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2월 2008-12-01   903

참여마당_회원생각: 조금 불편한 삶이 주는 행복


조금 불편한  삶이 주는 행복




남수영 참여연대 회원 eyedy@hanmail.net

언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꿈을 잊어버린 것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의 꿈을 정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그 꿈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웃곤 했다. 난 꿈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상대가 누구이든 그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몇 년이 흘러 사회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하나둘 학창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꿈도 사라졌다.

꿈을 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사는 게 무료하다거나 조급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찾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목표를 정하지도 정할 수도 없지만.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나를 느낀다. 20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고 지금은 딱 그 만큼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끊임없이 삶을 반문하고 세상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여기 이 자리에 와 있다.

꿈을 잊었다는 사실이 내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은 아니다. 잃은 게 아니라 단지 잊어버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살아가면서 점차 희미해져가거나 잊게 된다. 무엇이 꿈을 잊게 만드는 것일까. 물질만능, 승자독식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구도를 부추기는 사회, 이 사회에서 정한 ‘정상’인의 기준에 포함되기 위해 달려들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사람들은 강박에 둘러싸여 있다. 무엇에서든 일인자가 되어야 하고, 나이에 걸맞은 책임감을 다해야 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지식과 부의 기준에 들어가야 하는 강박관념 말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는 내 것 챙기기에 급급하다. 지난해 신정아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뼈아픈 성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부를 향한 탐욕에서 오는 이기심과 실종된 공동체의식, 무너지는 인간관계 등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너도나도 그 대열에 끼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고 있다. ‘조금 불편한 삶’은 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무엇에서든 제1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폭력’이 판치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금 불편하게, 적당히 욕심내며, ‘단순 소박한 삶’을 사는 것이 실종된 공동체 의식을 되찾고 무너진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 길을 가다보면 자연스레 희미해졌던 꿈도 선명하게 드러날 거라고 확신한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듯이, 지금 누리는 편함도 언젠가는 소멸된다.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들어맞아 잘 살게 된 사람의 행복지속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고집쟁이 농사꾼 어른의 말씀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며 따뜻한 기운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살아가야 내 삶도 편하다.

더불어 살며 가진 꿈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꿈이다. 힘겨운 일상에 묻혀 오래 전에 잊어버린 꿈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이다. “자, 지금보다 조금 불편하게 사는 연습을 하며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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