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2월 2016-01-30   3841

[특집] 차별을 거두어야  ‘가족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특집_가족의 탄생

 

 

차별을 거두어야 
‘가족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글. 정현희 가족구성권연구모임

 

‘가족 다양성’, ‘다양한 가족’은 현대 사회의 가족변화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 중 하나이다. 학계에서는 가족 변동의 원인과 전망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가족 다양성의 증가가 현대가족의 특성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양친과 그 자녀로 이뤄진 (동거)가구 즉, 핵가족 이외의 비전형적인 가족 형태가 증가하는 가족 다양화 현상은 통계로서 강력히 뒷받침되고 있다. 

동거단위로 가구 형태를 들여다보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1세대 가구가 증가했으며, 3,4인 가구보다도 2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가 되었다. 1인 가구가 무서운 증가세에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가구원 규모가 축소되고 가구원의 세대가 단순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부와 미혼자녀가 동거하는 가구는 감소하고, 한부모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주의 10%가 배우자와 떨어져 살고 있는데, 이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다양한 가족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바꿔야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족 ‘다양성’ 개념은 논쟁적이다. 개인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개척하고 실천할 자유가 증대된 결과로서 가족 다양성을 설명하기에는 오늘날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고되고 숨가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핵가족의 단일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족들은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 주거 등 주요 사회정책은 4인 가구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고, 기타 ‘다양한 가족’은 결손가정, 취약가정 등으로 분류되어 비통상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가구 및 가족 변화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다양한 가족의 특성과 욕구가 배제된 사회정책의 표준화된 설계를 문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취한다면 소위 ‘맞춤형’ 사회정책이 하나의 대안으로 도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의 욕구에 맞출 것인가?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그 가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와 관련된 사회정책 뿐만 아니라, ‘공적 부양을 받을 정도로 무능력한가’, ‘얼마나 큰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가’, ‘애로사항을 어느 정도 거두어주는 것이 적정한가’, ‘이러한 가족의 발생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작동한다. 

예컨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 역시, 부모의 상황(이혼, 미혼, 청소년, 결혼이주민, 장애인 등)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를 수 있다.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교육 받을 권리, 양육에 필요한 충분한 보조, 적정한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적 지원이 ‘청소년 임신을 증가시킬 것이다’, ‘청소년의 부모가 부양하면 된다’, ‘입양이 현실적’이라는 반감에 부딪혀 임신·출산·양육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중요치 않은 문제로 간주되는 차별의 정당화가 작동하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가족에 관한 사회정책 등 제도의 문제 역시 낙인, 차별, 평등의 문제를 짚어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는 제도화 및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다양한 가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비통상적인 잔여적 복지로 남겨두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사회 2016년 2월호

 

등록되지 못하는 가족들
다양한 가족의 하나로 흔히 제시되는 것이 동성애자(부부) 가족이다. 한국 LGBTI(성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간성(intersex)을 합쳐서 부르는 단어)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11.6%가 동거 중이며, 이중 33.8%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트너 관계 및 공동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시급히 필요한 제도는 ‘수술 동의 등 의료과정에서의 가족 권리 행사’, ‘국민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인정’ 등 의료 및 건강 관련 안전망이 꼽혔다.

한국에는 동성결혼 법제가 미비하나 점차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권리담론이 풍부해지고 동성애자의 인권 보장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차별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는 동성결혼 반대운동으로도 조직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등록되지 못하는 가족들은 또 있다. 법무부 201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은 20만 8,778명으로, 이 중 미등록 이주 아동은 6천 여 명이고, 이주노동자, 무국적자, 난민신청자 등이 한국에서 출생한 자녀들까지 합하면 2만 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과 아동에게 가족은 ‘있지만 없는’ 것이며, 고용기회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서비스에조차 접근할 수 없다. 

2012년 유엔인권이사회 등은 유엔아동권리협약(한국 비준 1991년)과 합치되도록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자동적으로 보편적 출생등록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도입하고 조치를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국회에서도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반외국인 정서와 자국민 역차별과 불법체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정이 지체되고 있다.

 

다양한 불행이 아니라, 다양한 행복으로
차별의 장벽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에 대비할 수단을 누군가에게는 쥐어주지 않는 사회적 구조이다. 이는 다양한 가족에게 필요한 가족정책이란, 여타 차별을 거둬내는 제도들과 함께 시행되어야함을 시사한다. 차별의 장벽을 넘어야만 개인들 혹은 가족들 간의 차이가 불러오는 삶의 차이는 ‘다양한 불행’이 아닌 ‘다양한 행복’으로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월간참여사회 2016년 2월호
[특집] 가족의 탄생

각자도생의 사회와 가족, 그리고 개인 신경아
가족이 달라졌다 김유경
새로운 가족정책이 필요하다 송다영
차별을 거두어야 ‘가족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정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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