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7월 2008-06-02   996

특집_복지국가는 먼 나라 이야기: 사회서비스, 국가가 직접 해결해야

사회서비스, 국가가 직접 해결해야

지은구 계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unguji@kmu.ac.kr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진복지국가들에 비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사회보험과 공적부조제도로 인하여 복지국가의 전통적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국민들이 다수 존재하며, 또한 후기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회위협(고령화, 저출산 등)이 빈곤, 실업과 같은 전통적 문제들과 결합하여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 적극적인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회보험과 공적부조제도의 초기 정착에 많은 국가재정을 투입하느라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은 미약했다. 그 때문에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서비스 대상자들에 대한 국가의 대응은 매우 절실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등한시하여왔던 사회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는 정책적 방향을 정하고 2007년부터 사회서비스 사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의미와 배경

사회서비스는 국가별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되고 있으므로 정의를 내리기가 매우 어려운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외국(특히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용어보다는 사회서비스라는 용어가 사회복지서비스를 포함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회서비스란 사회복지의 목적을 향해서 인도되는 사회복지사들이나 또는 관련 있는 전문가들이 전개하는 프로그램이나 도구라고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는 사회복지의 목적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 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용어를 사회서비스보다 먼저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4호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사회복지서비스라 함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상담, 재활, 직업소개 및 지도, 사회복지시설이용 등을 제공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생활상의 곤란 또는 장애를 받고 있는 장애인, 노인, 아동 등의 요보호자들에게 보호 육성, 지도, 치료, 재활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정의에 법적인 정의를 추가하여 해석하면 사회서비스는 사회복지서비스와 동일한 의미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곤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보호 육성, 지도, 치료, 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의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에 대한 구체적 추진배경은 다음과 같이 형식적으로 이원화된다.

첫째, 신사회 문제의 극복을 위해 사회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 사회양극화, 근로빈곤층 양산, 보육, 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대기업의 투자회피와 중소기업의 사업환경 열악화 경향과 산업구조의 탈 제조업화로 인한 급격한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창출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부족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여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한 사회적 일자리창출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

사회서비스 사업과 바우처 제도

위와같은 신사회문제 극복과 실업문제의 해결이라는 급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재 시행중인 사회서비스 사업은 노인돌보미 사업, 중증장애인활동보조 사업, 산모 및 신생아돌보미 사업 그리고 지역사회 서비스혁신 사업 등이다. 지역사회 서비스혁신 사업은 크게 표준형 사업과 지자체개발형 사업으로 나뉘는데, 표준형 사업으로 아동 인지능력향상 사업과 아동 비만관리 사업이 있으며 지자체가 개발하는 자체개발형 사업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사회서비스 사업들은 이제 만 1년이 지나 예산의 부족, 본인부담금 문제, 정부주도 유사사업과의 서비스중복성 문제, 돌보미들의 과다노동과 저임금, 전자 바우처 사용에 따른 문제 등 시급히 개선하여야 하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사업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지불방식으로서의 바우처 제도이다. 현 사회서비스 사업의 특징은 위와 같은 사회서비스 사업을 제공하는 데 있어 바우처(교환권, 특히 전자 바우처)를 지불방식으로 채택하였다는 점이다. 지불방식으로서 바우처는 국가가 서비스제공기관(예를 들어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에게 서비스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직접 이용자에게 이용비용을 교환권으로 제공하여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정부는 사회서비스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회서비스를 비영리와 영리기관을 포함하는 민간기관에서 제공하여 경쟁을 유발하고 수요자가 직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바우처를 통해 사회서비스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4대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서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째, 필요대상에게 교환권(바우처)을 부여함으로서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정립한다.

셋째, 서비스 생산 및 전달은 경쟁을 통해 민간이 담당함으로써 정부일변도 공급의 비효율 및 서비스 왜곡을 방지한다.

넷째,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다.

위와 같은 사회서비스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다시 간략히 정리하면 사회복지시장을 형성하고 선택과 경쟁을 중요 가치로 설정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부가적으로 사회서비스시장을 통하여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국가는 소비자보조금 방식의 한 유형인 바우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였다.

