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1849

한국경총의 노동소득분배율 왜곡

가끔 우리 사회의 수준에 절망하곤 한다. ‘계급성’ 이 아니라 ‘시민성’이나 ‘민도’가 낮아서 민주노총이 장기침체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징글징글한 전투성을 목격할 때 이런 생각은 싹 가신다. 타협할 생각 없이 노사 간 신뢰를 파괴하는 사용자 집단이야말로 절망의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난해 12월7일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총)가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와 국제비교-자영자의 비중 차이를 감안한 비교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영업자의 비중 차이를 감안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간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하면 7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국 가운데 두 번 째로 높다는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데, 국민소득과 노동소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분모를 국내총생산으로 삼는 경우, 피용자 보수(임금근로자 보수)에다 영업잉여(이윤+이자+배당+임료 등)를 더한 요소비용국민소득으로 삼는 경우, 제조업 부가가치로 삼는 경우,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분자는 피용자 보수와 제조업 인건비가 사용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두 경우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에서 보이듯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에서 2004년 58.8%로 꾸준히 악화했다. 70%를 웃도는 미국, 일본, 독일 등과 차이가 현격하다.

그런데 한국경총 보고서는 자영업자를 감안한 1996년 노동소득분배율을 77.6%, 2004년 73.6%로 계산한다. 이는 엄격히 말해 노동소득분배율이 아니다. 국민소득을 기업과 개인으로 구분했을 때, 개인소득분배율이라고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가끔 이런 식으로 추계하고 있다. 게다가 경총은 크게 노동소득과 재산소득으로 이뤄지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몽땅 노동소득으로 간주하고, 자영업자 소득 수준을 계산하는 데 노동소득 평균치를 적용하는 무리를 저질렀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높게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원인이 상대적으로 빠른 임금 상승에 있다며 무리한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경총의 이 주장이 대기업 부문을 겨냥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왜곡이다.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인 노동분배율 B는 1996년 53.0%에서 2004년 42.5%까지 떨어졌다.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의 이 비율은 더 낮다. 1995~2000년 42.7%에서 2003년 40.4%, 2004년 35.0%로 급락했다.

이런 식의 견강부회는 노사 간 갈등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선동에 다름 아니다. OECD 가입 10년이 됐는데도 한국 사용자 단체의 수준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조준상 한겨레 기자/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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