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7월 2004-07-01   1894

운동화 한 켤레가 ‘노동착취 없는 세상’ 만든다

다국적 기업 반대운동에서 시작한 ‘우리 운동화’만들기

최저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만 지불하고,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제한하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들, 하지만 상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TV며 신문이며 잡지에 광고비로 엄청난 돈을 사용하는 기업들, 많이 들어보셨죠? 아시다시피 우리에게도 유명한 의류 상표들 중에 특히 그런 기업들이 많답니다. 나이키, 갭, 게스 등이 특히 이러한 ‘노동착취 기업’으로 유명하지요. 너무 유명하다 보니, 이들 기업들도 이제 언제까지나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만은 없게 돼버렸답니다. 나이키의 경우 전 세계 제3세계 나라들에 두고 있는 하청공장들에서 이러한 문제가 많이 벌어져 MIT 등 미국의 유명대학 교직원 노조 등에서 몇 년 전부터 자체 조사를 나가기도 했고, 갭 매장 앞에서는 거의 매주 불매운동과 노동착취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랍니다. 그런 가운데 소규모 기업들, 혹은 리바이스처럼 머리 좋은(?) 몇몇 기업들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소위 ‘노동착취 없는 상품’을 개발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제3세계의 값싼 노동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노동환경 문제는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들 기업들의 주장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착취 없는 상품’의 경우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 노동착취 없는 상품이 정말로 ‘인간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얻어진 상품인지, 혹은 다만 교묘한 이미지 메이킹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또한 ‘인간적’인 노동환경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인지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운동화에 담은 노동자들의 꿈

자,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여기 한 기업이 모든 제품 포장상자에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적어 넣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착취 없는 의류(No Sweat Apparel)’라는 이름의 이 회사에서 내놓은 제품은 ‘노동착취 없는 운동화’입니다. 아주 단순한 모양의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운동화로 지난 5월 1일, 우선적으로 만 오천 켤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운동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로, 이 회사의 사장 아담 니먼은 이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임금, 복지혜택, 그리고 노동환경을 상세하게 적은 쪽지를 운동화 상자 하나하나에 집어넣었습니다.

아담 니먼은 자신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이유가 ‘노동착취 기업 반대 운동’에 편승해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얻어 보고자 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이키나 리복 등 다른 유명 운동화 생산 기업들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이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과연 이들 다국적 대기업들이 니먼의 말에 귀 기울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자, 그럼 이 맹랑하게도 노동착취 없는 세상을 꿈꾸는 아담 니먼이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지불하는 임금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중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이 한달에 90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돈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저임금보다 20퍼센트나 많은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다른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 같은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만을 지불하면서도 생산비를 줄여야만 한다고 투덜대는 것이 조금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 들 수밖에 없겠죠?

어쨌든, 다시 ‘노동착취 없는 의류’ 회사로 돌아가서, 이들 노동자들은 또 자신들이 필요할 때면 회사에 요청해 마음대로 휴가를 얻거나 여행을 할 수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보험 혜택을 모두 받고 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보다 20퍼센트 높은 임금, 그리고 보험혜택에 여행의 자유가 ‘특별한’ 시도라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작은 시작‘이 ’노동착취 없는 세상‘ 만드는 길

그러면 이 ‘노동착취 없는 운동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우리 역시 이 이야기를 나이키와 같은 다른 다국적 기업의 사례에서 시작했는데, 노동착취 없는 운동화의 시작 역시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반대운동, 불매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유명 상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계속 벌여왔던 캐나다의 『애드버스터』라는 잡지의 편집장 칼레 라슨은 아무리 캠페인을 벌여도 여전히 나이키의 판매량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된 거지요. “다른 브랜드에 대해 투덜대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아예 우리가 우리 브랜드, 우리 운동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요. 그리고 그 자체 브랜드의 판매량이 많아지게 되면 저절로 나이키 등의 시장점유율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요.

그렇게 해서 아담 니먼이 자카르타에 믿을 수 있을 만한 하청공장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월 90달러의 임금 수준을 생각한다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공장은 무엇보다도 유니온 숍(Union shop, 전 종업원의 고용조건이 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협정으로 정해지는 기업체)입니다. 노조가 없이는 노동자들의 불만사항이나 고충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노조가 없는 주위의 다른 공장들이 노조 결성을 두려워해 노동자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 만큼 노동환경을 개선시키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유니온 숍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대학 로고를 달고 생산되는 의류나 신발류 제품들이 좋은 노동환경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생산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과정을 돕는 단체로 122개의 미국 대학들이 참가하고 있는 ‘노동자 권리 컨소시엄’에서는 ‘노동착취 없는 의류’ 회사의 시도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회사는 ‘이 공장의 임금은 얼마인지, 복지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공장이 어디에 있으며 누가 공장을 운영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 세상에 태어나게 된 귀중한 ‘노동착취 없는 운동화’를 취급하는 상점은 아직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뉴욕에도 단 하나의 상점만이 이 운동화를 취급할 정도니까요. 때문에 리복, 아디다스, 나이키와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에게 도덕적 압박감을 주는 것, 그렇게 해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담 니먼이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 역시 바로 그 부분입니다. 자신의 작은 시작으로 인해서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길을 바꾸어 놓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바로 여러분과 같은 소비자들이 정말로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유명 브랜드의 예쁘고 폼 나는 상품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더러운 손에 의해서, 아무리 다른 노동자들의 삶을 착취해서 얻어진 것이라 해도 ‘상관없어’라고 말한다면, ‘노동착취 없는 운동화’는 곧 사라지게 되고 말 것입니다.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운동화 한 켤레를 구입함으로써,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이 운동화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여러분은 노동착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는 이들의 호소에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강은지 (민족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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