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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8년 12월
  • 2008.12.01
  • 890




조견문(弔犬文) - 포리를 보내며

고진하『참여사회』 편집위원 gojinayo@hanmail.net

네가 떠나가느냐? 정녕 가는 게냐? 이렇게 갑작스럽게…작별의 인사도 없이……. 밥을 챙겨 나오는 조그만 낌새에도 꼬리치며 달려 나오던 네가 어찌 누워만 있는 게냐? 온 몸이 싸늘하게 식었구나. 종종거리던 네 다리는 뻣뻣하구나. 반쯤 감긴 흐릿한 눈동자에선 더 이상 생기를 느낄 수 없구나. 무슨 일이냐? 이것이…….

뒤늦게 챙겨본 일기예보에 내 가슴이 꽁꽁 얼어붙는 듯하구나. 너의 집에 비닐 한 장만 쳐주었더라면…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었더라면…일주일 전에 털을 깎지 않았더라면…현관에 재웠더라면…뼈아픈 회한이 꼬리를 무는구나. 내 마음 씀씀이는 모포 한 장의 두께만큼이나 얄팍했구나. 5㎏도 안 되는 네 몸을 누일 따뜻한 잠자리도 마련해주지 못했구나. 주저앉아 목을 놓아 울어본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너와의 단란했던 시간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니 어이없고 황망하다. 겨우 네 해다, 네가 머문 시간은. 간밤에 얼마나 추웠느냐? 혼자 얼마나 무서웠느냐? 왜 짖지도 않았느냐? 기척이라도 좀 내지 그랬느냐? 너는 원망도 없이 고요히 누워 있구나. 주인 잃은 사료 포대에선 아직도 고소한 냄새가 나는구나.

너는 어느 따뜻한 봄날 우리에게 왔다. 너는 어린이날 선물이었지. 너는 언제나? 우리를 처음 만나는 것처럼? 맞았다. 등을 쓰다듬어주면 발랑 넘어져 네 발을 쳐들고 재롱을 부리던 너. 때론 너무 촐랑거리고 때론 너무 짖어 귀찮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너무도 그립구나.

너와 함께 걷던 산책길, 너는 들판의 정원사였다. 풀꽃의 냄새를 하나하나 맡아보고 오줌도 주고 똥도 주었다. 그 길에서? 나는 동화 ‘강아지 똥’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런 네가 이제 없는데 오늘따라 햇살은 야속할 만큼 따스하구나. 

우린 늘 함께였다. 재작년 긴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집에서 애타게 기다릴 네가 눈에 밟혀 일주일 만에 돌아와 너를 데려갔구나. 작년에 머나먼 섬으로 또 한 달 여행을 갔을 때 너는 빈 집에 홀로 남겨졌구나. 기다림에 지친 넌 여행에서 돌아온 우릴 외면했지. 네가 마음을 풀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꽤나 흘러야 했구나. 그런데 이제는 영영 이별이로구나.

나고 죽음은 이렇게 눈물겹구나. 그리움은 이렇게 애달프구나. 회한은 이토록 쓰라리구나. 아끼던 바늘을 부러뜨리고 눈물로 먹물 삼아 제문을 써내려간 옛 부인의 심정을 비로소 알 것 같구나.
뒷산 잣나무 밑에 통곡으로 너를 묻었구나. 살아서는 너의 몸에서 나는 것들로 풀꽃을 키웠듯, 죽어서는 너의 몸으로 나무를 키우겠지. 그렇게 너의 일부는 나무가 되겠지. 너로 말미암아 나는 내 식구가 아닌 존재의 끼니를 날마다 챙길 줄 알게 되었는데…그렇게 나는 너를 키우고, 너는 나를 키웠는데… 허무하게 너를 잃고 말았구나. 한솥밥을 먹었던 우리 식구(食口) 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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