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1월 2008-11-11   1074

이슈_국가균형발전의 대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대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조복현 환경정의 공간정의국 국장 cbh@eco.or.kr

지난 9월 25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법의 제명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지역발전특별법’으로 변경하며 ‘균형’이라는 국가기본 원칙이자 헌법에서 보장한 대명제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이다. 헌법 제120조 ②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였으며,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하여 균형발전을 원칙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균형발전’을 ‘지역발전’으로 대체하려는 의도는 ‘시장친화적인 제도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지역 간의 자유경쟁체제를 전제로 한 지역발전정책인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 듯하나 이 법률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수도권은 규제완화로 인한 과밀 집중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비수도권은 자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고사 위기에 처할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의원발의되어 있으며, 11월경에 수도권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지방은 반발하지만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이 국정원칙인데도 말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일까?

수도권규제는 국가균형발전의 기본

수도권의 과밀 집중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60년대 이후 근대화와 산업화로 대도시 중심의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수도권은 국가중추기능을 담당함과 동시에 산업의 중심을 담당하며 인구와 산업이 급격하게 집중되었다.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현재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48.7%가 모여 있으며, 국내 1,000대 대기업 본사의 70.9%, 제조업체의 56.6%, 외국투자기업의 85%, 금융거래의 67%, 지역내총생산(GRDP)의 47.7%, 4년제 대학의 36.8%, 4년제 대학 학생수의 48.7% 등 매우 심각한 집중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의 심각한 집중화는 수도권의 난개발을 유발시켰으며, 교통문제와 환경비용의 증대를 가져왔다. 이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보면 수도권 교통혼잡비용 12조 8,515억 원, 수도권 대기오염 피해비용 10조 4,000억 원, 환경처리비용 4조 2,000억 원 등 총 27조 4,515억 원에 이른다. 또한 수도권의 과밀 집중화는 전국 SOC투자의 67%를 수도권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수도권의 자연환경 훼손과 심각한 오염 문제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의 과밀 집중화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수도권에 지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27조 원이 넘는 막대한 사회적비용이 수도권에 투자되었는데도 수도권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수도권의 심각한 집중은 지방의 공동화를 낳았고, 지방 경제를 고사상태에 빠뜨렸다. 그 근원적인 이유는 수도권의 블랙홀과 같은 흡수력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수도권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여 수도권의 과밀 집중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수도권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규제는 지방의 상생발전을 가능케 한다.  수도권 규제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국정원칙으로 천명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도권 관리를 위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수도권규제의 의미이다.




극단적인 친기업 정책, 수도권규제완화 

블랙홀과 같은 수도권에 대한 계획적 관리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완화가 오히려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수도권은 규제완화로 인한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기업은 수도권에서의 공장 신·증설에 대한 기대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지방은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은 다 죽는다며 규제완화를 추진하면 일전을 불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비수도권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수도권은 각종 중첩적인 규제로 인하여 지방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어 수도권 낙후지역은 심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낙후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중첩적인 규제로 인하여 수도권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에 수도권의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5+2광역경제권은 초광역적 구상으로 다른 지역경제권과 자유경쟁적 관계이므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의 국가경쟁력이 커지면 파이가 커질 것이고, 이를 분배함으로써 지방도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핵심은 친기업 정부이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기업을 대변하면서도 매우 단순하다. 즉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친기업 정부로서의 수도권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근거가 상식수준에서 보더라도 매우 빈약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도권의 규제완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최근의 경제적 상황에 맞물려 더욱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코스피지수가 1,000 아래로 내려갔고, 환율은 1,400원 선을 넘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감세와 부동산정책으로 단기적인 처방만을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은 현 경제위기 해소의 방안으로 공적자금 투입, 국영화, 규제강화, 투명화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정부는 오히려 감세정책, 규제완화, 민영화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즉 친기업 정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수도권규제완화라는 논리이고, 수도권의 규제가 기업의 생산활동을 제약하기에 폐지 또는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구 교통 환경 악화 불을 보듯 뻔해

