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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8년 12월
  • 2008.12.04
  • 1053




참여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서


대선 이후 예상되는 미국 사회의 변화

이충훈 미국 뉴스쿨 정치학과 박사과정 leec608@hanmail.net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많은 기관이 예측했듯이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소위 ‘과학적인’ 선거 지표들의 대부분이 선거 이전에 오바마의 승리를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더욱 역설적이게도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마지막까지 땀을 쥐게 하는 선거였다. 선거 공학상 이변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변을 기대했거나 혹은 우려했다. 특히 이변을 우려했던 사람들의 비약적인 참여의 증대는 오바마가 승리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높은 투표율로 확인된 ‘참여’가 ‘과학’을 실증했던 셈이다.

이변을 우려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의 저력과 희망을 보여준 ‘감동’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선거 당일 밤, 시카고의 그란트 공원이나 뉴욕의 할렘 혹은 타임스퀘어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감동’의 힘을 체감했을 터이고, 미국 사회의 변화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이변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우려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이미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매케인은 선거 이후 오바마가 가져오게 될 변화를 ‘사회주의’라고 명명했다. 또한 작금의 경제위기 속에서 그러한 경제위기에 일조했던 이데올로그들은 ‘네오콘’에 의해 ‘급진적’으로 관철되어왔던 자유시장,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을 지키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는 오바마의 선거운동과 공약을 ‘파시즘’이나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거나, 극단적인 경우, 벌써부터 ‘탄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

어떻게 보면, 현재의 정치 지형은 ‘변화’라는 담론을 구성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으로 묘사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변화에 대한 뚜렷한 가치가 개입되어 있다. 이변을 우려했고 변화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에게 무엇인가 다른 정치를 기대할 것이다. 반면에, 이변을 기대했고 변화를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의 기대와 가능성을 제약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 오바마가 실제로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즉 변화의 척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앞으로 미국 사회의 변화 방향은 어떠할 것인가?

우선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라는 질문을 검토해보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시정권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네오콘을 필두로 한 미국 보수주의에 의해 ‘급진적으로’ 자행된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인 사회개조를 이해하지 않고는 힘들 것이다. 이는 ‘브레이크 없는 시장주의’, ‘제왕적 대통령제’, 기독교와 영어를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적 배제주의’로 압축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독립적으로 보이는 요인들은 그러한 요인들이 교차적으로 구성하는 집단들의 삶과 가치, 그리고 자부심을 파괴하면서 진행되어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집단들이 좀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해왔다는 점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역으로 이들 집단이 누구인가, 그리고 이들의 ‘주장’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은 변화의 내용과 방향 그리고 평가의 척도를 마련하는 데 일종의 시금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레짐 체인지를 주도한 집단의 정체

그렇다면 이러한 집단들, 즉 네오콘의 급진적인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사회개조에 대하여 ‘변화’를 주도한 집단들은 누구인가? 아래의 뉴욕타임즈의 출구조사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캐리 부시 오바마 매케인
 성 남성 44(%) 55(%) 49(%) 48(%)
  여성 51 48 56 43
  백인 41 58 43 55
 인종 흑인 88 11 95 4
  히스패닉 56 43 67 31
  아시안 58 41 62 35
  18-29 54 45 66 32
 연령 30-44 46 53 52 46
  45-59 48 51 49 49
  60 이상 46 54 47 51
  고졸이하 50 49 63 35
 교육수준 고졸 47 52 52 46
  대학졸 46 54 51 47
  대학졸 이상 49 49 53 45
 첫번째 첫번째 53 46 69 30
 투표참가자 투표참가자
  기독교 40 59 45 54
  가톨릭 47 52 54 45
 종교 유대교 74 25 78 21
  정기적인 39 61 43 55
  교회참가자
  대도시 60 39 70 28
 지역사회의 중소도시 49 49 59 39
 규모 교외지역 47 52 50 48
  작은마을 48 50 45 53
  농촌지역 40 59 45 53

이러한 출구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의 득표율은 작은 마을(small towns)을 제외한 전 항목에서 4년 전 민주당 후보인 캐리의 득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하였다. 우선 성별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5%씩 상승하였다. 그러나 남성 집단의 경우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팽팽한 대립이 있는 반면에, 여성 집단 내에서의 변화의 욕구는 남성 집단에 비하여 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인종상으로는 좀 더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히스패닉과 아시아 인종에 대한 오바마의 득표율이 60% 이상으로 상승하는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히스패닉의 경우, 오바마에 대해 이전보다 11%나 더 많이 투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연령상으로 오바마는 45세 이하에서 승리하였다. 특히 18세에서 29세까지의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였으며, 4년 전 캐리에 비해 무려 12%를 더 얻었고, 6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성취했다.

교육 수준에 있어서 오바마는 이전의 캐리에 비해 전 집단에서 득표율을 높였지만, 특히 고졸 이하의 집단에서 13%를 더 얻었고, 역시 6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성취했다.

종교에 있어서도 모든 주요 종교집단에서 득표율이 향상되었지만, 범기독교계 진영에서는 여전히 매케인이 승리했다. 반면에 가톨릭 집단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이전의 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향상되었다.

