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3월 2014-02-28   3823

[통인] 아버지의 이름으로 – 황상기 삼성 반도체 산재 피해자 가족

 

아버지의 이름으로 

황상기 삼성 반도체 산재 피해자 가족

 

송윤정

사진 Nina Ahn

 

 

참여사회 2014-03월호

“노동부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화학약품과 전리방사선을 쓴다고 발표하고
작업자들에게 방독면을 쓰고 
작업하라고 권유한 것,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 산재를 두어 건 인정한 것,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좀 뿌듯하죠. 

열심히 해서 이루어낸 성과물이니까요. “

 

 

택시 운전사인 황상기 씨는 요즘 영화관에서 산다. 그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방사능과 각종 화학약품에 노출되어 일한 지 1년 8개월 만에 백혈병 판정을 받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다. 22세의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거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아버지는 맨주먹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종란 노무사를 만난 것을 계기로 피해자들을 모으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의 노력으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결성되었고, 이들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던 산업재해 불승인 취소를 얻어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보면 회사에서 찾아와서 “아버님이 이 큰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냐”고 하던데요.

그게 2006년 10월 중순쯤이었어요. 유미 골수 이식 수술 후 회복기였어요. 그때 삼성에서 과장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유미가 휴직 기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사표를 꼭 써야 한다면서, 회사에 바라는 게 있으면 얘길 하래요. 그래서 제가 유미를 치료하는 데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끔 산재 신청을 해 달라 그랬어요. 그러니까 “아버님이 삼성을 상대로 해서 이기실 수 있어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못 이긴다고, 삼성을 상대로 해서 내가 어떻게 이기겠느냐고 했어요. 이런 병이 생기면 자기들이 알아서 해줘야지, 내가 어떻게 이기겠냐고. 그랬더니 다른 걸 요구하래요. 그 때까지 유미 치료비 들어간 게 8,000만 원 정도 돼요. 유미 휴직 중에 회사에서 통장으로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씩, 조금씩 넣어준 게 3,000만 원쯤 되는 것 같아요. 삼성에서 사원들한테 모금을 한 적도 있다는데, 그게 모금을 해서 준 건지 회사에서 준 건지는 말을 안 하니까 모르겠어요. 8,000만원 남짓하게 쓴 것 같은데 3,000만원 받았으니까 5,000만원 차액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해 달라 그랬어요. 그 돈으로 유미 치료하고 만약에 유미 병이 재발하거나 다른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더라도 이유를 달지 않겠다고 얘길 했어요. 그랬더니 그렇게 하자고, 당장 사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약속을 지키던가요? 

그러고 얼마 안 지나 유미 병이 재발했어요. 눈빛이 희미하고 열이 40도까지 올랐다가 잠깐 내렸다가, 그러는 사이에 11월 중순 쯤 된 거 같아요. 그 과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나보고 1층 로비로 내려오래요. 유미는 10층에 입원해 있는데. 그래서 내려갔더니 100만 원짜리 수표 다섯 장을 가져와서 돈이 이것 밖에 없으니까 이걸로 해결하자는 거예요. 성질이 있는 대로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 돈도 안 받으면 병원비가 없으니…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성질만 내고 말았죠. 

 

처음에 이 큰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이길 수 없다고 대답하셨잖아요. 삼성과 싸워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아니었고, 그냥 억울하니까 대든 거죠. 그런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자꾸 대들다보니까 밝혀지는 게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난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어려운 이름의 병을 얻은 사람들이 한없이 나와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병에 걸렸다는 제보가 지금 180건이 넘어요. 

 

참여사회 2014-03월호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상영 차단 외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황상기 씨. 롯데시네마 등 영화 상영 시장을 독점한 3개사는 이 영화의 광고와 상영관을 대폭 축소하고 발권까지 된 예매를 취소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 ⓒ 반올림

 

전보다 증인을 확보하기가 수월하겠네요. 

