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6월 2004-06-01   1150

미아 찾기 유전자 정보화에 대한 우려

개인유전정보 오남용 위험성도 고려해야

최근 미아 찾기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이 장기 미아 해결을 위해 유전자 DB 구축을 시작했고 이에 14개 인권.사회단체들이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얼핏 듣기엔 잃어버린 미아를 ‘과학적’ 방법으로 찾는 획기적인 소식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장기미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를 들어 환영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아 찾기 유전자 DB는 미아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유전자정보(이하 DNA)를 채취한 후 개인마다 고유한 영역을 분석하여 그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유전정보를 서로 비교해서 신원확인에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올해 사업으로 약 만여 명의 미아들과 700여 명의 부모의 DNA 분석해 자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인도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우선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 중 하나인 ‘유전정보’를 다루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DNA 수집 근거에서부터 분석, 이용, 보관, DB구축 및 운영, 유전정보 보호 등 사업의 모든 내용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찰측 법의학자들은 신원확인 정보와 질병과 같은 유전정보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일반 시민들의 우려를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신원확인이나 질병 같은 유전정보는 분석위치만 다를 뿐 동일한 DNA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분석 후 남은 DNA는 차후 검증 목적으로 보관하게 된다. 즉 마음만 먹으면 분석과정이나 보관된 DNA에서 식별 이외의 유전정보를 뽑아낼 수 있어 개인 유전정보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확장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찰청은 향후 유전자 DB를 미아들뿐만 아니라 정신 지체 장애인과 치매 노인들에까지 확대하고 시설 아동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확인 유전자 DB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한 번 구축된 유전자 DB는 범위와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다른 DB와 연동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미아 찾기, 범죄자, 이산가족 유전자 DB 등이 운영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관련 갈등은 기술적 문제 보다는 주체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전국민 지문을 DB로 만들어 공유하고, DNA를 채취해 DB화 해오던 경찰청의 관행을 볼 때 유전정보를 남용하거나 DB를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사회적 논의와 법률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유전자 DB 구축의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내 갈등뿐이었다. 이제라도 사업 주체측은 인도적 명분이나 기술적 우수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런 우려에 대해서 법적 구속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병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간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