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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8년 06월
  • 2008.05.19
  • 955



곡물값 폭등의 원인과 대책


곡물가 급등으로 인한 식량 부족 현상이 전 세계에 걸쳐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갔다. 이에 따른 폭동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식량 전쟁의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 식량난의 여파가 기름값, 생필품값 급등으로 다가오는 등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FTA 때문에 포기한 농업, 농경지 축소 계획 등 농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정책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이 계속 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농업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유전자변형식품 수입, 해외 농업자원개발 등을 곡물가 폭등 위기 대처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사회 혼란 일으키는 곡물값 폭등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happyhanmin@hanmail.net

국제 곡물 값이 2008년에 접어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각 나라들의 곡물수급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6년 발표한 ‘식량수급보고서에서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넘기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국제곡물값 폭등의 원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 중립종 쌀 인도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상승하여 톤당 59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4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옥수수의 경우에도 톤당 358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3%나 상승했고 대두역시 83.5% 상승한 톤당 633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밀은 캔자스 상품거래소(KCBOT)에서 인도분 선물가격이 톤당 483달러로 169.8%나 치솟았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쌀, 옥수수, 밀 등 세계 곡물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해 유럽, 호주 등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작황이 부진하여 생산량이 줄곧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재고율 또한 하락하고 있는데 2005~2006년 20% 가량이었던 재고율이 2007~2008년에는 15.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브라질, 유럽 등의 바이오연료 생산정책이 식량으로 충당될 곡물을 감소시키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인해 옥수수 등에서 얻어지는 식물연료를 활용하는 정책이 추진됨으로써 이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다른 작물의 재배가 감소하는 등 곡물가의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셋째,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농업부(USD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 세계 곡물생산량은 20억 7,243만 톤인 반면 소비량은 20억 9,377만 톤으로 전망돼 2,143만 톤이 부족한 실정이다. BRICs(신흥경제국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말함)국가들의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곡물 및 고기 소비 증가와 지속성 전망으로 국제곡물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째, 국제적 농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과 EU 등 농업수출국들은 DDA(도하개발의제) 협상과 FTA(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도록 하고, 전면적인 개방화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영세농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농업구조의 해체를 가속화시켜왔다. 이로 인해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 및 소규모 농업국들의 농업기반이 파괴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폭등’이 ‘폭동’으로

과거의 식량 파동은 기상 이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2006년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구조적 요인들에 의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라는 자연적 요소, 구조적 국제 수급 불균형 문제, 세계 경제의 조정 국면(미국 중심의 일극화 탈피) 등 중장기적 요소에 의한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러시아, EU, 중국, 베트남 등 곡물수출국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미 자국의 곡물과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식량공급 부족의 여파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시위와 폭동이 발생하고 사람이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야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일명 ‘또르띠야 시위’가 벌어졌는가 하면 이탈리아 ‘파스타 파업’, 아프리카 몇 나라의 폭동, 이집트에서 빵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끼리 충돌해 7명이 사망한 사건 등이 있었다. 아이티 같은 빈곤국에서는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과자를 먹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곡물을 원료로 하는 식료품 가격의 상승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의 합성어) 현상이 나타나면서 올 3월 기준 소비자 물가가 4% 가량 올랐다.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상승으로 생산비 보전이 어려워 폐업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의 상승과 수급불안이 계속되는 한 식료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출국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로 인한 사회적 혼란까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두 차례의 경험이 있다. 1972년 세계 식량파동 때 국제 쌀값이 367% 상승하여 비싸게 수입했고, 1980년 냉해를 입었을 때는 미국 카길사에서 쌀을 사오면서 세계 곡물가격의 3배나 주면서도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쌀을 수입한다는 부당한 조건을 수락했다. 

정부대책의 문제점과 ‘식량주권’의 중요성

2006년 말 이후 급격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현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테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주요내용은 곡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옥수수, 대두의 할당관세를 내리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곡물 수입처를 미국·호주·중국 중심에서 동남아·남미 등으로 확대해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해외곡물생산 기지 건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밀과 옥수수의 관세율은 0.5%밖에 되지 않아 무세화해도 실효성이 없다. 수입처 확대 대책도 곡물수출국들이 자국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해외곡물생산기지 건설 역시 해당국의 정치적 상황과 인프라 조성에 따르는 경제성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정부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나라의 자체 곡물 생산과 수급에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량위기 시대를 극복할 근본적 대책은 ‘식량주권’의 실현에 있다.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은 식량안보(Food Security)와 식품안전(Food Safety)을 아우르는 상위개념으로 농민, 소비자, 국가의 영역으로 나눠서 정의할 수 있다. 농민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토지와 물을 이용할 권리, 소비자가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권리, 국가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권리이다. 이러한 식량주권의 개념과 정의에 근거하여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자급력 확대를 기본으로 한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3%로 OECD 회원국 29개국 중 26위이다.(곡물만의 자급률은 28%) 가까운 일본은 2005년 기준 자급률이 41%이며, 2010년까지 4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줄곧 제기해온 식량자급률 목표수준 설정 및 법제화 요구에 대해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유야무야하고 있다. 식량은 국가의 계획, 자연의 힘, 농민의 노력,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해지는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문제이며 필요할 때 당장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심각한 식량위기 시대를 눈앞에 두고 ‘식량주권’ 실현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다.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우루과이, 에콰도르, 네팔, 말리 정부는 농업 정책에서 식량주권 실현을 중심 정책으로 채택하거나 식량주권의 개념을 헌법에 반영하고 법제도적인 틀과 사회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식량위기, 단순히 가계부담 문제 아니다

최근 모 제분업체가 밀가루 값을 최대 28%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제품가격을 인상하면서 또다시 물가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52개 물가관리품목을 지정하여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3월에 40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에서 곡물을 72%나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아야 할 것은 식량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가계 부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4년 공개된 ‘돌발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미국 국가 안보와의 잠재적 관련성’이라는 미 국방성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국가안보에 미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식량과 물, 자원부족이며 그 결과 나라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져 폭력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보고서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식량 자급을 확대하기 위한 근본적인 모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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