영화에서 백혈병에 걸린 팀장님이 나오시잖아요. 그 부서에 네 명이 근무하면서 화학약품하고 방사선을 관리해요. 근데 이 네 사람 중에서 두 사람이 백혈병에 걸려서 죽었고, 한 사람은 육아종 루게릭이예요. 그러니까 한 사람만 멀쩡해요. 영화에서 종대 역으로 나오는 사람이요. 그런데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다 병에 걸리니 무서웠겠죠. 그래서 민주노총 노무사를 찾아가서 사용하는 화학 약품의 종류, 전리방사선(이온화된 방사선) 과다 노출 경위, 그런 얘길 전부 다 했어요. 전리방사선 잠금 장치를 풀고 하면 작업 속도가 좀 더 빨라진대요. 그러니까 작업자가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이걸 풀고선 작업을 해요. 생산량을 높이려고 회사에서도 방조하는 거죠. 방사선 측정을 하면 바늘이 오버해서 더 돌아갈 데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전리방사선이 방출된대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이틀인가 뒤에, 다시 이 사람이 찾아왔어요. 회사에서 자기가 여기 와서 얘기한 걸 다 안다며, 없었던 걸로 해달래요. 그러지 않으면 자기 해고된다고. 그래서 알았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 사람이 제보한 자료를 보관만 하고 사용은 못 했죠. 그런데 그 후에 국정감사를 하는데, 그 사람이 삼성전자 증인으로 나왔어요. 나와서는 ‘작업장은 안전하다, 위험한 물질 없고 전리방사선도 안 쓴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행방불명 됐어요. 전화번호도 바뀌었고, 그 사람 소식을 알 수가 없어요. 그것 말고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서기로 해서 신청하고 안 나온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신화로 여기며 그룹 차원에서 노조 파괴 행위를 치밀하게 진행한다. 작년 10월 공개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직원 사찰, 불법 채증, 백과사전식의 개인정보 수집을 포함한 모든 인권 침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도급으로 기사들의 노동력을 불법적으로 착취했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생계 수단을 위협해 지난해 11월에는 서비스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산재의 경우만 해도, 황상기 씨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는 노동자가 병에 걸리면 치료비를 주지 않고 내쫓다시피 했다.

 

유미 씨 사례 전후로 삼성의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대응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삼성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리면 자기네 직원 3~4명을 붙여서 같이 다니게 해요. 병원에 같이 가서 치료하고 집에 데려다 놓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절대로 못하게 하고, 핸드폰도 못 만지게 해요. 그러면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발하면 치료비를 못 받게 될까봐서요. 거부하면 삼성에서 더 달라붙고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잘해줄 텐데 말이죠. (그런 사례들은 알려지지 않으니까) 실제 환자는 제보 들어온 것보다 엄청 더 많을 거예요. 

 

삼성에서 회유하려고 애를 많이 쓸 것 같습니다. 영화에도 10억을 준다며 매수하려는 장면이 있기도 하고요. 

실제론 10억보다 더 준다고 했어요. 내가 피해를 봤다는 금액은 달라는 대로 다 준다고 했죠. 

2007년 9월 1일에 역학조사를 처음 실시했어요. 그 때 유미가 일하던 3라인에 들어갔는데 유미가 이야기한 거랑 환경이 너무 다른 거예요. 칸막이도 없고 일하다보면 땀이 줄줄 흐른다고 했는데, 조사하러 갔더니 칸막이도 있고, 서늘하고. 제가 화가 나서 소릴 지르면서 항의를 했어요. 그러고 나오는 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안전관리담당자 김관식이란 사람이 나를 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가더라구. 커피 한 잔 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10억을 해줄 테니까 아무 말도 말고 가만히 계시라고. 사회단체 사람들은 만나지도 말고 얘기도 하지 말고 쳐다도 보지 말라고. 지금이야 내가 사람들 만나고 웃고 그러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독이 아주 바짝 올라 있었어요. 그래서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이종란 노무사를 찾아가서 그 얘길 다 해버렸어요. 그 때가 이종란 노무사를 내가 딱 한 번 봤을 땐데.

그 뒤로도 회사에서 숱하게 찾아왔어요. 2009년쯤엔 우리 집에 찾아와서 며칠씩 있고, 하도 찾아와서 우리 집사람이랑 처갓집에 피신 가기도 했어요. 가서 하루 이틀 밤 자고 오면 그때까지도 안 가고 있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2011년에는 달라는 대로 다 줄테니 삼성 비판하지 말고 빠지라고 하더라고요. 

 

흔들리진 않으셨어요?

유미가 삼성에 들어가서 입은 피해가 너무 커요. 유미 죽었지, 유미 할머니 돌아가셨고, 유미 엄마 우울증 걸렸지, 나 이렇게 됐지, 집 지을 돈 다 날아갔지. 유미가 병이 걸렸을 적에 우리 집이 너무 낡아서 집을 지으려던 참이었었어요. 그 돈이 병원비 하느라 다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보상 받는다고 해서 치유가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있는데 삼성에서 보상해준다고 나만 돈 받고 빠져버리면……. 앞에서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보상 안 해주고 내뺄 거 아니에요. 앞으로도 반도체 공장에서 환자들이 더 나올 것 같아요. 나만 보상 받고 나면 그 사람들 가족이 또 다 해체되고 고통 받는다는 소리가 계속 들려올 텐데……, 그 두려움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참여사회 2014-03월호
고 황유미 씨와 황상기 씨. 황상기 씨는 딸이 삼성반도체에서 일을 하다가 병에 걸렸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정당에도 방송국에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인터넷을 쓸 줄도 모르고, 껐다 켜기 정도만을 알던 그는 몇 날 며칠 걸려 겨우 제보할 만한 전화번호 하나를 찾아냈다. 이 사진은 이야기를 듣고 그 길로 속초로 달려와 취재를 한 월간 <말>의 윤보중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 반올림

 

2011년 6월 24일,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이 산업재해에 해당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삼성을 대상으로 싸워온 산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값진 승리인 동시에, 청구인 중 일부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는 판결이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138명에 이르고, 이중 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2011년 7월 15일에 항소를 해서 지금 2심 진행 중이에요. 삼성도, 우리도 항소를 했어요. 근데 사실 삼성은 항소할 자격이 없어요.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니까…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을 참가보조인으로 세우고, 삼성은 대형 로펌에 의뢰해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복지를 담당하는 곳이에요. 산재 신청 불승인을 취소하라는 법의 판결을 한 번 받았으면 인정해야지요. 거기서 더 항소하는 건 복지를 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끝까지 죽이자고 하는 거예요.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에 납작 엎드려 있는 거죠. 그러다가 퇴직해서 삼성에 사외이사 들어가려고 그런다면, 공단이 왜 필요해요, 폐지해야지.

