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3   997

특집_한반도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물에 잠기는 한반도

물에 잠기는 한반도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ckpark@kwandong.ac.kr

새해가 밝자 우리사회는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일반 국민들은 더욱 헷갈린다. 특히 홍수문제에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그러나 운하가 홍수발생 위험을 증가 또는 감소시킨다는 논란은 ‘진실’과 ‘거짓’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혼란으로 내몰고 있는 원인은 운하에 대한 공학적 논의는 없고 오직 정치적 논란만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점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게 되면, 공학적 논의에 바탕을 둔 진실과 거짓의 실체는 흐려지거나 사라지게 된다.

홍수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조건

지난 3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간 4개 정도이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에 의하여 홍수의 위험은 점점 가중되고 있고, 2002년에 발생한 태풍 루사는 기존의 최대 강우량 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강릉지역의 경우 1년 동안 내리는 강우량의 70%가 하루 동안 발생하였고, 전국적으로 인명피해는 246명에 이르렀고 재산피해액은 5조 원을 넘었다. 홍수는 너무나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 다가와 있다.

현재 찬성 측에서 참조하고 있는 운하는 독일의 MD운하인 듯하다. MD운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운하로, 길이가 171km에 이르고 공사기간은 32년이었다. 이미 독일사회에서조차도 MD운하는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양하고 있는 물류시스템’이다. 더구나 독일과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은 너무나 다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1년 강우량의 2/3가 발생하는데 반해, 독일은 연중 고르게 강우가 발생하고 있다. 두 나라사이의 홍수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간접 비교는 가능하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한강의 홍수량 규모가 약 32,000㎥/sec 정도였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1995년 1월에 기록적인 대홍수가 발생하였다고 떠들썩했던 라인강의 경우 한강보다 유역면적이 약 8.5배인데도 그 당시 홍수량은 12,000㎥/sec 정도였다. 즉 유역면적당 홍수량 비율을 살펴보면, 라인강에 비해 한강의 홍수집중도가 약 23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홍수피해위험이 독일보다 더 심각하고, 운하구조물의 설계도 훨씬 어려울 것이다.

운하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공학적 문제는 고도차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있다. 경부운하 건설계획에 따르면 낙동강과 한강에 19개의 갑문과 리프트를 설치하여 고도차를 극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개의 갑문이 극복해야 할 고도차는 약 12m로 예상되고 운하의 수심이 6m임을 감안하여, 갑문이 설치되는 지점에서 주운댐(운하 운영에 필요한 물 확보를 위해 건설하는 댐)의 모식도를 다음 그림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그림에서와 같이 어느 한 지점에 주운댐을 설치하면, 주운댐을 기준점으로 상하류 사이의 주운수위차가 12m가 되어야 한다. 논의의 편의상 주운댐이 설치되는 하천바닥을 기준점으로 주운댐 상류 측의 운하수심(즉 상류수심)을 6m로 설정하고, 하류수심을 -6m로 설정하게 되면 주운댐은 12m의 수위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 하천에 주운댐을 설치할 때 하천상황에 따라 기준점이 이동될 수도 있지만, 주운댐 부근의 변화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그림에서와 같이 주운댐을 설치할 경우 댐부근에서 발생하는 수리수문학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홍수위험을 고려한 주운댐의 설계가 필요

먼저 주운댐 상류지역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검토한다. 운하수심을 6m로 유지하기 위하여 상류부의 운하수면은 기준점에서 6m 위에 설정된다. 운하가 기능을 유지하려면 즉 운하 수로에 배가 지나가려면, 운하수심은 항상 6m로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하천단면에서 주운용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홍수소통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게 되므로, 홍수발생시 그 공간만큼 홍수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모식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운댐 직상류부에서 홍수위는 산술적으로 약 6m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다 정확한 홍수위 상승량을 산정하려면 평상시 하천수위, 주운댐에 의한 수위강하량(즉 상류에서 사류로 바뀜으로 인하여 수위강하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찬성 측은 현재까지 홍수시 운하댐에서 운영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홍수조절 방안을 제시한다면 보다 정밀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홍수위가 6m 상승한다면 홍수위험을 저감시키기 위하여 제방을 더 높이거나, 하천변 주택지와 농경지를 침수시키는 것이 대안이다. 제방을 쌓을 경우, 주운댐 직상류부에서 약 6m 정도의 제방을 높여야 하는데, 마을 하천변에 거대한 성곽이 들어선다면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차치하고 마을 주민들은 경관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마을을 침수시킨다면, 하천변을 따라 거주하는 이주민에 대한 대책을 둘러싼 엄청난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한편 본류에서 수위가 상승하면 지류로 물이 역류하게 되므로, 지류 역시 비슷한 홍수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이와 같이 홍수위험이 증가되는 구간은 한강과 낙동강의 본류에서 적어도 120km 이상이 될 것이다.

한편 주운댐 모식도의 댐하류부에서 운하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12m 이상 하천바닥을 파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댐상류부에서 홍수위험을 감속시키려면 준설을 더 깊이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무한정 깊게 준설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운댐 상류부에서 홍수발생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존 농민을 배제한 개발계획의 허구

찬성 측에서 운하를 건설하면 오히려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p25의 그림을 살펴보자. 이 그림은 찬성 측의 대표적인 홍보책자인 『왜 한반도 대운하인가?』(2007, 추부길)에 수록된 그림이다.

이러한 모식도를 그린 배경을 추론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상도의 하류부에서와 같이 운하댐을 건설하고 댐 왼쪽편에 갑문을 설치하여 배를 이동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댐상류 쪽에는 커다란 호수를 만들 수 있다. 운하가 건설되기 전의 모습은 황량한 농촌전경을 보여주고 있는데, 운하를 건설하고 나면 커다란 호수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내륙지역이 개발될 수 있다는 논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가상도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운하를 위한 주운댐을 만들면 댐상류부의 대부분이 침수되는 전경이다. 즉 커다란 호수는 농경지와 주택을 침수시켜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즉 댐이 건설되면 댐 상류부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수위상승이 근본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만약 수몰지를 만들지 않으려면 약 6~7m의 제방을 쌓아야 하고, 수몰시키려면 수몰주민들에게 농경지와 주택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농민들은 보상비를 받는 대신에 생활터전을 상실하게 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림에서와 같이 수몰지역은 스포츠테마파크로 개발될 것이다. 문제는 수몰지 농민들은 그러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하므로 결국 외지자본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운하건설로 내륙개발은 이루어지겠지만, 기존 농민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개발이 이루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사회가 ‘단순히 스케치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싸고 심각한 논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다. 노선도 확정되지 않은 운하를 당장이라도 착공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에 일부 전문가들이 ‘논리도 아닌’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찬성 측은 아직도 ‘실체가 없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운하가 통과하는 지자체들은 운하를 둘러싼 각종 개발계획을 경쟁하듯 제시하고 있고, 운하가 가져다줄 ‘대재앙(홍수와 수질오염)’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아니 ‘대재앙’의 실체를 모르는 듯하다. 이렇듯 운하에 대한 일방적 정보, 그것도 왜곡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건설될 운하는 우리 사회를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신중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밀어붙여서 공학적 뒷받침을 할 수있는 사업이 아니다. 적어도 토목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운하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운하를 만들려면, 홍수와 수질오염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충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를 독점하고 밀실에서 계획하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개최하여 만들어질 운하는 사회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운하검증단’을 구성하자. 100원 투자하면 230원의 이득이 생기는 ‘국운융성’을 가져올 운하라면, 밀실에서 추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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