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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06월
  • 2014.06.03
  • 2769

잔인한 민영화,
잔인한 대한민국 자본주의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

 

글 박유안 

사진 박영록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통신노동자들은 부끄러워한다.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금 챙겨주려고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당초 우리가 취직한 곳은 통신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회사였다. 그런 데서 ‘나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데 공감대가 높다. 이런 가치의 결사체로서 노동조합이라야 생명력이 있지 않겠는가. "

 

한 달째 온 나라가 상중이다. 이 와중에 KT에서는 8,304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혹자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가 되리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타인의 아픔에 우리가 이렇게 깊이 오래도록 공감한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면, 그런 기대가 부질없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공감. 그렇다. 어쩌면 내 일이 아닌, 내 이해관계가 아닌 남의 일에 제3자로서 개입하고 공감하고 참여하는 순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진일보는 시작되는지 모른다.

 

이번 통인 인터뷰에서 만난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초대 위원장)도 오랜 아픔 속에서 희망을 일궈낸 분이다. 요즘 거의 매일 ‘올레olleh’라는 광고로 만나게 되는 KT라는 회사는, 하지만, 그런 이국적 감탄사보다는 처절한 탄식이 먼저 떠오르는 회사다. 사측에서 명예퇴직을 검토하면 노조에서 1만 명도 넘는 자기 식구를 정리해 드리겠다고 알아서 앞장서는 희한한 회사다. 한때는 ‘국가 신경망’을 담당한다는 보람으로 일했으나, 이제는 구성원 모두 파리 목숨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탄식과 더불어 출근한다는 KT.

 

이해관 대변인은 그런 회사에서 2011년 7월, 10명으로 새노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와 손잡고 이석채 체제를 끝장냈다. 그새 새노조원은 500% 급성장(?)해 50명 규모가 되었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의 한복판에서 노동운동의 앞날을 고민하는 이 대변인을 만나 잔인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이번에 8,300명을 잘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도 굴러가는 KT란 조직, 대체 어떤 곳인가?

예전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었다. 80년대 후반 기준으로 ‘교환양’이라는 여성 노동자만 만 명 가량 있었다. 이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캐비넷만 한 장비 하나가 처리한다. 이렇게 기술집약화되고, 유선에서 무선으로, 음성통신에서 데이터통신 위주로 통신산업의 환경이 바뀌었는데, 서구에서도 그러면서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기존 사회안전망의 활용 등으로 이 과정의 연착륙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복지체제가 없어 기술변화의 부담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했다. 그 와중에 공기업 KT가 민영화되기까지 했다. 통신이 국가 중요시설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노동자들에겐 철퇴가 가해졌다. 이번에 인력을 잘라내기 전까지 매출이 비슷한 SK텔레콤과 KT의 고용규모는 1:6이라는 게 증권가에서 자주 회자됐다. KT의 역사를 무시하고 단순히 이런 수치를 비교해 KT가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옳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에 시달리다 보니 2013년에만 KT 노동자 10명이 자살했다. 오죽 했으면 시민단체가 만든 대책위 이름이 ‘죽음의 기업 KT 공동대책위’였겠나.

 

지금 KT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깡그리 민영화시킬 수 있나? 그래도 한때는 국가 기간통신망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조직이었는데…. 

알짜였던 이동통신부문을 SK그룹에 매각하면서 KT의 민영화가 시작되었다. 당초에는 전체 지분의 1/3을 국가가 보유한다는 방침이었으나, IMF 위기 와중에서 급반전이 일어났다. “통신 공공성은 무슨 한가한 소리냐. 외환 조달이 더 급하다”는 논리 아래 전량 매각이 결정된 거다. 뉴욕에 다 내다팔아서 지금 해외 지분이 법정한도인 49%에 꽉 찼다. 맹골도 등 벽지나 도서 지역의 서비스는 여전히 KT 독점이라 경쟁 같은 거 없다. 높은 통신비로 거둬들인 수익금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투자자에게 배당 형태로 빠져나가고 있다.

 

1997년 이 나라를 덮친 IMF 위기는, 우리의 엄청난 통신비에까지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IMF 전까지는 그래도 민영화 담론이 민간부문 참여를 통한 통신비 인하 등을 내세웠으나, 그 후로는 오로지 외자 유치 일색이었다. 결국 KT는 외국기업처럼 되었고, 우리 국민은 OECD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를 부담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많이 쓰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데, 통신비는 예외 같다. 통신비, 왜 이렇게 비싼가?

