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일주일에 하루, 고기 없는 날

일주일에 하루,
고기 없는 날

 

 

“밥이나 한번 먹자”, “차 한잔할까?” 라는 말이 이토록 간절해질 거라는 걸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어쩌면 당분간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찮게 여겼던 ‘일상’의 가치를 일깨워준 게 ‘코로나19’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스크가 우리 삶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온 이후, 달라진 일상이 해를 넘기도록 여전합니다.

 

2020년 첫눈이 내린 날,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이 넘었다는 소식도 함께 왔습니다. 해외에서 백신이 개발되고 첫 접종 소식도 들려옵니다. 기다리던 백신 소식은 코로나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가도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또다시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독감처럼 유행하다 금세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는 두 해를 건너도록 출렁이는 그래프를 그리며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신규 확진자 숫자에 희비가 엇갈리는 나날입니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우리 삶을 송두리째 쥐고 흔드는 이 팬데믹의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짚어주는 곳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상한 일 아닌가요? 이토록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왜 밝혀내지 못하는 걸까요? 정말 모르는 걸까요? 그저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모두가 백신 개발에만 매달려있는 것 같아요. 물론 백신 개발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온전하고 안전하게 격리시켜줄까요?

 

지난 50년간 도살된 동물 수, 80억에서 640억 마리로 늘어

미국 미네소타 대학 글로벌연구소의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공장식 축산업을 통한 바이러스의 종간 이동과 확산이 코로나19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 수많은 동물을 밀집 사육하니 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지난 50년 간 인류가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한 가축 수는 소가 두 배, 돼지 네 배, 닭이 열 배 늘었습니다. 50년이라는 시간을 가늠하면 별거 아니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 사이 함께 증가한 인구수를 감안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캐나다 식량학자 토니 웨이스에 따르면, 세계 인구가 30억 명 남짓하던 1961년, 일인당 연평균 섭취량은 육류 23kg, 달걀 5kg이었는데, 70억 명이 되던 2011년에는 고기 43kg, 달걀 10kg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겨우 반세기 만에 인당 고기 소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인구수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건 대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축을 기르고 먹었다는 걸까요? 토니 웨이스는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도살된 동물이 80억 마리에서 640억 마리로 늘었다고 말합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82호)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82호)

북극권 영구동토층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그 안에 냉동되어 있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Wikicommons

 

기후위기는 감염병 발생·확산 가능성을 더 키운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를 뜨겁게 합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도가 올라가는 곳은 북극권입니다. 태양빛을 반사하던 빙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가뭄으로 인해 시베리아에는 산불이 끊이질 않습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시베리아, 알래스카를 거쳐 캐나다 북쪽에 이르는 북극권에는 한여름에도 땅속 얼음이 녹지 않는 ‘영구동토층’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이상 고온으로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이 얼음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출될 위험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2016년 러시아 서부 극지방에서 탄저균에 감염된 순록 고기를 먹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여름, 우리는 비가 50일 넘게 내리는 장마를 겪었습니다. 기온이 상승하고 강우 패턴이 바뀌면서 감염병이 발생하고 퍼져나가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육류 소비 줄이면 감염병 불안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대략 곡물 사료 6kg이 필요합니다. 이런 까닭에 전 세계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쓰입니다.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데 고기를 얻기 위해 이토록 많은 곡물이 가축에게 가고 있어요. 지난 50년간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의 4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OECD 국가들이 고기 소비를 지금보다 절반만 줄여도 배를 곯는 인류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좁은 케이지에 수많은 가축을 가둬 기르며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면, 인류의 감염병 불안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요? 모두가 채식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일주일에 딱 하루 고기 없이 살아보자는 겁니다. 

 

2019년에 사료를 재배할 땅을 마련하느라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2018년 대비 80% 넘게 증가했습니다. 탄소를 저장하는 숲이 불타면서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 탄소는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듭니다. 우리가 고기 소비를 조금만 줄이면 지구를 가열시키는 일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부쩍 올라갑니다. 과도하게 고기를 생산하느라 벌이는 이런 행위에 대한 성찰 없이 백신만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❶  라즈 파텔, 제이슨 W. 무어,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북돋움, 2020. p203-205


글. 최원형 환경생태작가 

우연히 자작나무 한 그루에 반해 따라 들어간 여름 숲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큰유리새를 만났습니다. 큰유리새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음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생태 환경을 바랍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외 다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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