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2월 2008-12-04   2416

기획_말과 사회




말과 사회


핵심어로 살펴보는 2008년의 한국 사회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hol.com



우리는 매일 많은 말을 하고 듣고 살아간다. 한 해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듣게 될까? 말은 사회의 상태와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이다. 우리는 말의 변화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른바 ‘담론분석’이라는 연구방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어학에서는 사람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말이 사람을 만든다고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사람이 말을 만들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 개별적인 사람에 앞서서 존재하는 사회적 실체가 되어서 오히려 사람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말은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이 우리를 멋대로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해를 돌아보면 참으로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한 해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핵심어를 고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핵심어를 과연 어떻게 골라야 할까? 우리는 먼저 두 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가 많이 하거나 들었던 말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이다. 앞의 것이 양적 기준이라면, 뒤의 것은 질적 기준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기준을 정하더라도 실제로 핵심어를 고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너무나 많은 말들을 했으며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우리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어떤 말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졌을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고심해서 열 개의 낱말을 골랐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것뿐만 아니라 희망을 준 것들도 찾고자 애썼다. 그래서 여섯 가지 문제의 말과 네 가지 희망의 말을 찾았다. 이제 이 말들을 통해 2008년의 한국 사회를 대략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이명박에서 비롯된 여섯 가지 문제말

먼저 일곱 가지 문제의 말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그 중에서 단연 첫번째로 꼽히는 것은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자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경제성장을 약속해서 대통령이 된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최대의 거짓말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세상을 웃겼다. 오바마가 추구하는 변화와 그가 추구하는 변화는 거의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 오바마가 한미FTA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오바마에게는 분명히 모욕에 해당하는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지난 대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말이건 다했던 것이 아닌가? 그는 대통령 후보로서나 대통령으로서나 말을 너무 막 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단순히 말을 막 하는 차원을 넘어서 주권자인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은 나쁜 말과 틀린 말을 일삼고 있으며, 이 때문에 깊디깊은 불신과 불안을 초래했다. 

둘째, ‘강부자’이다. 이 말은 ‘강남 땅부자’를 뜻하는 말로서 이명박 정부의 주체를 뜻한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을 비롯해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대체로 ‘강남 땅부자’라는 사실에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권은 ‘강부자’ 정권으로도 불린다. 부자가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부자가 어떤 부자이며, 어떤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흔히 ‘천한 자본주의’라고 불리거니와 ‘강부자’는 바로 ‘천한 부자’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종부세 무력화’ 정책은 그 좋은 예이다. 마땅히 내야 할 세금조차 내지 않겠다는 것이 ‘종부세 무력화’ 정책이다. ‘강부자’는 정말 ‘천한 부자’이다. 강만수 재정장관은 ‘부자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외치며 ‘종부세 무력화’를 강행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종부세 무력화’의 최대 수혜자는 이명박, 유인촌 그리고 강만수이다. 강만수 재정장관은 전국민의 2%밖에 되지 않는 ‘강부자’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기 위해 98% 국민의 가슴에 거대한 전봇대를 박았다.

셋째, ‘고소영’이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이 말도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말로서 널리 퍼졌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 세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서 ‘명세빈’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은 ‘명확히 세 가지가 빈약한 사람’을 뜻한다. 우습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은 인재를 이 따위 방식으로 구하는가? 이런 식으로 인재를 구했으니 나라가 망국의 기로에 처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소영’에서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소’이다. 이것은 ‘소망교회’를 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이 교회의 장로이며, 강만수 재정장관, 유인촌 문화장관이 모두 이 교회의 ‘교우’이다. ‘소망교회’의 위세가 등등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교회가 그야말로 때를 만났다는 듯이 기세등등하다. 이 때문에 심각한 종교갈등마저 빚어졌다. 그리고 ‘개독’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넷째, ‘대운하’이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토건국가이다. 토건국가는 막대한 재정을 투여해서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끊임없이 벌이는 기형국가를 뜻한다.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다. 정부는 각종 대규모 토건사업에 매년 50조 원 이상의 혈세를 퍼붓고 있다. 이 엄청난 돈을 복지, 교육, 문화, 생태에 쓴다면 이 나라는 머지않아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복지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늘 복지재정이 부족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이렇게 많은 돈이 헛되이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 이것도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에서 토건국가의 개혁과 복지국가의 건설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런데 ‘대운하’는 토건국가를 극단화하는 정책이다. 토건업자 출신 대통령다운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80%를 넘는 국민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세력은 이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대운하’는 완전한 망국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섯째, ‘광우병’이다. 광우병은 소에게 소를 먹여서 생기는 문명병이다. 이 병은 우리의 문명이 얼마나 병들고 잘못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소에게 풀을 먹여야지 왜 소를 먹이는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의 문제를 크게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계속 규제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취임과 함께 이 규제를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우리는 심각한 광우병 위험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공포와 분노가 세계적인 촛불시위의 동력이 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에게 광우병을 강요하는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문제는 너무나 크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 정책을 ‘미국의 선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이 선물은 이명박 세력이나 실컷 즐겨야 할 것이다.

