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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8년 11월
  • 2008.10.06
  • 1399
  • 첨부 3



감세 시대와 서민경제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 조세연구원 연구원 genoswoo@gmail.com


최근 감세가 유행이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재정부뉴스 인터넷 게시판에 세제 관련 게시물 35개 중 27개가 감세와 관련된 게시물이다. 지금이 9월이니까 지난 4월 이후로 매주 1개씩의 감세계획이 발표됐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감세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보인다. 감세를 하면 경제가 활성화되어 경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민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세금부담을 줄여서 서민의 주머니가 두툼해지면 서민들은 소비를 늘리게 될까? 기업이 참여정부에서는 하지 않던 투자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갑자기 늘리게 되는 것일까?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나서 88만원 세대들도 좀 더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사람구실하며 살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서민 위한 감세는 없다


감세는 보수진영의 전가의 보도이다. 대체로 보수성향의 정부가 정권을 잡으면 감세를 한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그랬고, 영국의 대처 수상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보수진영도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으니 감세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감세를 하지 않고 있으면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유권자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다. 딴에는 감세하라고 뽑아주었더니 딴 짓거리만 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감세안을 연일 쏟아냄으로써 국민의 뜻을 정책으로 잘 실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감세를 하느냐 마느냐는 정권의 철학을 반영한다. 하지만 일단 감세를 결정하고 나면, 감세는 기본적으로 ‘부자를 위한 감세’일 수밖에 없다. ‘서민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색하다. 일단, 많은 수의 서민층은 조세부담이 매우 낮다. 일부는 아예 조세부담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근로소득자의 약 반이 면세자이다.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려고 해도 줄여줄 세금이 적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4인 가구에 총급여가 2,000만 원인 경우 현행제도 하에서 10만 원의 소득세를 내고 있다. 최근에 시행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부담이 2009년에는 6만 원, 2010년에는 5만 원으로 세금이 4만~5만 원 줄어들게 된다. 물론, 비율로 따져보면 43%, 51%로 엄청난 감소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4만~5만 원을 황공한 감세라고 하기에는 절대 액수가 너무 적다. 소득이 한 8천에서 1억 정도는 돼야 100만 원 정도의 감세액이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특히 누진제에서는 고소득자에게 감세의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주택양도세(이하 양도세)의 경우도 비슷하다. 1세대 1주택이면서 3년 이상 보유하다가 실질거래가액 6억 원 미만으로 주택을 팔았을 경우 양도소득세가 없다. 2007년도에 거래된 주택 기준으로 봤을 때 대다수의 주택(92%)이 실질거래 가액 6억 원 미만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서민이 양도소득세 때문에 이사를 못 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최근에 개정된 양도세법에서 기준가격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한 것은 ‘전형적인’ 서민과 무관한 양도세법 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재산세보다 종부세가 시급하다? 거꾸로 된 감세정책
 


최근 개정안이 발표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도 마찬가지이다. 보유세 부담이 무거운 것은 비단 종부세 대상자만은 아니다. 2006년 통계청의 ‘가계자산조사’를 분석해보면 오히려 저소득 노인층의 경우 소득 대비 보유세 비중이 상당히 높다. 현금이 없어서 종부세 내기 힘들어하는 종부세 대상자들과 재산세를 내고 나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 중에서 누가 정부의 도움이 더 절실하겠는가? 정말 서민을 위한 감세를 하고 싶었다면 재산세부터 감세를 했을 것이다. 재산세 감면은 종부세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보유세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래서부터가 아니라 위에서부터의 감면을 택했다. 서민의 재산세 부담보다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좀 더 시급한 현안으로 본 것이다. 당연히 종부세 개편안은 집 부자를 위한 감세안인 것이다.



물론 부자를 위한 감세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의 경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에서 비교적 생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조세 부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 부담을 조금 줄여서 생산성 높은 노동자들이 좀 더 일을 해서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노동자도 이익이고 세수도 줄지 않는 윈-윈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즉 감세를 통해 세율은 낮추지만 감면이나 공제 등을 없애 세제를 간단하게 만들고, 노동공급 및 투자를 촉진하여 세수 감소를 오히려 막을 수도 있다. 또한 감세의 대상을 좀 더 좁혀서 혜택을 집중시킴으로써 감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세 부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



부자들의 경제활동이 과도한 세 부담 때문에 위축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 당연히 세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세 부담은 높은 수준인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면서 조세부담률(GDP 중에서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에서 22.2%로 약 2.5%p 상승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험 부담금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23.6%에서 26.8%로 상승했다. [표 2]가 보여주는 대로 지난 몇 년간 세 부담이 상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 현재의 세 부담 수준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높은 수준일까?

