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8월 2008-07-28   1751

특집_오늘도 나는 촛불을 든다

오늘도 나는 촛불을 든다

사랑과 평화안티이명박 카페 회원  premiereej@hanmail.net

오늘로써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촛불을 KBS 앞에서 밝히고 새벽에 들어왔다. 우리가 왜 방송까지 지켜야 하는 지경까지 왔는지 정말 답답할 따름이다. 이명박 정권의 반국민적인 정책이 계속될수록 촛불이 지켜야 할 것은 더욱 많아졌고, 촛불시민들의 피로는 가중되어가고 있다. 4월30일 안티이명박의 정모장소를 계약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연히,

“우리 촛불문화제나 한번 할까요?”

“잉? 무슨 촛불문화제요? 그게 뭐예요?”

“미친소 너나 처먹어라 촛불문화제, 어때요?”   

“ ㅡ.ㅡ.”

나는 사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2002년 미선·효순 추모촛불문화제도 그랬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에도 그랬다. 방송으로 보는 것이 전부였고, 촛불문화제의 평화로운 모습에 나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라고 부러워만 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네티즌들은 분노했고, 촛불로 행동했다. 촛불이 커질수록 이명박 정권은 배후설을 주장하고, 그 많은 초는 무슨 돈으로 사는지 초의 배후까지 알고 싶어했다. 후후^^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다. 배후는 주부, 회사원, 학원강사, 학생…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초 값은 그들이 후원해준 천 원, 이천 원의 금액은 작지만 마음은 큰 보석 같은 후원금에서 마련한다. 대통령 때문에 잠 못 이루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 들어 평생 느껴보지 못한 피로를 느끼고 그 분노로 촛불을 들고 있으며, 내가 촛불집회에 나가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평범하고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걱정이 없었다는 해석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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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한다

인터넷의 특성상 아무도 네티즌들에게 무엇을 강요할 수는 없다. 운영진 회의를 통해 간단한 기획을 해서 다수결로 결정하여 회원들에게 공지해주면, 회원들의 공감대를 얻어 다른 온라인 매체로 홍보되어 간다. 예를 들어, 처음 촛불 문화제를 시작한 5월 2일, 우리가 촛불문화제를 한다고 공지했을 때,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 안티이명박 카페의 회원들은 밤낮없이 손가락이 마비가 되도록 날짜와 시간을 홍보하며 몇날 며칠을 밤을 샜고, 그 결과 5월 2일 청계광장은 수만의 촛불시민들로 가득찼다. 천 명만 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운영진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은 여고생들의 참여를 시작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날이 갈수록 다양한 시민들이 모이는 저항의 장으로 변해갔다.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하는 정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이다. 유모차부대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그들의 뜻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전달했으며, 예비군부대는 군복차림으로 시위대를 보호하고, 물대포를 맨 앞에서 막아주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단체들은 후원을 통해 먹거리와 식수, 우비 등을 시청광장으로 보내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안티이명박 카페에도 카페회원들이 촛불문화제 지원 후원금을 모아서 카페이름으로 후원을 하거나 먹을 것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것 역시 큰 힘이 되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공감을 하고, 오프라인에서 촛불을 들고 행동하는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느 시위대보다 질서정연했다. 몇십 만 명이 모여서 거리시위를 하면서도,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강제진압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한 목소리를 냈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을 깨는 행동이 보이면 스스로의 자정능력으로 비폭력을 외치면서 평화시위를 이어갔다. 국민대책회의에서 시민들의 모임을 주도했지만, 국민대책회의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시민들은 언제든 불만을 표출하며, 그들만의 행동으로 촛불문화제를 전개해갔다. 광화문으로 가자 해도 안국역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안국역으로 갔으며, 안국역으로 가자 해도 서대문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서대문으로 갔다. 누구에 의한 강요도 아니라는 것은 이 부분에서 확연히 드러나며, 배후로 지목되어 수배자가 되어 있는 몇몇 분들을 생각하면 이명박 정권이 촛불을 끄기 위해 얼마나 무모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구석에 몰리긴 몰렸나보다. 흥~

미친소도 웃겠네

촛불문화제가 계속되고, 위기감을 느낀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한 지 이틀 만에 본래의 얼굴을 드러내며 그들이 쥐고 있는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연행되고 벌금형을 기다리고 있고,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고, 도망가는 여성을 짓이기며 팔을 부러뜨리는 80년대 군사정권에나 있을법한 일을 저질렀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고, 오로지 법이 어쩌고 하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굴 지키기 위한 법인지 정말 지나가던 미친소가 웃을 일이다. 안티이명박에서도 촛불문화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자발적 지원을 한 회원들에 의해 ‘안전자원봉사대’가 결성되어, 시위대의 맨 앞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물대포를 맞으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명박 정권만 아니었으면 각자의 자리에서 공부하고, 연애하고, 여행도 다니며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을 젊은 안전자원봉사대를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촛불 든 사람들의 진심이 희망을 밝힌다

이번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각자 위치는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명박 정권 때문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했다고 한다. 빼앗긴 그것을 찾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으며, 촛불의 수에 상관없이 촛불 자체에서 희망을 얻고자 하였다. 나 또한 그런 바람으로 촛불을 놓을 수가 없다. 촛불 들다 배고프면 다인아빠가 해주는 떡볶이 먹으면서 힘내면 되고, 커피가 그리우면 촛불다방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면 되고, 심심하면 민중가요 부르며 몸을 흔들면 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자유발언으로 마음껏 소리 지르면 된다. 촛불아가들을 보면서 한 번 웃으면 되고, 촛불예비군을 보면서 든든함을 느끼면 된다. 2008년…촛불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알게 된 많은 지식으로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하고 희망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권력을 이용해 당장의 촛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의지는 절대 끌 수 없을 것이고, 결국 부메랑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2008년 12월 31일, 우리의 촛불은 어떻게 평가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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