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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8년 10월
  • 2008.09.01
  • 1271
  • 첨부 3




반핵평화운동의 현장,

일본 ‘피폭 63주년 원수폭금지 대회’ 참관기



서보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이화여대 연구교수 suhbh21@naver.com

뜨거웠던 지난 8월 초순, 2일부터 9일까지 일본 요코스카,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지에서 ‘피폭 63주년 원수폭금지 세계대회’가 열렸다. 필자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의 자격으로 8월 2일부터 6일까지 요코스카, 히로시마 행사에 참여하였다. 이 대회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태평양전쟁의 끝자락에서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수많은 시민을 추모하고 핵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평화의 염원을 담아 매년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피폭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안팎의 평화운동을 교류하고 매년 제기되는 실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일본의 반핵평화운동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해 보였다.

이 행사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일명 GENSUIKIN), 핵병기금지평화건설국민회의 등 세 단체가 공동주최하였다.

미 항모 모항으로 떠오르는 요코스카에서

올해 대회 일정 중 특이한 것은 요코스카 국제회의가 열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도쿄 인근 항구도시인 요코스카가 미군의 항공모함의 모항으로 이용될 조짐이 커졌고 주일 미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미 항공모함의 방사능 유출 문제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코스카는 미 태평양 함대의 군함이 미일 합동군사훈련이나 통상적인 태평양 순시 중 정박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항구이다. 또 요코스카는 태평양전쟁 중에는 일본 군함의 태평양 진출 기지로 활용되었는데, 당시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들이 징용되어 군수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노역을 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일본에 정박한 미군 함대에서 방사능 유출이 있었고 그것이 상당 기간 은폐되어 있다고 알려져 일본 시민들을 놀라게 하였다. 올 3월 사세보에 입항한 미 원자력잠수함 휴스턴 호에서 수개월에 걸쳐 방사능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8월 1일 CNN에 의해 알려졌다. 또 지난 5월 하순에는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에서 원인 모를 화재사고도 일어났다. 2006년에도 요코스카에 정박 중이었던 핵잠수함 호놀룰루 호 주변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는데, 미국 측이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것은 휴스턴 사건이 처음이다.

그런 가운데 요코스카를 미 항모의 모항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요코스카 시민들과 평화운동단체들은 정보청구권 행사, 주민투표 조례제정운동을 전개하며 요코스카의 모항화 추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여 개최된 요코스카 국제대회에서는 원자력 항공모함의 안전성, 미군의 일본 항구 활용 현황, 모항화 반대운동 방향 등을 놓고 발표자들과 청중들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

   
   


평화시장회의의 2020 핵무기 철폐 긴급행동

행사는 8월 4일 히로시마로 옮겨 6일까지 계속되었다.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진 후 평화박물관에서 히로시마 피폭 당시 시민들과 건물의 참혹한 피해 상황과 그 후 재건 과정을 사진, 유품, 동영상 등으로 보았다. 오후에는 평화행진을 벌인 후 히로시마 현립종합체육관에서 대회를 가졌다. 대회에서는 히로시마 어린이평화문화단의 공연, 피폭 생존자의 증언, 히로시마 지사와 시장의 입장 발표, 공동선언문 발표 등이 있었다.

5일에는 토론회, 보고대회, 전시회 등 16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중에는 알제리, 우크라이나, 독일 등지에서 온 인사들이 프랑스의 핵실험,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건, 원자력 개발의 위험과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개발 등에 관해 증언하고 제언하는 시간도 있었다. 필자는 평화·핵군축 토론회에 참석하여 오랫동안 주일 미군기지 문제를 연구해온 마에다 선생과 함께 발표하고, 일본 각지에서 주일 미군의 범죄, 생존권 침해, 환경오염 문제에 맞서 활동하는 사례를 들었다.

6일에는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대규모 추모행사가 있었다. 행사는 원폭이 투하된 8시 15분에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수만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는 후쿠다 총리도 참석해 비핵 3원칙 유지와 피폭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리인을 통해 위로의 인사말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올 4월부터 해외 피해자들(그 중 대부분이 조선인)을 포함한 피폭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원폭증인정제도(原爆症認定制度)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안팎의 당사자 및 평화단체들로부터 보상 범위가 협소하고, 피해 증명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으며, 보상 신청을 개별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아키바 히로시마 시장은 추모 연설을 통해 세계 각 도시가 주체가 되어 2020년 모든 핵무기의 완전 철폐를 목표로 하는 ‘2020년 핵무기 철폐 긴급행동’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평화시장회의(Mayors for Peace)와 이 회의가 지난 4월 모든 핵무기 획득 및 사용을 2015년까지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제안한 ‘히로시마-나가사키 의정서’를 소개하였다. 그는 완전한 핵무기 철폐 운동에 도시가 나서는 일명 CANT(Cities Are Not Targets)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였다.

     
   



한일 평화운동, 국가 넘어 시민 연대로 나아가야


일본은 피폭의 아픔 때문에 세계 반핵평화운동에 앞장서야 할 숙명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 시민은 물론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유엔에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제출하여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지자체에서도 반핵평화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반핵평화주의는 일미 동맹 일체화 현상이 깊어가고 기억의 전승을 실천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앙금이 정치적 갈등으로 재연되는 상황이다. 양국의 반핵평화운동은 국가이익의 신화를 깨고 시민들의 연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귀국길에 오르면서 해보았다. 그날 저녁 히로시마 시내를 시옷(ㅅ)자로 관통하는 시냇물에는 수많은 초롱들이 둥근 달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며 떠 있었을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고 친절을 베풀어준 일본 평화활동가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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