거기도 이유가 있다. LTE니, LTE-A니 세계 최초 서비스 상용화를 내세우는데, 이게 전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런 기술이 없어서 상용화 안 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려면 새로운 장비를 깔아야 하는데, 이때 드는 장비 설치비 부담을 높은 이용료로 소비자들에게서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장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통신비가 엄청나게 높다는 뜻이다. 또 이동통신이 인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미명 아래 통신비 인상을 척척 인가해 주니까, 이동통신사로서는 새 기술을 채택하면 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외국에서는 통신비 규제가 엄격한데, 우리는 그저 “빠름, 빠름”만 내세워 규제 없이 국민들 통신비가 치솟게끔 방치한 셈이다. 외국과 달리 국민 호주머니 터는 시장 구조, 이 또한 민영화의 산물이다.

 

국민 편의와는 전혀 무관한 민영화, 노골적으로 노동자만 족치는 민영화라니……. 국민기업 KT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민영화의 출발은 삐삐 사업 하던 자회사를 선경SK에 매각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앞으로 돈 될 거라던 이동통신을 떼줬다. 지금 LG 유플러스는 또 돈 될 거라던 데이터통신 부문(데이콤)을 떼줘서 민영화한 거다. 민영화한 기업들이 원래 잘 나서 돈을 번 게 아니다. 돈 될만한 건 떼서 재벌에게 주고, 여전히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는 유선 부문을 떠안은 KT에게는 왜 이리 비효율적이라며 회초리를 든다. 이러니 국민들도 “KT 얘들은 왜 이렇게 구리냐. SK텔레콤은 저렇게 스마트한데?” 그렇게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런 흉악한 상황이 최근 수서발 KTX 논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새 업체가 새 철도를 깔고 영업하는 게 아니다. 기존 철도망을 같이 쓰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002 국제전화가 KT의 태평양 광통신망을 아주 저렴하게 같이 쓴 것과 똑같다. 이동통신도 KT가 관리하던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가져다 썼다. 알짜를 빼주면서 재벌을 살찌우고 공적인 부문은 계속 비효율적인 골칫덩이 이미지로 만들어 결국 팔게 하는 것이 바로 민영화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KT 새노조는 5월 1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반인권적인 퇴출기구 CFT(Cross Function Team) 해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이해관 전 위원장과 명예퇴직 거부로 인해 인사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200여 명이 참석했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얘기했듯 노동자들, 우리의 일하는 시민들이 ‘비효율적이다’는 이유로 정리된다. 그런 반인간적 과정이 민영화인 건가?

그나마 다행인 건 철도가 KT처럼 돈을 많이 벌지 못했으니까 우리처럼 지독한 민영화의 대상은 안 될 거라는 점이다. KT는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봤다. 그것도 전임 이석채 회장이 KT와 KTF를 합병하며 통합전산시스템 개발에 1조원을 투입하고도 실패했던 탓이지, 영업이익은 8,000억 원을 넘었다. 많이 벌 땐 2조원의 순이익을 보는 등 줄곧 돈을 번 회사가 KT이다. 그러다 보니 하이에나가 많다. 재벌들이나 외국자본이 왜 군침을 흘리겠나. 그러면서 공공적 책임은 외면되는 구조. 민영화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새노조의 기치에도 통신공공성 회복이 내세워져 있더라. 새노조 초대위원장이시기도 한데, 왜 새노조를 만들어야 했나?

KT 제1노조는 심각한 어용노조다. 이번에 3만 2천명 중 2만 3천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즉 조합원의 2/3를 쫓아내겠다고 노사합의 할 정도로 어용이다. 이 어용노조가 새노조의 한 출발점이 됐다. 또 통신노동자로서의 위상 저하에 따른 자괴감도 컸다. 민영화 후 최초로 매각한 자산이 바로 낙도 관리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배 두 척이었다. 이 얼마나 상징적인가. 통신의 보편성, 통신의 공공성이 사라진 뒤 통신노동자에게는 보람이 사라졌다. 통신 소비자들도 우리를 하나의 인간이 아닌 서비스해주는 기계 정도로 본다. ‘2~30년 싸워서 얻은게 월급 올라간 거 밖에 없나?’라는 자괴감이 컸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이제 새로운 기치를 걸고 노동운동을 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참여연대와의 통신비 인하 운동에 합류한 것도 그런 인식 때문이다.

 

젊은 노동자들의 새노조 가입도 늘고 있나?

젊은 조합원은 없다. 새로 뽑질 않고 구조조정해서 내보기만 하는 회사라서 그렇다. 이번에 내보내서 2만4천명 정도 남았는데, 1만5천명 더 내보내고 8천명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측의 얘기까지 돌고 있다. 조합원은 꾸준히 늘어 10명으로 시작한 게 50명까지 갔다.


악명 높은 강제인력퇴출 프로그램이 있다던데, 이번 명예퇴직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작동한 건가?