여섯째, ‘경제위기’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하늘도 노했던 것일까? 그러나 사실 이 경제위기는 상당한 정도로 이미 예측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말로 허황되게도 ‘경제대통령’의 ‘747 공약’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당선되었다. 한국 경제는 이미 너무나 크기 때문에 7% 성장이 불가능했을뿐더러 세계 경제의 상황에 비추어봐서는 더욱 더 그랬다. 그러나 이명박 세력은 7% 성장을 외쳤다.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고환율 정책을 강행했다. 그 결과 불과 10개월 만에 이 나라의 경제는 크게 망가지고 말았다. 이것은 토건과 투기로 축재한 세력에게 경제를 맡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무능해서 부패하는 세력은 결국 나라를 망칠 수밖에 없다.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희망의 말

2008년은 끔찍한 한 해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저 전주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식민 지배세력은 독재 지배세력이 되었으며, 민주화 20년은 이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개선은 갑자기 중단되고 다시금 친일-독재 지배세력의 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반지의 제왕’을 손에 넣은 악마가 위세를 떨칠 판이다. 그들은 심지어 십자가마저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희망의 말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촛불’이다. 이명박 정권이 강요하는 광우병 위험에 맞서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서 저항했다. 이 시위를 주도한 것은 놀랍게도 10대 소녀였으며, 그리고 주부였다. ‘살림’의 주체인 그들은 이명박 정권이 강행하는 ‘죽임’의 정책을 막고자 했던 것이다. ‘촛불’은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었다. 그것은 무차별적 성장의 길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진정한 발전의 길이다. ‘촛불’이 밝게 빛날수록 이명박 세력의 어둠은 더욱 더 짙어졌다. ‘촛불’은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진정한 선진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진보-개혁세력도 ‘촛불’의 교훈을 올바로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 ‘아고라’이다. ‘다음’이라는 포털업체에서 운영하는 ‘아고라’라는 인터넷 서비스는 이제 한국에서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토론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이명박 세력이 가장 미워하는 것은 문화방송의 ‘PD수첩’과 다음의 ‘아고라’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PD수첩’과 ‘아고라’는 시민들의 뜻을 가장 올바르고 예리하게 전달하는 매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명박 세력은 전두환 시절과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언론장악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KBS뿐만 아니라 MBC도 장악하고자 하며, 인터넷도 강력히 규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화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아무리 언론을 규제해도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그저 정권의 무능력과 폭력성을 증명할 뿐이다.

셋째, ‘사제단’이다. 이명박 정권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촛불’이 꺼질 지경에 이르렀을 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나서서 ‘촛불’을 지켜주었다. ‘사제단’은 종교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었으며, ‘개독교’의 문제를 돌이켜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올해 들어와서 널리 퍼진 ‘개독교’라는 말은 기독교를 비판하는 말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기복성과 패권성으로 악명이 높다. 시커먼 밤하늘에 둥둥 떠 있는 시뻘건 십자가들은 그 명확한 상징이다. 개신교는 심지어 ‘세습’이라는 황당한 문제마저 일삼고 있다. ‘사제단’은 이런 사이비 기독교가 아닌 진정한 기독교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넷째, ‘미네르바’이다. 보통명사로서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을 뜻하는 아테네의 로마식 이름이다. 그러나 고유명사로서 ‘미네르바’는 2008년 가을에 ‘다음’의 ‘아고라’에 경제위기에 관해 대단히 명확하고 흥미로운 글을 계속 올린 한 시민을 뜻한다. 이 사람은 전문지식과 실무지식을 겸비하고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을 계속 올려서 국민적 인물로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의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각성에 대한 것이다. 그는 강부자에게 속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정말 우리 모두 열심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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