일반적으로 바우처(voucher)는 미국 보수주의 경제학의 대표주자이며 칠레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경제정책자문관이었던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교육영역에서 바우처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바우처는 현금서비스가 아니라 특정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현금가치를 내포한 하나의 보증서를 의미하며 국가가 이용자에게 직접 현금증서를 제공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바우처는 경쟁을 부양시킨다는 목표로 공적자금이 제공자가 아닌 이용자들에게 들어가는 수요측면 보조금, 즉 소비자 재정보조금방식의 한 유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바우처 제도가 가장 확대된 영역은 교육분야로서 경제학자인 프리드만이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대부분 신고전파경제학 또는 신자유주의 국가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프리드만은 바우처를 공공재와 서비스전달에 있어 입증할 수 있는 우수한 유형이라고 바라보았으며 바우처가 자유시장경쟁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현재 교육바우처는 미국의 6개주와 영국, 칠레, 홍콩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바우처를 재정보조금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복지국가는 미국과 영국 등이 대표적이며 전체 사회서비스에서 모두 바우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사회서비스에만 국한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바우처가 보편적인 지불방식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며 많은 복지국가에서는 현재 바우처보다는 국가가 직접 사회복지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는 국가 주도형방식이나 제공자(제공기관, 특히 비영리기관)에게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제공자 보조금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바우처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

2008년 정부는 보육분야에도 바우처 사업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바우처가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의미하는가? 또는 축소를 의미하는가? 현재 정부는 바우처의 활용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관리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제공기관간 경쟁을 유발하여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며 나아가 이용자들이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연 바우처가 정부가 기대하는 것과 같이 재정적 효율성을 보장하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바우처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비교분석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정부는 사회양극화, 근로빈곤층 양산, 보육, 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기존에 등한시되어 왔던 사회서비스 사업을 제한적이나마 제공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부보조금방식으로 시장과 경쟁가치를 강조하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였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바우처는 효율성이 강조되지만 사회서비스는 형평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서비스제공에 있어서는 바우처를 사용하는 것보다 국가가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든지 또는 제공자중심으로 보조금을 지원하여 기술과 지식이 앞서 있는 민간비영리 제공기관들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도록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그동안 등한시되어왔던 분야로서 사회소외계층들의 기본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점이 일차적 정책목표이기 때문에 시장을 형성하여 경쟁과 선택을 강조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많은 국민들을 또다시 사회적으로 배제시키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바우처 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

정부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첫째, 사회문제에 영향을 받은 사회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기본적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공공재적 성격의 사회서비스가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의 일차적 대상자는 사회소외계층 또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인 노인, 아동, 장애인, 노숙인,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자 등이 보편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책임의 보편적 서비스제공이 사회서비스의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사회서비스 제공에 있어 정보에 취약한 소외계층이 정보제공에 있어서 차별 없이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책임 있는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우선적으로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사회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의 책임은 여전히 국가에게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서비스 제공 또는 전달에 있어 현재 사업 운영관리는 민간비영리조직이 하며 모든 사업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도 민간비영리조직에게 있다. 따라서 사업의 주체는 현실적으로 민간과 국가에게 모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재정지원방식을 소비자중심 모델로 전환하여 민간비영리 제공기관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기관의 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개발을 제한하여 사회서비스 발달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사회서비스 제공의 성공과 실패는 민과 관의 협력과 조정 그리고 참여와 개입의 자율성 확보 등의 사항에 기인한다는 점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넷째, 바우처와 같은 재정지원방식은 제공되는 사회서비스의 특성과 전제조건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는 어떤 서비스는 바우처보다는 현금이나 현물서비스가 보다 효과적이어서 바우처 정책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며 한정된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고 싶은 것은 모든 정부의 바람일 것이다. 사회문제의 확대에 대한 재정압박을 형평과 효율의 조화를 통해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이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정책시행에 앞서 실행되려는 정책에 대한 심각한 숙고가 반드시 있어야 국가는 필요없는 예산낭비와 국력소모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바우처 제도는 보다 전면적인 숙고가 필요한 제도라고 보여진다. 

다섯째, 시장의 실패 특히 시장이 창출해내는 사회불평등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해소와 빈곤화해결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는 국가의 재정적 책임과 관리 통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만들어낸 불평등문제를 다시 시장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평등문제의 확대재생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는 시장의 불평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의미에서 국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와 민간조직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하며 복지혼합은 바로 민간조직의 복지서비스 분야에서의 혼합을 의미하지 시장이 만들어낸 사회문제해결을 민간조직에 떠넘기는 혼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정부는 시장혼합이 가능한 영역과 국가복지영역을 구분하여야 하며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제공은 국가복지영역으로 반드시 국가가 직접 해결하여야 하는 영역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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