그렇다. CP라는 건데, C-Player, 즉 회사에 벌어주는 것보다 가져가는 게 더 많은 고령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이다. 내부제보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바로는 45일짜리로 아주 정교하게 짜여 있다. KT는 직무가 굉장히 다양한 전국사업장인데, 이 두 조건을 결합해 무한뺑뺑이를 돌리는 거다. 이 일 시켰다, 저 일 시켰다 하면서 일 못한다고 주의 주고 경고 주고, 또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그런 식의 비인간적 퇴출 압박이 가해진다. KT는 돈을 잘 버는 회사라 정리해고 사업장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사람을 들들 볶아 사표 쓰게 하는 비인간적 인력퇴출이 극성인 거다.

53살의 교환양 출신 김옥희 씨는 100킬로그램의 체구에, 당뇨를 앓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전보산대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하는 업무를 배당했다. 그러니 3년간 실적이 0건일 수밖에 없다. 돌고 돌리다 울릉도까지 가서 해고됐는데, 재판에서는 이겼다. 담당팀장은 “당신 때문에 나까지 피해 보게 생겼다. 이렇게까지 버텨야 되겠냐”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나온다. KT가 수립한 또 하나의 잔인한 기록으로는 한국 최초로 우울증 산재 판정을 받은 박은하 씨 사례도 있다. 쫓아내려고 3개월간 회사의 미행을 받은 걸 알고 쇼크로 쓰러져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은 경우다. 청주의 반기룡 씨는 사람 쫓아내다 우울증이 걸린 사례다. 이 분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CP프로그램의 실체가 알려지게 되었다.

 

새노조에서는 명퇴 강요 등 노동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렇게 처참한 인력관리가 진행 중이라면 내부의 지지도 높을 법한데?

많이 공감들 하지만, 공개적으로 지지하기엔 어려운 환경이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직장을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야말로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난 여기 월급 받으러 온 거야”라는 다짐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스트레스로 공격하는 셈이다. 그리고 여성 비하, 가정 폭력, 룸싸롱 음주문화 등 비정상적 형태의 탈출구를 찾곤 한다. 직장생활 30년째지만 이렇게 스트레스가 높았던 적이 없었다. 죽을 맛이라며 아침마다 “후우~” 심호흡 하고 직장 들어온다는 분들이 많다. 이런 문제를 직장에서 함께 해결하질 못하는 사이에, 직장은 그냥 그런 데가 되어 버린 거다. 이거야말로 위기다. 이런 노동인권 문제를 그 자체로 해결하기엔 너무 벅차기때문에 통신공공성 회복과 맞물려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새노조의 인식이다.

 

KT를 둘러싼 이슈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얼른 짚어보아도,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부동산 헐값 매각 및 인수합병 비리,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 제주도 7대 자연경관 가짜 국제전화 사건, 낙하산 인사, 갑을문제 해결, 이석채 체제의 희생자들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 그리고 정보유출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상 등이 현안이다. 그런데도 KT 사측은 새노조의 문제제기에 “가입 노조원이 수십 명에 불과한 KT새노조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대의 힘에 대한 기대가 크겠다. 

노동운동이 살아나려면 제 앞가림에나 급급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비싼 통신요금을 내는 소비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과거 노동운동은 정권 퇴진이나 국민의 통신주권 수호, 국민기업 사수 등을 내걸고 싸웠다. 이제는 그렇게 외부와 연대할 수 있는 주요 고리가 통신비 인하를 위한 통신공공성 투쟁이라고 본다. 통신노동자들은 부끄러워한다.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금 챙겨주려고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당초 우리가 취직한 곳은 통신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회사였다. 그런 데서 ‘나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데 공감대가 높다. 이런 가치의 결사체로서 노동조합이라야 생명력이 있지 않겠는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거의 모든 게 다 용인되는’ 험악하게 일그러진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새노조 운동을 하는 이 대변인은 일상으로 접하고 산다. 세월호 이후 표출되는 전 국민적 분노의 기층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런 자본 우위의 세상에서 일하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잔인한 일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이 대변인의 진단이다. 돈 이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용인되지 않는 사회. 노동인권을 통신공공성과 결합시킨 새로운 가치 아래 똘똘 뭉친 KT 새노조를 보며, 잔인한 자본에 맞서 인간의 가치를 가장 앞세우는 그들의 활동을 보며, 다시금 가치의 힘을 재확인한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박유안 

기웃기웃 번역가. ‘알트’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는 “까칠해도 친절하게”가 삶의 모토이며, “쟌 모리스를 번역한 작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밤엔 주로 땅고 추며 논다. 맘 놓고 춤 출 좋은 세상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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