사실 현재까지 정부는 수도권의 과밀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방 상생발전을 이룩하는 데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를 포함하여 이전의 정부까지도 국가균형발전이 국정원칙임을 확인하였다. 이 원칙이 실질적인 실행력을 가지려면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규제완화’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의 행태를 보면, 수도권에 공장총량제를 실시하면서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25개 첨단업종의 신·증설을, 14개 업종 내에서 국내대기업의 증설을 허용하였고, 매년 30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여왔다. 또한 최근에 상수원 취수장에서 7㎞까지 상류지역 공장입지규제를 해제하였고,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및 주변지역 등 공장 신·증설 허용업종을 확대하였고 4년제 대학설립이 허용되었으며,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완화로 여의도의 72배의 면적이 해제되었다. 본격적인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지도 않았는데 수도권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폐지 및 대체입법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 이것이 수도권 규제완화의 핵심사항이 될 것이다. 수도권 계획적 관리에 대한 기본법을 없애고, 대신에 수도권을 일반대도시권의 하나로 인식하여 규제완화를 대폭적이고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의 1/3면적에 해당하는 자연보전권역의 폐지가 가능해지고, 산업단지 등 공업지역의 규제완화로 면적규정이 폐지될 수 있다. 그리고 수도권 내 첨단대기업과 국내 대기업 공장입지 규제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각종 특별지역이 지정되면 공장 신?증설과 함께 대학설립 규제완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도 통계에 의하면 2020년 수도권의 인구는 2,740만 명이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수도권 규제가 대폭적으로 완화된다면 2020년 수도권의 인구는 당연히 예상치를 넘을 것이다. 인구의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하다. 현재까지 수도권에 쏟아 부어진 사회적 비용이 27조 5천억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수도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비용과 광역교통망 체계 구축, 환경비용,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비용 등 이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투여되어야 한다. 아무리 봐도 비효율적인 국토이용을 위한 수도권규제완화일 뿐이다.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 공동화는 국가 위기 초래

지방은 어떠할까? 수도권은 이미 대부분의 사회간접자본이 수립되어 있으며, 좋은 인력과 재원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수도권은 생산과 소비가 일원화된 지역으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방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수도권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지방은 아직도 산업메커니즘이 완결되지 못한 구조이기에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한다. 즉 지방의 기업은 수도권 이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방은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나마 지닌 산업체마저 수도권으로 빼앗길 실정인데 수도권규제완화가 본격화된다면 지방은 불을 보듯 뻔한 위기상황이 될 것이다.

2020년경에 비수도권의 인구는 합쳐서 2,000만 명도 되지 못한다. 혹자의 말에 의하면, 시골에선 60대 이상 노인이 90대 노인을 한 명 이상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경제인구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까지 지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경기도는 76%이지만 경상북도는 30%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경기도와 경상북도의 GRDP 차이는 무려 2.8배에 이른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되면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는 수도권에만 생기는데, 수도권이 더욱 비대해지면 일자리 창출은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좋은 인력 역시 수도권으로 더 집중될  것이다.

결국 국토균형발전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 집중화는 수도권의 일극체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에 반해 지방은 공동화로 인하여 괴멸, 붕괴되기에 이를 것이다. 국토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결과는 우리나라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다.

즉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되면 수도권 일극체제가 확대 강화되어 지방은 고사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며, 국토의 비효율적 이용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는 당연한 결과가 되어 실질적인 국가의 위기로  되돌아올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균형발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균형발전 없이 지역발전 없다

지역발전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수도권규제완화는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맡아서 추진한다고 한다. 우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지역발전’은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이 제거되면 커다란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하면 수도권을 하나의 지역으로 바라보면 수도권의 규제완화는 당연한 결과이다. 이는 결국 블랙홀 같은 흡입력을 가진 수도권이 다른 지방의 산업을 흡수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국가의 경쟁력은 수도권의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의 구조는 고가의 지가, 교통대란, 과밀 혼잡비용, 지방의 72%대인 노동생산성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수도권 일극체제를 이룩하면 국가경쟁력 하락은 당연할 것이다. 이런 판단에서 국가경쟁력위원회의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구상은 잘못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수도권규제완화는 우선될 수 없는 정책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는 하나로 합병하여 하나의 위원회에서 조정하고 운영해야 할 사항이다.

국가균형발전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명제이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규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지방의 상생발전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우리나라가 생존하려면 꼭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다. 이 정책이 추진되어야 지방의 국민들이 소외되지 않고 건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도 상승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좀먹는 수도권규제완화 저지해야

지난 10월 22일 국회 본관 앞에 약 40여 명의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자체 공무원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수도권규제완화 반대와 균형발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비장한 각오와 엄중한 목소리로 수도권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정부를 꾸짖었다. 이제는 국회의원 모임과 지자체 모임,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연석회의를 통하여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추진하고, 각 모임의 특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여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국가균형발전이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문제가 많은데도 정치적 판단만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지방에서부터 대규모 반대 운동을 벌이고, 수도권에서 국민대회를 개최하여 저지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 국정원칙임을 밝혔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의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바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야만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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