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7   1074

포커스_한반도 평화와 군사연습

한반도 평화와 군사연습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sparkoh606@hanmail.net

탱고? 남미의 격정적 춤이 떠오른다. 그러나 올해 여름을 거치면서 알게 된 또 한 가지,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를 줄여 탱고(TANGO : Theater Air, Navy, Ground Operation)라 부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에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군 수뇌부가 모여 전쟁을 지휘, 통제하는 지하 벙커다. 최첨단 군사시설과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쟁 룸은 적군의 규모 및 공격 방향, 속도 등에 대한 정보와 아군의 병력 및 대응태세,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궤적까지 대형화면을 통해 보면서 작전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 하나, 스키프(SCIF)는 한국군 고위관계자들도 쉽게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는 극비구역으로 최첨단 정보시설이다. 한반도 상공을 감시하는 첩보위성과 주한미군 U-2정찰기의 대북 감시정보는 물론 미 본토의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이 파악한 첩보를 실시간 받아 볼 수 있단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드나드는 청계산 자락에 첨단 전쟁시설이 있으리라 짐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이라는 긴 이름의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총지휘하는 곳도 이곳이라는 사실을 경찰도, 인근 주민들도 모른다.

한국정부, 고민에 빠지다

8월초 정상회담이 합의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의제는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통일이다. 주무부서인 통일부 장관은 고민에 빠졌다. 정상회담 기간과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기간이 딱 겹친 데다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정상회담 기간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미국은 “한미 양국 간에 계획된 훈련은 사실상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쐐기를 박고 나섰다. 국방부는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과 연계되어 열리는 한국군의 충무훈련과 화랑훈련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미연합사가 주도하는 을지 포커스 렌즈 연습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미군이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또 다시 증명된 셈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시나리오

매년 8월 말에 실시되는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에 대해 한미연합사는 ‘통상적 방어훈련’으로서 작전계획 5027-04의 시행절차를 익히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계5027의 작전목표는 ‘북한 정권 제거’, ‘북한군 격멸’, ‘통일여건 조성’임이 국회에서 폭로된 바 있다. 북한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 시나리오에 따른 연습을 방어연습이라 주장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뿐만 아니다. 을지 포커스 렌즈 연습은 세계최대의 모의 전쟁연습이자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최대·최고 규모의 전쟁연습이다. 군대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주요부서와 지정된 민간시설도 참가한다. 올해만 해도 미군 1만 명과 한국의 민관군이 총동원되었다.

북한 정권 제거라는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 종심공격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한반도 전역이 전쟁터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승자도 패자도 없는 남북 공멸의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러한 전쟁계획은 보통 미국이 제안하고 미국에 압력에 의해 완성된다. 작계5026, 5027-04의 수립을 한국 정부가 반대했었다는 사실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틀어쥔 미군이 한반도 전쟁 위기와 방어준비태세 상향발령, 전시전환 및 전쟁의 확대를 주도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국의 국익과 판단에 따라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헌법 틀 벗어난 군사연습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은 우리의 안보전략이자 국방목표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국방부, 2006 국방백서)에 어긋나며 헌법 전문(통화통일의 사명)과 제4조(평화통일 정책 추구)에 위배된다. 전쟁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흐름과도 역행한다. 전쟁 날 걱정을 50년 동안 가슴에 담고 살아온 우리네의 평화에 대한 염원과도 맞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문제가 동북아 외교의 초점이 된 지금,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안보전략에서 헌법과 평화통일에 부합하고, 남북이 상생하는 방어위주의 군사전략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일상에 드리운 전쟁연습의 그림자

하나, 탱고 주변에 미8군 사격장이 있다. 주민들의 생활권과 겹쳐있고, 울타리도 분명치 않다. 주민들은 미군들은 수시로 편을 갈라 사격연습을 한다고 증언한다. 길을 잃은 등산객이 사격장에 잘못 들어섰다가 큰일 난 뻔 한일도, 텃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사이데 두고 사격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둘, 아무런 안내 표지도 없으나, 고속도로와 탱고 출입초소를 바로 연결하는 도로가 있다. 보통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려면 인터체인지를 거쳐야 하는데 이 길을 이용하면 고속도로에서 바로 탱고로 들어갈 수 있다. 지켜보고 있노라니 미군 차량들이 줄을 지어 이 도로를 이용한다. 반대편 고속도로도 마찬가지, 부산에서 양재방면 고속도로에서도 바로 탱고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탱고를 오가는 미군을 위한 특혜가 아닐까?

셋. 훈련기간 내내 빨간 머리띠에, 총구에 빨간색 고리를 끼운 한국군들이 보인다. 한국군 훈련은 연기하기로 한 결정은 어떻게 된 것일까? 정부의 결정이 한미연합사가 주도하는 훈련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국방부 발표는 생색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것일까.

한국 평화운동 사상 처음으로 탱고 앞에서 시위 전개

8월 17일, 전쟁지휘소 위치가 확인되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알릴 것인가? 우선 의기투합한 단체들끼리 탱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전쟁 연습이 시작되는 20일, 한국 평화운동사상 처음으로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 앞에서 기자회견과 반전평화시위가 벌어졌다.

계속해서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졌지만 더 많은 회원들과 시민들이 현장에 참여해 보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주말을 이용해 청계산을 등반한 후 탱고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이 어쩔 줄을 모른다. 미군이 계속 항의하고 위에서 압력이 내려온단다. 만일을 위해 집회신고를 냈는데도 병력을 동원해 길을 가로 막고 나섰다. 그러나 한걸음, 두 걸음 어려움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 마침내 전쟁연습 중단과 평화를 위한 촛불을 켰다.
하나, 둘씩 모인 촛불이 더욱 늘어나 청계산을 완전히 에워쌀 수만 있다면, 평화는 어느덧 우리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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