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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0월
  • 2008.09.01
  • 1088
  • 첨부 3




참여연대 제2기 인턴 참가후기


뜨거운 태양 못지않던 우리들의 열기

장익수 참여연대 2기 인턴 isjang@isjang.com

벌써 가을이 다가온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햇볕이 유난히도 따가웠던 여름이 괜스레 그리워진다. 이번 여름을 함께 했던 참여연대.

난 살면서 얼마나 의식 있는 삶을 살아왔는가. 참여연대에서 인턴을 하면서 가장 많이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다. 인턴을 지원한 동기는 나의 꿈이 해외봉사단체나 NGO에 들어가서 구호나 원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라 NGO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뜬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나는 뜬금없는 조바심에 꽤나 망설였다. 한 순간 한 시간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는 대학교 고학년으로서 남들과 같이 영어공부나 취업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참여연대 인턴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것을 줄까? 하는 생각들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본다면 참여연대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한 지는 꽤 되었지만 실제로 찾아가 본 것은 면접 날이 처음이었다. 통인동으로 옮겼다는 소식은 전해 듣고 있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예쁘게 생긴 건물과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에 마음이 들떴다.

솔직히, 인턴을 하기 전에 나는 그냥 놀기 좋아하는 보통의 대학생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런 나 자신이 싫증이 나고 한심하게 느껴져 이번 여름을 어떻게 하면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평소 같으면 눈도장만 찍고 넘어가 버리는 사회관련 이슈들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고 이 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도 잘 들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는,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고 자란 가을의 잘 여문 보랏빛 포도알처럼 성숙해진 느낌이다.

인턴 합격이 결정되고 처음으로 참여연대 2기 인턴들이 모이던 날, 느티나무 홀에는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역시나, 체면치레 하지 않는 우리 인턴들은 바로 다음 날부터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사람들처럼 왁자지껄 편해지기 시작했다. 인턴 업무는 크게 교육과 부서 지원으로 이뤄졌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단체 방문이나 직접행동 기획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님께서 직접행동에 관한 강연을 통해 촛불집회를 바라볼 수 있는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주셨고, 홍기빈 선생님께서는 68혁명을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세계사적 맥락에서 우리가 어떤 배경에 서 있는지에 대한 열강(!)을 해주셨다.

회원들에 의해 움직이는 참여연대

교수님들의 강의는 인턴들끼리 나누었던 세미나에서 자주 등장했던 화두와 어떤 면에서는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88만원 세대라는, 우리를 대변하는 그 처절하고 명확한 외부적 호칭 대신 우리가 주체적으로 얻어내거나 생산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인턴들은 참 즐거워했던 것 같다. 직접행동 기획을 위해서 여러 주제를 놓고 토론했을 때도, ‘강연을 더 듣고 싶다’며 간사님에게 졸라보자고 작당(?)을 하기도 했다.

언젠가 홍기빈 선생님이 폴라니의 책인 『거대한 변형』과 관련해 던졌던 화두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세대보다 일찍 자유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에 노출된 우리는,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이 일찌감치 거세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토플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나, 참여연대 인턴을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너 나중에 취직 어떻게 할래’라는 농담을 들었다는 다른 인턴들의 이야기들 역시 모두 이런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는 타인보다 어떻게든 한 발짝이라도 앞서 가야 한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조바심 말이다.

평소엔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들도 체험했다.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면서 각자가 내린 판결에 대해서 의견도 나눠보고, 직접행동을 기획하면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홍보하는 길거리 퍼포먼스도 해보고, 생전 처음 기자회견도 구경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입법청원서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간사님들과 자원활동가들을 보면서 시민단체에서 하는 일을 직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서 느낀 건 참여연대가 활동가들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회원분들과 자원활동가분들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활동가들에게 침을 놓으시며 건강을 봐주시는 할아버지, 사무실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 하나, 더운 여름에 오아시스 같은 수박 한 통과 아이스크림…모두 그 분들의 정성이 한땀 한땀 이루어져서 이 참여연대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인턴 경험이 빛을 발할 내일을 기다리며


6주간의 인턴생활을 마친 지금, 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개강 전에 짬을 내서 영어 학원을 다니고 도서관에 가고, 고시공부를 하는 친구들과 만나서 암울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한 가지 정도는 있는데 우리 참여연대 식구들과는 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좀 더 큰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2기 인턴들과 나누었던 소소한 이야기들 앞으로도 참 오랫동안 문득문득 그리워질 것 같다.


   


더 어려워진 취업난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격란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넣으려고,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려놓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의 가치는 단순히 책상 위에서 매겨진 토플이나 토익 점수, 자격증이나 학교 점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내 안에 쌓여가는 경험이 실력으로 녹아들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번 인턴은 무보수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일한 대가를 반드시 돈으로 환산할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건 자기가 한 일 또는 행동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고 가치가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오 헨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발길을 이끌어주는 유일한 램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경험이란 램프이다.’ 참여연대에서 나는 소중한 경험을 했고 그것이 내 미래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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