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8월 2008-07-09   1167

[인터뷰] ‘촛불’도 들면서 다른 수단 찾자는게 국민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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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도 들면서 다른 수단 찾자는 게 국민의 뜻”

[인터뷰]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록일자 : 2008년 07 월 08 일 (화) 15 : 48  
 

  지난 7일 전국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촛불 집회 주최 횟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촛불 집회 주최 단체를 다양한 부문으로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대책회의 차원에서는 다른 활동을 강화하는 대신 촛불에 들어가는 역량을 줄이겠다는 것. 
  국민대책회의의 이 발표는 이른바 ‘촛불 정국’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초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요구하며 누리꾼과 중·고등학생을 주축으로 촛불 집회가 시작됐다. 촛불은 ‘정권 퇴진’ 요구까지 나아가며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했지만, 결국 재협상 없이 고시가 강행됐고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촛불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사실상 공안 정국을 조성했다. 촛불에 강경 진압을 일삼았으며,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에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이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해 종교계까지 나섰지만, 이들이 떠나자 경찰은 곧바로 촛불 집회가 열리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했다.
 
  그간 대책회의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두 달 넘게 이어진 촛불 집회에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통로 구실을 한 셈이었다. 이들이 전면에서 빠지면, 촛불은 어떻게 될까? 또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생각인 걸까?
 
  지난 5일부터 수배 명단에 오른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 조계사. 밖에는 4명씩 한 조를 짠 경찰의 감시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안에서는 농성 천막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 사이에서 이야기꽃이 그칠 줄 모른다.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을 맡아 주업무를 이끌어오다 도로교통법,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이곳에서 생활 중이었다. 지난 7일 그를 만나 국민대책회의가 세운 향후 계획, 그리고 현재 생활 등을 들어봤다.
 
 
“시민단체 수배령…어이없다는 생각뿐”
 

▲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 난데 없이 수배자가 됐다. 생활은 어떤가?
 
  박원석 : 집에 있는 것보다 편하기야 하겠나. 그래도 다른 사람도 다 힘드니까. (광장이) 원천봉쇄돼 있는데 집회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수배자는 수배자대로 투쟁을 하는 거니까.
 
  프레시안 :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체포 영장이 떨어진 건 유례 없는 일이다. 현재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박원석 : 어이없다. 이게 과연 구속되고, 수배될 만한 사건인가. 과거 정부 같았으면 기껏해야 벌금 내고 끝났을 사건이다. 이 정부가 공안 논리에 입각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대책회의를 깨고 간부를 잡아가면 촛불 집회를 깰 수 있을 거라는 어이없는 발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잡혀가면 또 만들면 된다. 단체가 1800개가 되는데 상황실장, 팀장할 사람이 없겠는가.
 
  두 번씩이나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국민적 정당성이 있는 운동에 5, 6공식 공안 대응을 한다는 게 너무 어이없는 일이다.
 
  “‘재협상 지지, 촛불 지지, 그런데 이제 그만?…다른 방법”
 
프레시안 : 오늘 대책회의가 앞으로 촛불 집회 주최 횟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판단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박원석: 종교계, 민주노총, 농민대회 등 부문별로 자체 대응 계획이 세워져 있다. 정부가 대책회의가 하는 집회는 무조건 원천봉쇄라고 하니 우회하는 면도 있다. 대책회의도 실무적인 여유를 갖고 집중 촛불 집회를 좀 더 밀도있게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지역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지역에서도 촛불을 드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 사실 미국산 쇠고기가 별로 팔리는 게 아닌데도 계속 저런 식의 정부 선전이 퍼지면 시민의 긴장감, 경계심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 촛불에 올인하자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 된다. 6월 10일 같은 집중이 한 번 있고 나면 매일 평균 3000, 적으면 500~1000명이 모인다. 그런 집회는 굳이 대책회의가 주최하지 않아도 된다. 대책회외는 집회를 엄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상황실 사람들은 주최를 하든 안 하든 어차피 현장에 나가야 된다.
 
연행자가 발생하면 변호사를 불러야 하고, 부상자 생기면 병원을 연결해야 하고… 다만 지금 정비할 여유를 갖고 힘을 비축해서 집중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것이다.
 

▲ 조계사에 차려진 촛불 집회 수배자 농성장.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으로 붐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대책회의가 촛불 집회에서 빠지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박원석 : 그렇지 않다. 일상적으로 촛불을 든다는 건 변함이 없다. 다만 더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집회에 대책회의가 책임을 안 지겠는가? 만약 작은 단체가 주관한 집회를 정부가 막으려 하면 대책회의가 안 나설 수 없다.
 
프레시안 : 내부에서 향후 방향에 대한 이견은 없었나.
 
