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5월 2006-05-01   4517

우리나라 아동의 권리

오늘날 아동기에 대한 생각은 사회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아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치가나 정책 입안가에 의해 좋은 의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동에 대한 생각, 아동기를 보는 인식은 여전히 혼란스럽거나 심지어는 서로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아동인가, 미래의 성인인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혹은 아동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동의 존재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인들의 아동에 대한 생각은 잘못된 관점에서 출발하기 쉽다. 아동을 현재의 존재, 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미래의 성인으로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람마다 제각기 어린 시절을 나름대로 거치기(아동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과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점은 아동이 아주 빠르게 성장 발달하여 변화한다는 아동기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하게 보자면 아동의 존재에 대해 두 가지 측면 모두를 다 고려해야한다. 아동은 빠르게 성장 발달해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현재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상태 모두를 고려하면서 아동을 대하기란 쉽지 않다. 성인들은 아동의 성장발달 과정만을 강조하지 한 인격을 자진 존재로 여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인들의 관점으로 보면 아동은 인격을 가진 존재이기보다는 미래의 성인이다. 이러한 시각은 역사적으로 지배적이었고 동시에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아동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악용되어 왔다. 이러한 예는 아동학대와 방임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동은 성인이 되기를 준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동이 인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만은 아니다. 아동도 한 인간인 것이다. 아동이 성인들보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것도 분명하다. 이러한 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동이 차츰 획득해간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서 아동이 성인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마치 성인들을 현재 한 인격을 가진 존재이기보다는 젊음의 정점을 지나서 변화해가는 방향을 강조하지 않는 것처럼.

아동을 위협하는 적신호들

아동이 여전히 미래의 성인으로만 강조되는 상황에서 성인들이 성인위주로 만들어 놓은 생활환경은 아동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사회의 빠른 변화에 성인들도 적응해가기가 쉽지 않은데 아동의 적응은 더 어려워진다. 아동의 4가지 권리인 생존권과 발달권, 보호권 그리고 참여권을 위협하는 적신호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 우선 아동이 직접 체험하는 환경인 미시체계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정의 크기가 작아진 것이다. 가정도 적절한 크기를 유지하는 것이 아동의 성장발달에 이롭다. 아동은 적절한 수의 가족원과 같이 생활하면서 적절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에서 학대나 방임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부모를 비롯해 형제 자매 등의 가족은 아동에게 해로운 충격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요즘처럼 가정해체의 경우를 포함하여 가족원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동에게 큰 위협이 된다. 그리고 가정에서 아동이 가족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데 빈곤이나 방임 등의 상황에서 그러한 경험이 부족해지는 것 또한 아동에게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학교도 아동에게 안전한 배움터가 아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동이 직접 체험하는 환경간의 관계도 아동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학교는 가정의 신뢰를 잃고 있다. 아동에게 중요한 두 대표적인 환경인 가정과 학교와의 관계에 역시 빨간 위험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이외에도 부모를 통해 아동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모의 일터문제와 사회의 가치관, 그리고 변화한 아동의 사회환경에도 많은 적신호들이 아동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노력은 상당히 미비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아동에 대한 배려를 재정적으로 본다면 한눈에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아동 1인당 복지 지출비는 1년에 40불 정도인데, OECD 국가중 스웨덴의 경우는 3,961불, 프랑스 2,162불, 독일 1,707불, 영국 913불, 미국 297불이다. 유엔권고 아동복지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예산뿐만 아니라 인력과 관련하여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위원회와 청소년개발원 그리고 청소년상담원이 있어서 청소년을 위해 일하고 있으나 아동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두 팀이 주무를 맡고 있어서 정책적으로 아동을 배려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것 또한 적신호이다.

아동을 위한 새로운 선택

이처럼 아동이 생활해가는 환경은 아주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험에서 성장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 권리가 보호되지 못한 아동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알지 못하고 배려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사회의 갈등은 아기 때부터 싹 튼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도 당사국이 되어 두 번의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고 권고를 받아 상당한 노력을 해왔으나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아동에 대한 3, 4차 국가보고서는 2008년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가보고서와 민간보고서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과정이 아동뿐만 아니라 아동과 관련이 있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모니터링해 사회의 가장 약자인 아동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은 아동의 대변인으로서의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유엔의 권고사항이기도 한 독립적인 아동권리모니터링 상설기구를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동복지의 선진국인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수출품인 아동옴부즈맨제도를 눈여겨보면서 아동을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할 때이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한국아동권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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