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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05월
  • 20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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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사회 주요 영역의 규제완화, 시장존중 정책의 결론은 한국사회의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사회」 4월호에서는 규제가 무엇인지 주요 영역의 규제 완화에 따른 사회 변화와 폐해, 한국사회 규제개혁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규제란 무엇인가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yblee97@paran.com

규제의 개념과 현황

사익(private interest)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정부는 공익(public interest)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며, 공익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주요한 수단 중의 하나로 규제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의 급등에 따라 밀가루, 라면, 휘발유, 쌀 등 52개 생필품 가격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소식이나, 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남교사 할당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 등은 정부가 경제안정이나 고용증대, 환경개선 등의 목적을 위하여 다양한 규제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규제란 ‘바람직한 경제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것’(최병선, 『정부규제론 : 규제와 규제순화의 정치경제』, 법문사, 1992.)으로 개념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규제는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경제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개인이나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고, 흔히 강제력과 벌칙을 수반한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사회 구성원에 따라 ‘바람직한’ 상태에 대한 개념 정의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인간복제기술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같은 이유로 인간복제에 대한 시장의 자유로운 기술개발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부는 나름대로 또는 제도적으로 ‘바람직한’ 상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따라 규제활동을 집행하게 된다.

학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부규제는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규제는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생활에 개입하는 정부의 활동으로, 신규 사업에 대한 진입규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규제,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에 관한 규제 등이 해당된다. 반면 사회적 규제는 개인이나 기업의 사회적 생활에 개입하는 정부의 활동으로, 환경오염규제나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규제, 소비자 보호 및 안전에 대한 규제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와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의 뿌리는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해 진입규제를 통해 특정 기업의 특정 산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각종 인허가 등의 혜택을 규제 형식으로 주던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학생의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했던 두발규제와 미니스커트에 대한 규제, ‘동백아가씨’ 등의 외설적인(?) 가요나 ‘아침이슬’과 같은 민중가요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사회적 규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등록통계에 의하면, 200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총 5,212개의 규제를 가지고 있다. 이를 부처별로 보면, 건설교통부가 692개로 관장하는 규제가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보건복지부 582개, 금융감독위원회 475개, 재정경제부 412개, 환경부 362개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내용별로 보면, 기준을 설정한 내용의 규제가 1,108개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가 505개, 허가를 요하는 규제가 353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규제유형별로는 경제적 규제가 2,345개, 사회적 규제가 1,894개 등이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권위적으로 배분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관여하는 데는 크게 경제적 이유와 정책적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적 이유는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인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시장실패 요인으로는 독과점과 같은 불완전한 경쟁, 정보의 불충분성, 공공재 및 외부효과의 존재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자원의 배분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때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의 비효율성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한편 시장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말해서 시장이 원활히 기능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 소득의 공평한 분배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시장에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구하는 여러 가치가 효율성보다 중요하다는 가치판단하에서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경제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정부가 강제력을 사용하여 개인과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본질이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즉, 규제로 인하여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사회 내에 존재하는 기본권과 재산권의 이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의 신설이나 폐지, 강화나 완화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자 또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자 또는 집단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통신요금과 관련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하 제한규제는 소비자 부담을 급격하게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통신 사업자들은 실질적인 통신요금 상승효과로 인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규제의 편익과 비용은 누구에게 가는가

따라서 모든 규제는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특정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폐지할 때, 보다 강화하거나 완화할 때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규제의 변화에 의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이며, 여기에 새로운 규제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핵심이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규제의 변화로 인한 편익과 비용의 재분배가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명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정부가 의도하지 못했던 부차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규제의 본질은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계층이나 집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의 내용이 신설되거나 변경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의사 수의 확충을 위해 의대를 신설한다든가, 변호사 수의 확충을 위해 로스쿨의 정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왜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가 그토록 증원에 반대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윌슨(Wilson)은 새로운 정부규제로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포되는가에 따라 규제의 정치적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하였다. 먼저 정부규제로 인한 편익은 소수의 특정 기업이나 산업, 집단에게 가고, 비용부담은 이질적인 불특정 다수에게 귀착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규제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앞서 언급한 의사, 변호사 등 각종의 직업면허, 독과점적 시장에의 진입규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편익을 향유하는 소수의 집단은 자신들의 기존 이익을 지키거나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정부에 대해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잘 조직화된 이익집단을 통하여 규제정책 결정 및 집행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규제가 논란이 되는 경우에는 서비스의 품질이나 안전성 등 공익적 이유를 들어 규제의 변화를 반대하게 된다. 반면 비용을 지불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비용부담 행위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정치적으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내용의 변경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규제를 둘러싼 집단이나 계층 간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상황은 새로운 규제로 인한 편익과 비용이 모두 동질적인 소수의 집단에게 귀착되는 경우이다. 규제의 변경으로 인해 편익을 누리게 되는 집단이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집단이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의 내용이 정립되도록 정부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예를 들어, 덤프트럭기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자성을 둘러싼 기업가와 노동자 사이의 대립이나 의약분업제도를 둘러싼 의사와 약사 간의 대립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쌍방은 강력한 이익집단을 형성하여 규제정책 결정자인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정부의 행태를 일일이 감시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선뜻 어느 일방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게 되며, 가능한 책임회피가 용이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절충안 등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는 정의나 형평,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 등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규제 완화 외치는 이명박 정부

이렇듯 정부규제는 그 본질상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강제력을 동반하여 재분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규제의 변화에는 늘 밝음과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경우, 규제의 강화 또는 완화가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현실정치에서는 규제를 둘러싼 편익과 비용을 놓고 이익집단 간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그 싸움에서 승리한 이익집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가 변경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의 변경은 결국 ‘공익의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된다는 것이다. 마치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되어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게 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새로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경제활성화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의 규제완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의 변화는 새로운 이해관계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로 인해 국민의 경제생활이 도움을 받을지, 기업만이 그 혜택을 누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경제적 규제의 완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는 어떠한 것이 있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도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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