박원석 : 촛불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전제에는 이견이 없다. 그것이 우리 투쟁의 제일 전선이다. 다만 오히려 전술을 다양화하고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촛불로 힘을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갈렸다. 목적은 같은데 어떤 게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약간의 차이였다. 좁힐 수 없는 게 아니었다.
 
국민 여론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지지하는 여론이 70%다. 그런데 촛불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여론 또한 높다. 또 촛불은 인정하면서도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 역시 높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나는 ‘촛불 계속 했는데 실질적으로 바뀌는게 없더라. 다른 것도 좀 해라’, 이런 요구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불매 운동이나 다각적인 운동의 확산을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누리꾼들이 창조적인 얘기를 많이 냈다고 본다. 재신임, 국민 투표, 국민 소환… 하나하나 바람직한가 여부를 떠나서 촛불로만 단순화되지 않는 운동의 방식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보고 대안이 될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여전히 재협상이다”
 

▲ 조계사에 놓여져 있는 ‘촛불 소녀’ 연등. 지난 4일 열린 시국 법회에서 승려들은 이 연등을 따라 거리를 행진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촛불 집회로 인해 느끼는 압박과는 일상적 운동이 주는 압박이 다를 것 같다. 
  박원석 : 촛불은 계속 된다. 대책회의가 매일 못하더라도 주말이나 중간중간 계기가 있을 때 집중하면서 이어갈 것이다. 어쨌든 재협상이 목표인데 재협상, 혹은 그에 준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지금 많은 성공을 거뒀다. 대운하도 막았고, 민영화 일정도 미뤄졌다. 어쨌든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일정하게 제동이 걸린 거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도 부분 개각에 그쳤지만 해결되고 있고.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문제의 출발점은 재협상이다. 쇠고기는 쇠고기 문제대로 일정한 해결이 이뤄져야 국민들 사이에 승리감이 더 확고한 자신감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활동에서 그 목표는 바꿀 수 없다.
 

프레시안 :
정부는 여전히 강경하다. 성공할 수 있을까?
 
박원석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정희, 전두환 정부까지 포함해서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지금 이명박 씨는 자기 무덤을 밖에서부터 파고 있다. 5년동안 권력을 유지할 순 있겠지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세운 국정 목표도 이룰 수 없고.
 
분명 보수 세력이 이명박을 제일 먼저 버릴 것이라고 본다. 다음 지자체 선거 끝나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급속하게 당정 분리, 개헌 얘기가 나올 것이다. 조·중·동이라고 그대로일까? 아니라고 본다.
 
“5년 내내 어떤 형태로든 촛불은 계속 된다”
 
프레시안 : 5년간 시민단체의 활동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박원석 : 지난 10년동안 두 번의 민주 정부를 거치면서 운동이 많은 부분 제도화됐고, 원내 제도권 정치도 기능적으로 확대됐다. 시민운동도 권력을 상대로 한 감시, 로비, 견제 등 일종의 제도적 투쟁을 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런 모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끊었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도 갈등적, 논쟁적 소통을 해왔던 건데, 이 정부는 그 통로를 다 끊었다. 이제 시민사회와 정부는 관계할 필요가 없고, 정부 하는 대로 따르라는 말은 대결하자는 것이다.
 
또 동시에 야당이 축소되고, 야당 또한 원내에서 야당다운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내내 제도정치와 장외정치의 비중이 3:7 정도 될 거라고 본다. 그만큼 국가와 시민사회가 길거리에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구조적으로 아주 일상화될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대응을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원석 : 그런 문제의식이 생기고 있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대책회의대로 재협상이라는 뚜렷한 자기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것대로 가지만, 더 넓은 틀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가, 정치사회, 시민사회 힘의 관계를 보면 약한 정당, 약한 정치, 강한 국가, 강한 시민사회로 구성돼 있다. 강한 것끼리 부딪히게 돼 있다. 장외정치 비중이 높아지고 원내에 들어가 있는 야당이 지금 국면에서처럼 끊임없이 이쪽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범국민적인 반이명박, 반서민말살정책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인 전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그런 필요성이 서로에게 확인되고 있다. 보다 구체성을 띤 논의로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촛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박원석 : 5년 내내 이럴 거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해결책이 없고, 출구가 없다.
 
이런 양상이 그때마다 이슈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반복될 거다. 그렇다고 정치가 이를 완충하고 여과시킬 수 있는 기능을 하나? 못하고 있다. 결국 국가와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정책의 영역에서 충돌하는 양상이 반복될 거다. 그렇다면 촛불은 어떤 형태로든, 어떤 강도로든 5년 내내 계속될 거고, 신호탄을 화려하게 올린 셈이다.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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