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

– 사회적 인권 시리즈를 시작하며-

경찰에서 가혹수사를 받은 사람은 인권침해로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거주지에 적절한 여가시설이 없어서 문화생활에 불편을 겪은 사람이 인권침해로 지역단체장을 고발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려다가 통행편의시설이 없어 좌절하는 장애인들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대우에 대해 고발한다면? 또, 현재 받는 급여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노동부를 상대로 인권침해 구제신청을 낼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산업재해 강도와 사망률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정부 또는 전경련을 상대로 고발할 수 있을까? 빈곤층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교육층, 장애인, 여성가장들이 이 현실은 ‘팔자탓’이 아니라 인권침해라고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인가? 늘어나는 소년소녀가장들은? 물론 우리 현실과는 먼 이야기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민권과는 달리 복지관련 문제는 재판정 피고석보다는 정부의 회계장부에 더 가깝고 인권이라기보다는 불편사항으로 인식된다. 즉 권리가 아니라 국가의 시혜조치가 필요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서유럽에서는 80년대를 풍미했던 신보수주의의 자유시장경쟁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왔다. 그 좋은 예가 1989년 11월 유럽공동체가 채택한 “노동자의 근본적 사회권헌장(The Charter of Fundamental Social Rights of Workers)”이다. 여기서 ‘노동자’는 피고용인 일반을 가르키므로 이 헌장은 유럽의 복지헌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아직 법적 효력은 없지만, 유럽의 각국은 이 헌장으로 말미암아 “근본적인 사회권”을 보장할 의무와 “각국의 시장운영을 그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조치를 실행”할 의무를 지닌다. 기본적인 취지는 피고용인들의 복지권을 반드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운영함으로써 사회통합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사회권침해를 다루는 유럽재판소를 설치하는 안도 제안될 예정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 사회권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과 논의는 매우 낮은 수준이며 사회권 보호제도 역시 매우 초보적인 단계이다. 유럽이 사회권헌장의 취지에 비춰보면 사회통합성보다는 국가발전을 앞세운 절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결과는 복지의 후진성과 취약한 공동체의식 즉 사회통합성의 위기이다. 200백만에 이르는 절대빈곤인구의 존재, 찾아보기 힘든 장애자 편의시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최고에 가까운 산업재해, 직업현장에서 무시되는 모성보호, 아이들의 통학로에서의 교통사고, 무시당하는 노령층 인구, 증가하는 범죄율…… 우리에게는 부끄럽기만 한 사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과연 이를 두고 예산부족만 탓할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 한국정부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약칭 사회권규약)에 가입하고 비준함으로써 시민권과 아울러 복지분야의 여러가지 사회적 권리로 공식 인정한 처지이다. 때문에 예산만 탓할 입장이 못된다. 인권은 돈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법부가 존재한다면 국제법은 비준과 함께 국내법적 효과를 가지게 된다. 비준국가는 복지권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국민 각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충분한 생활보장을 받는 수준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며, 또한 복지의 최저수준만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가능한 수준의 최대 보장을 지향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나아가 비준국 정부는 사회권의 증진을 위해 시민사회의 충분한 참여를 불러일으키고 사회취약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특히 이 국제사회권규약에 상응하는 각종 입법화를 통해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국제사회권규약의 림버그(Limburg)원칙)

귀에 익은 ‘선발전 후분배’론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우리 정부는 스스로 비준한 국제규약을 별로 지키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홍보하지도 않는다 (주위에서 국제 사회권규약 한글판 또는 영문판을 보신 분은? 1993년12월 정부가 매우 부실하고 부정확한 우리나라 사회권보고서를 유엔에 ‘슬쩍’ 제출한 사실을 아시는 분은?) 이런 사실은 국회에서도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성장의 ‘후분배’가 실제로 되고 있는지 정부 또는 민간차원에서 진지한 검토를 한적도 없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사회권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규약의 비준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복지=인권’이라는 명제에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홍보소홀이 주 원인이지만 언론에서도 사회권이 생소하기는 비슷하다. 이에 참여연대 인권센터에서는 사회권에 대한 시민의식과 관심을 높이고 인권으로서 사회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사회적 인권 시리즈」를 4회에 걸쳐서 시작한다.

복지는 인권이다(사회권 인권 시리즈)

▶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

– 사회적 인권 시리즈를 시작하며-

인권으로서 사회권과 사회권의 핵심-95년 5.6월호

우리나라 사회권 실태와 사회권 보장상의 쟁점

시민운도의 과제와 사회권헌장 제정의 필요성

진정한 사회발전의 길과 민주주의 발전 인권의 삼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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