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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1월
  •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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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반추하고 남을 비추는 삶’의

시작

처음 박원석을 본 게 94년이던가…군대에서 휴가 나왔다가 아는 선배 따라서 참사연(참여연대 이전에 있던 청년조직)에 갔던 때인 걸로 기억됩니다. 그 때 상근하고 있던 박원석을 소개받았는데, 회원가입하러 온 것으로 알았는지 회원가입서를 들고 와서 한 30분간 참사연에 대해 소개했었죠. 빨리 좀 하라는 뜻으로 고개만 연신 끄덕였는데, 농담 한마디 안 섞으면서 그런 진지한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참 고역이었죠. 이후에 천성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진지한 사람이죠. 천성이 숫기가 없기도 하지만 자기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촛불시위 막바지 어느날 밤, 우연히 조계사에 들렀다가 농성천막에 앉아 있는 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배중이어서 모처에 은신중이라고만 들었지요. 언제 조계사로 왔나 했는데, 다음날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습니다. 어느새 100일이 지났구요. 밖에서야 100일 정도야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고 낮에는 천막 안에서 사람들을 맞고, 밤늦게 잠들어야 하는 고행 아닌 고행에다가, 경찰이 들이칠 수도 있다는 소리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고, 거기다 심심찮게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얼마 전에는 회칼 테러도 있었고. 횡단 100미터도 안 되는 공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그로서는 참으로 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수배자들도 마찬가지구요.

‘진경(眞鏡)’이 조계사 촛불농성 수행 100일 대동한마당에 앞서 열린 수계법회에서 청화스님께 받은 법명이라고 합니다. 참된 거울이라는 뜻이죠. 한 10년 전 쯤에 (무슨 일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나지만) 명동성당 앞에서 경찰들과 다투고 있었어요. 늦게 도착한 박원석, 오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경찰과 말싸움하는데, 너무 잘 싸우는 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끝나고 나서 하는 말. “뭔 일로 싸우고 있었어?” 한마디로 항상 준비하고 있는 프로 쌈닭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유를 몰라도 편 갈라 싸우는 자리에 앞장서 싸우던 그가 광우병 쇠고기 전면수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아 얼마나 분개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런데 지금은 본의 아니게 새장 안에 갇혔군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조계사에서 탁구도 치고 농따먹기도 하고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면서 세상을 비추는 더 큰 거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명광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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