 

공단 퇴직 후 삼성으로 이직한 사례가 있었나요? 

당시 산업안전공단 이사장 노민기 씨가 공단을 나와서는 삼성SDI에 사외이사로 들어갔어요. 산업안전공단에서 엉터리 역학조사를 해주고 삼성에게 보상을 받은 거죠. 제발 산업안전공단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름에 걸맞게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서 일을 해주고, 회사 편은 그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산업안전공단, 산재 승인 여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둘 다 모두 문제네요.

네. 산재보험에 문제가 많아요. 사업주가 부담하는 산재보험료가, 학교 선생님 8%,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20%인데, 삼성은 7%를 낸대요. 그나마도 삼성은 안전한 사업장이라고 혜택을 주어서 3.5%만 내는데, 그 돈이 1년에 200억 원쯤 삼성에 이익을 준대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다 산재 승인을 받는다면 7%가 아니라 40~50%의 보험료를 내야 할 텐데 말이죠. 산업안전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에 수천억 원의 이익을 주고 있는 거예요. 보험료를 제대로 물리고 화학약품, 전리방사선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 때는 산재 승인률이 60% 정도가 됐어요. 이명박 대통령 때부턴 산재 승인률이 40%가 채 안 돼요. 산재 승인률이 너무 낮다보니까 1년에 산재보험료 1조 3천억 원씩 흑자를 남긴대요. 그런데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성 보험이예요. 노동자가 일하다 병들거나 다치거나 죽으면 돈을 벌어서 가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족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서 산재보험이 있는 거고, 그렇다면 사회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을 풀어야지 돈을 쌓아두면 안 되죠. 그런데 지금 산재보험은 취지와 다르게 흑자를 엄청나게 내고 있고, 그 돈을 근로복지공단에서 어떻게 쓰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2심 판결은 언제쯤 날까요?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삼성에 불리하니까 자꾸 지연 전술을 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 홍보며, 기자회견이며 바쁘실 텐데, 택시 운전 일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거의 못 하고 있어요.

 

생활은 그럼 어떻게 하세요?

뭐 어떡해요, 할 수 없지(웃음).

 

그렇게까지 할 만큼 보람 있는 순간들이 있었나요.

행정소송에서 이겼을 때 우리가 삼성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고요. 또, 노동부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화학약품과 전리방사선을 쓴다고 발표하고 작업자들에게 방독면을 쓰고 작업하라고 권유한 것,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 산재를 두어 건 인정한 것,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좀 뿌듯하죠. 열심히 해서 이루어낸 성과물이니까요. 

 

시민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일,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3월 6일 유미 추모 기일이 다가와요. 추모제 할 때 많은 분들이 나서서 목소릴 높여 주시면 참 좋을 것 같고요. 그날 홍리경 감독이 촬영한 <탐욕의 제국>이란 영화가 개봉해요.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피해자 가족들을 따라다니면서 찍은 아주 생생한 다큐멘터리예요. 그래서 이 영화도 많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삼성을 압박하면 좋겠어요. 정부한테도 감독을 좀 철저히 하라고 많은 목소릴 냈으면 하고요. 사실 법을 있는 그대로만 집행하면 되는 거잖아요. 힘이 없는 노동자들도 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끔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해줬으면 참 좋겠어요. 그래서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합니다. 어디선가 보니까 진돗개 정신이 한 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정신으로 일을 하는 거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이 일을 할 생각입니다.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집을 그는 수리하지 못하고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눈이 많이 와 집이 무너질까봐 걱정이라며 급히 속초로 돌아갔다. “지금도 걱정이 돼 죽겠어요. 속초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 있는데 그게 지붕에 쌓여 있잖아요. 눈 무게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나게 무거워요.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그 무게에  큰 소나무도 다 쓰러지거든요.” 

그가 거액의 제안을 거부하고 반올림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진정한 ‘또 하나의 가족’, 반올림 식구들에게 눈과 같은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찮아 보이는 힘을 모아 불의를 쓰러뜨리는 일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낡은 집에 망치질을 하고 눈이 오면 지붕을 쓸듯, 삶으로써 딸과의 약속을 지켜낼 것이기 때문이다. 

 

송윤정 참여연대 간사, 참여사회 편집자, 참여사회 기자.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동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