지역사회의 규모에서는 특히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오바마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교외지역과 농촌지역에서의 득표율 역시 제고되었다. 그러나 작은 마을에서는 캐리에 비해서도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 지역은 농촌지역과 더불어 매케인이 승리하였다.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이번의 ‘레짐 체인지’는 유색인종, 18세에서 29세까지의 젊은 세대, 고졸 이하의 학력자, 그리고 대도시 및 중소도시 거주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생애 첫 투표 참가자 역시 이러한 그룹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시장주의에 대한 심판

실제로 부시정권에서 네오콘의 ‘브레이크 없는 시장주의’, ‘제왕적 대통령제’, ‘사회문화적 배제주의’는 이들 집단들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선 ‘브레이크 없는 시장주의’는 특히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중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가해왔다. 노동의 유연화와 파트타임의 증가, 도시 물가에 역행하는 실질 소득의 감소, 가파른 교육비의 상승 등은 이들 집단으로부터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 즉 ‘아메리칸 드림’을 빼앗아왔다. 즉 네오콘의 지배하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더 이상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려고만 해도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노동 시간의 극적인 연장과 실질 소득의 감소는 또한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나 대학의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왔다. 심지어 이러한 방식의 노동 시간의 재구성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으로 이들을 내몰고 있다. 이들은 네오콘판 ‘악마의 맷돌’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반면에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예외’라고 정의된 상황 속에서 발전한 ‘제왕적 대통령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왔다.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의 자의적인 권력 사용과 인권에 대한 무시가 자행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법부를 포함한 국가기구의 요소요소에 ‘부시맨’을 앉히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쟁이 합리화되었으며, 고문이 정당화되었고, 개인의 신체정보를 국가가 자유롭게 갈취할 수 있게 되었으며, 평화롭던 남쪽 국경에 갑자기 벽이 올라가고 국경 수비대로도 모자라 무인감시 비행기까지 떠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정치적 후진화와 사회문화적 배제주의도 불씨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후진화는 특히 미국 민주주의를 갓 교육받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뚱맞은 것이었다. 개인의 권리, 자유로운 언술과 결사,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 공동체의 구성을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서 교육받은 그들에게 네오콘식 ‘예외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뚜렷한 후퇴와 단순한 애국주의로의 대체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기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반전시위나 평화시위에 참여해왔던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의 파괴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치적 후진화가 젊은 세대들의 민주적 감수성만을 자극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남부 국경의 강화는 대부분이 멕시코계 이주자들인 히스패닉들을 ‘불법성’이라는 용어에 좀 더 밀착시켰다. 국가 안보, 국경 강화, 불법 이주자라는 국제이주의 새로운 안보 트라이앵글은 ‘불법성’을 이주자에게 전가시키면서 이주자들의 삶의 조건과 가치 그리고 자부심을 박탈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기독교와 영어를 바탕으로 한 ‘사회문화적 배제주의’에 의하여 뒷받침되었다. 특히 히스패닉의 종교(가톨릭)와 낮은 영어 사용률은 전통적인 동화주의와 결합되면서 미국의 민족적 가치와 정체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비난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편으로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 사회문화적 다원주의, 종교적 관용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훼손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방인에 대한 사회문화적 억압이 증대되었다. 이주자 공동체 내부의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의 심화와 더불어, 이러한 사회문화적 억압은 유색인종의 오바마에 대한 투표 응집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운동이 변화 그 자체

그렇다면 오바마 시대의 미국 사회의 변화의 방향과 그 가능성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오바마가 이제까지 제시해온 사회변화의 방향과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주도했던 집단들의 변화의 욕구는 네오콘에 의해 자행된 ‘브레이크 없는 시장주의’, ‘제왕적 대통령제’, ‘사회문화적 배제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중저 소득층에 대한 분배의 강화와 대안적인 경제개발 △행정권력의 재민주화를 통한 미국 민주주의의 복원 △공동체 참여의 확대와 연대를 통한 미국 공동체의 재구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을 좀 더 구체화하면, △조세 제도의 개혁을 통한 중저 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세금 감면,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한 친환경적 경제개발, 무분별한 자유무역의 규제, 의료보험 개혁 △부시정권이 자의적으로 남발한 대통령 권한의 폐지, 전쟁의 종결,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 인재의 실용적 등용,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축했던 책임자에 대한 처벌 △젊은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참여 프로그램 확대, 인종간의 연대성 확립, 불법이주자의 합법화,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교육 개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차곡차곡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하 양원 장악과 그 동안 쌓여왔던 변화에 대한 높은 욕구는 그러한 가능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논의 중에서도 앞으로 있을 미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오바마의 선거운동 그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선거 지역조직의 비약적인 확대, 선거 조직 자원의 효율적 이용, 강력한 투표자 등록 운동, 다른 주에서의 선거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원거리 선거운동 등은 (몇몇 주에서의) 조기 투표제도의 확립을 통한 투표일의 다양화와 전자투표를 통한 투표 장소의 다변화 등과 맞물리면서, 투표하지 않았거나 투표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참여를 크게 증대시켰다. 즉 오바마의 선거운동과 당선 자체가 ‘참여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정치적으로 실증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시대의 미국 사회는 오마바의 선거 운동과 마찬가지로 참여를 막으려는 의도로 설치되었던 여러 장벽들을 무너뜨리는 다양한 전략과 시도들을 경험할 예정이다. 이미 ‘승리를 위한 변화’(Change to Win)와 미국 노동총연맹(AFL-CIO)은 노동조합의 결성과 노동자의 노조 참여를 제약하는 요인들을 극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하여 투쟁해왔으며, 오바마의 당선과 더불어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가시권에 놓이게 되었다. 이주자들 역시 부시정권하에서의 반이민법에 대한 투쟁을 통해 조직화된 참여의 중요성을 각인해왔고, 나아가 미국 내에서 정당한 거주자로서의 참여를 제약하는 장벽들을 제거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동성결혼에 대한 옹호자들 역시 그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참여를 가로막는 주정부의 법이나 제도 등을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제거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참여를 막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장벽들을 제거하려는 전방위적 노력과 그에 따른 성과는 향후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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