 회장이 된 것은 부담스럽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잘 되겠다는 확신만 있습니다. 서로 좋아서 하는 이 작은 모임이 각자의 삶 속에 얼마나 큰 힘과 의미를 갖는지 모른답니다. 또한 노래만큼 좋은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노래할 뿐입니다. 너무 잘 부르겠다는 생각에 연연하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타파하는 일도 서슴지 않겠습니다.”

각오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선율 한 가락이 힘차게 울려 퍼지는 듯했다. 하기야 연 1회의 정기공연과 다수의 집회 및 초청공연을 위해 매주(화요일) 연습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음성이 바로 멜로디요 악보일 수밖에. 덧붙여 ‘참좋다’ 내부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분위기 전달을 위해 회장다운 홍보를 했다.

모임의 안정과 친목도모를 위해 두 팀을 운영하고 있다. 노래어울림(노림짱)과 마음어울림(마림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림짱은 노래 연습과 진행 및 음악에 대한 소양을 쌓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사람이다. 마림짱은 회원간의 원활한 의견 수렴과 친목도모를 위해 각종 행사나 MT를 주선하는 이를 말한다. 이 두 ‘짱’을 주축으로 모임이 굴러가며, 회원이 되려면 3개월간의 이수과정(준회원)을 거쳐 정회원의 자격을 얻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의 모임이니 오죽 음색과 화음이 뛰어날까. ‘참좋다’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들이 나눈 이야기들이 흘러넘친다. 모든 글이 악보가 되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야말로 노래만큼 좋은 세상이 금방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으로 가득하다.

참여연대의 활동이 교육현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우문을 던지자 총알 같은 현답이 나왔다.

“제가 6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사회책을 보면 교과서 풍경이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참여정부의 실정도 많이 했지만 교과서가 내용면에서는 상당히 풍부해졌어요. 사회과목 2학기 후반부에는 민주주의, 시민단체, 인권, 평화, 연대라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요. 교사가 어떻게 그 내용을 아이들에게 채워주어야 하느냐가 과제입니다. 시민단체를 소개하는데 첫번째 나오는 단체가 참여연대입니다. 제가 얼마나 자랑스럽겠어요?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말했더니 애들 눈빛이 달라요. 애들 중 교사가 될 학생은 몇 안 되겠지만 모두가 시민은 되잖아요. 그러니 선생님은 전교조 회원이야 하는 말보다 참여연대 회원이라는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죠. 그런데 으쓱하며 말은 했지만 내가 회원으로 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노래 부르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함께 또 크게 웃으며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으쓱해했던 표정을 재현하며 노래까지 한 소절 불렀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게 기쁨이 될 수 있는 게 평화~평화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기 위해 고심하다 이런 노래가사를 지었죠. 왕따를 당하던 여자애가 있어 많이 힘들어했어요. 가사에 그런 내용을 노골적으로 넣을 수는 없었는데, 그 애가 맑고 고운 소리로 그 소절을 불렀어요. 모두가 열광했죠. 그 엄마의 흥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았으면 우리 반 애들 모두에게 도넛을 쏘았답니다.”

‘참좋다’ 정기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 레퍼토리를 갖고 학교 학예회 준비를 한다고 한다. 때론 반강제적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하도 신바람을 내니 애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그 과정 자체가 평화교육이라 한다. 평화에 대하여 그림을 그려보게 하고, 글을 써보게 하고, 영상물을 보여주고…. 책 속의 지식과 책 밖의 경험을 절묘하게 어우르는 기술이 참교육의 정수이리라. 그와 같은 교사가 교육 현장 곳곳에 있기에 공교육이 죽었다는 말은 결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의 모순을 짚지 않고 아까시나무 아래서 사과를 찾는 게 우리의  교육정책이 아닐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송년회를 위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듯했다. 덩달아 그의 휴대전화도 분주했다. 눈치를 보며 마무리를 해야 할 단계였다.

‘참좋다’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과 활동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평택 집회에 갔을 때를 잊지 못해요. 게시판에도 올려놓았지만 ‘노을’과 ‘기억하세요’라는 곡을. “그곳엔 다시 새싹이 돋아나겠지요/ 햇살과 파란 바람도 머물다 가겠지요/ 하늘엔 자유로운 새들이/ 따뜻한 노을의 꿈을 간직한 채/ 잠이 들겠지요.” 더 이상 무엇을 전달하겠어요. 방향요? 앞서 말했듯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잘 부르려고 애쓰지 않고 선곡의 범위를 넓게 하고…. 이러다 보면 노래를 통해 절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 학예회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애들은 리허설 때 최고조의 컨디션을 냅니다. 그때 우리는 소통의 절정을 이루죠. 물론 본선에서는 그보다 못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누가 불행이 잠시 쉬고 있는 상태가 행복이라 말했던가. 노래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세상은 불행은 잠깐씩 다녀가는 손님에 불과할 뿐이요, 오직 삶의 주인은 행복이다. 확신에 찬 그의 음성은 교실을 옮겨놓은 듯했다.

자리를 정리하며 참여연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했다.

“제가 ‘참좋다’를 참 좋아하기 때문인지 참여연대에 대해 비판할 게 크게 없어요. 다른 단체와 비교하면 조직이 건강하고, 사회적인 이슈를 선도하지만 강성은 아니고, 상근자들도 젊고 격의 없고…. 전임 김기식 처장은 도무지 처장 같지 않고 오빠 같더라고요. 전국적인 조직이 아니니까 즉 조직이 작으니까 건강하고 의사소통도 잘 되고.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큰 역할을 못 한 게 아쉬워요. 시민단체의 맏형다운 노릇을 좀 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이다. 어디 그만 그러했으랴. 천민자본주의를 질타하면서도 ‘위장’이라는 어휘를 너그럽게 감싸버린 여론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힘. 이미 기차는 떠났다지만 놓친 기차를 아쉬워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지속적인 권력 감시와 시민의 참여로 ‘활기차’는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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