최근의 OECD 자료를 가지고 비교해보자. 2005년 조세부담률의 경우 OECD 평균은 26%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20.2%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은 우리보다 낮은 17.3%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적자재정을 국채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균형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조세부담이 지금은 낮더라도 미래에는 국채를 환수하기 위해서 세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잠재적 조세부담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균형재정 하에서의 조세부담률을 계산해보면 미국과 일본은 약 23%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은 최근 증가해오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그리 높지는 않다.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만 세금에 특별히 민감해서 일을 적게 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전체적인 세 부담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세목 하나하나 보았을 때는 그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아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 내야 하는 법인세가 그 좋은 예이다. 명목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약 27.5%로 대만, 싱가포르, 홍콩보다 높긴 하지만 40%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교해보았을 때 낮다. 물론 명목세율이 기업의 세 부담을 직접 나타내주지는 않는다. 각종 공제, 감면, 감가상각 등 기업이 실제 부담해야 할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감면율이 경쟁국들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실효세율이 다소 올라가기는 한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장사 못 해먹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물론 해외자본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경쟁국보다 법인세를 선제적으로 낮추어가겠다는 전략은 나름 일리가 있다. 법인세 인하가 최근 감세안 중에는 그나마 설득력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세 부담에 대해서 살펴보자. 종부세 도입 이전인 2004년도 GDP 대비 보유세의 비중은 예상하듯이 0.44%로 OECD 평균인 0.9%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종부세 도입과 과표현실화를 통해 보유세가 강화되면서 보유세 부담이 0.7%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한편 거래세 수준은 종부세 도입 이전에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거래세율을 인하했지만 과세표준 현실화 때문에 거래세 부담이 빠르게 상승했다. 보유세 부담은 아직도 낮은 편이고 거래세가 의도와는 다르게 상승한 것이다. 그러니까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의 인하는 보유세 인하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거래세 정상화에서 찾아야 함이 옳다.

이상에서 우리나라의 세 부담 정도를 국제비교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전반적으로는 낮은 수준이고 대대적인 감세가 필요해보이지는 않지만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겠다면 또 어쩌겠는가? 그렇게 가는 수밖에.


감세 효과 오랜 시간 필요해 당장 서민에겐 별무혜택



감세가 의도했던 대로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미국의 경우 레이건 집권 후 81년에 대규모 감세조치가 있었다. 소득세의 최고 한계세율을 70%에서 50%로 낮추었다. 감세효과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다. 일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90년대의 호황은 바로 81년의 감세가 뒤늦게 효과를 미친 것이라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90년대의 호황은 경기순환(business cycle)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감세의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이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십분 양보해서 현 시점에서 감세가 필요하고 그 효과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체감하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한 얘기이다. 감세가 부자에게 집중되어, 부자가 지갑을 열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생산이 증가하여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통해서 서민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오늘만 살고 죽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감세를 통한 이익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오늘은 힘들지만 밝은 내일이 온다면 투자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오늘 내일이 시급한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감세를 통해 얻을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복지 축소 불러 저소득층 혜택 줄어들 우려



가령 올해 발표된 감세안으로 향후 부족할 세수만 해도 매년 5조에 달한다.1) 그에 상응하여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정지출이 대충 250조 원이고 그 중 80% 정도가 경직성 경비, 즉 공무원 임금, 의무지출 등과 같이 쉽게 줄일 수 없는 경비이다.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50조 원 정도 안에서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0% 경비 절감을 통해서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공염불로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줄어든 재정으로 국민에 눈에 띄는 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당하면 복지부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가 받을 타격은 직접적이다.

저소득 계층은 국가로부터 받는 것이 국가에 내는 것보다 많다. 가장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는 116만 원의 세금을 내고 414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약 300만 원 이득이다. 반면 가장 부자인 소득 10분위는 1600만 원의 조세를 내하고 843만 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 약 750만 원 손해다. 감세가 이루어지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들면, 저소득 계층에 대한 혜택은 큰 폭으로 줄지만 감세금액은 크지 않다. 이득이 감소한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혜택 역시 줄지만 감세혜택의 폭은 훨씬 큰다. 손해가 감소한다.

줄어든 세입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 재정립은 앞으로 예상되는 불황의 시기에 뜬금없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장기적인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불황의 높은 파도를 온전히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지난 IMF 구제금융 시기에도 그랬듯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감세라는 카드는, 이해하려면 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꼭 지금 꺼내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국채발행을 통해 극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정의 건전성을 크게 해친다는 점에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공공부분의 기능 중에서 비효율적으로 혹은 중첩되어 운영되고 있는 부분을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선진화시키는 방법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지난 68년 이래로 민영화의 효과가 분명한 공기업들은 이미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소정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개수는 많지만 민영화의 효과가 불분명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민영화로 인해 공공 서비스 혹은 재화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가격규제를 통해서 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규제라는 것이 일단 민영화하고 나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규제된 가격 하에서 적자가 계속 나는 자연독점 기업을 어떤 명분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아직까지 민영화 대상 서비스(혹은 재화)의 가격을 어떤 식으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조차 그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진행되는 선진화는 정부의 크기는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비용은 서비스의 이용자인 대다수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감세의 시대다.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서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기만 하다. 감세로 인해서 그 삶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늘도 대충 삶을 수습하면서 살아야 하는 ‘오대수’의 삶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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