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5월 2004-05-01   1050

[특집]<총선 후 산국사회 개혁과제> 긴급좌담 – 17대총선은 무엇을 남겼나?

국민의 절실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는 17대총선. 이번 총선결산을 통해 앞으로 국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변화된 국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일시 : 2004년 4월19일 오전 11시30분

■ 장소 : 참여연대 제2회의실

■ 참석 : 사회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성공회대 NGO 대학원 교수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 김석연 변호사, 민주노동당 정책위부원장

■ 정리 : 최인숙 편집부 imon@pspd.org

손혁재(사회자, 이하 손) 17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국민의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낡은 정치의 퇴장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결과적으로는 의회권력의 교체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의회권력 교체는 세 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여대야소가 만들어지면서 이른바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이 사상 처음으로 과반 수 의석을 획득한 것, 두 번째는 물론 아직까지도 세계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표적인 정치적 약자였던 여성의 정계진출이 지난 16대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는 점, 이를테면 바로 남성중심의 정치구도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통해 그동안 남북분단 상황으로 인한 보수정치 구도속에서 진보진영이 처음으로 원내 진출했다고 하는, 이와 같은 의회권력의 교체가 상당히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 논거를 제기하고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17대 총선을 여성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조현옥(이하 조)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여성할당을 50%이상 받았어요.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가 비례대표직을 사임하면서 한 석이 늘어나 50%이상이 됐죠. 다만 지역구에서 66명이 출마해 4%정도인 10명이 당선된 점에서 지역구에서는 아직도 힘들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주요정당에서 공천한 여성들, 한나라당의 경우는 8명 공천에 5명이 당선, 열린우리당은 10명 중 5명이 당선되어 전반적으로 50%이상이 당선됐어요.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서 여성이 양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선거 전부터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손 이제 여성의원의 숫자가 39명이라면 여성이 적어도 한 상임위에 2명 이상이 들어간다는 얘기 아닙니까? 2명 이상 3명까지 들어가게 되면 여성정책은 어떤 변화가 있게 될까요?

조 그동안 여성 관련 정책이 정치적 의제로 상정되지 못하고 언제나 여성문제 같은 일상과 관련된 사안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다루어졌죠. 모성보호법이라든지, 성매매방지법 같은 경우만 봐도 국회에서 결정이 되었지만 의제로 올려지고 통과되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17대에서는 이러한 여성의제들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호주제 폐지 사안에 대한 재논의도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각당의 여성 공약이 보육, 모성보호법 등 관련해서는 상당히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공약들을 지키도록 하는 역할을 여성의원들이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여성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성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면에서 17대국회가 이중부담을 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김석연(이하 김) 일단 여성의원수가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는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제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호주제가 사회적 억압기능을 하는 기제로써 발휘되는 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국가보안법이 과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가 지금은 많이 약화된 것과 마찬가지로요. 호주제 폐지로 바꾸는 입법이 이뤄진다고 해서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질서에 큰 실질적인 변화가 올것이냐, 그렇진 않을것이라고 봅니다. 어느정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그리고 우리가 사망을 확인하는 그런 의미로 생각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할 때 여성의원들이 진출해서 주력해야 할 분야가 지금 말씀하신대로 보육이라든지 실질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방안들을 말씀하셨는데, 지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49% 수준인걸로 알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보면 60%까지 가고 있는 상태죠. 문제는 경제활동 참가율을 낮춰서 실업율을 낮추는 상황이고, 보육문제 등이 해결되려면 돈의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공교육 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교육비를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까지 국가에서 차등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되는데, 여기서 재원조달에 대한 문제가 항상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17대총선은 한국정치 정상화 회복에 대한 요구”

손 자, 여기서 순서를 바꿔 17대 총선에 대한 총평을 먼저 얘기해 해볼까요?

하승창(이하 하) 간략히 요약하면.. 어쨌든 대통령 탄핵에 대한 유권자 심판,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획득이라는 것으로 정치적 심판이 일정하게 내려진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가 손박사님이 지적하신 의회권력 교체라는 것도 중요한 평가 중 하나일 것 같고요. 저는 의회권력의 변화가 기본적으로 정치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과거 지역이나 인물 중심으로 움직였던 정당기조의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민주노동당 지지. 이는 정체성에 대한 지지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당을 운영해왔던 모습이나 구조에서의 기존 정당과의 차별, 이런 것들에 대한 지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전근대적인 정치 형태나 양식 이런 것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단방에 내려진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의회유권자 운영과정에서 있었어야 할, 자기 당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정책대결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없었던 것에 비추어서 이제는 정책대결로 가지 않고서는 아마 그 정당이 다음 선거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것도 분명해졌어요. 이런 점에서 정치적인 변화가 온 것 같고요. 그리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이 일정하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한 것과 열린우리당이 영남권에서 일정하게 정당지지를 획득했던 결과를 보면 이런 평가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조 저는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의 편향적 보수성향을 유권자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탄핵가결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도 보고요. 또 한 가지 정치문화의 변화를 말하고 싶어요. 정치인의 권위를 인정해야 했던 ‘식민형 정치문화’에서 ‘참여형 정치문화’로의 변화. 이런 참여형 정치문화의 기재가 됐던 것이 ‘인터넷’이었고요. 이번 17대국회는 초선의원이 많다는 상황 등을 고려하여 국회문화가 참여형 민주주의, 참여형 정치문화로 변화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김 탄핵에 대한 심판은 본질적으로 세대간의 싸움이었다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월드컵이나 미선이 효순이 장갑차 압사 사건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형상, 또 노무현이라는 이미지로 나타났던 대선 때의 양상, 이런 것들이 탄핵을 둘러싸고 다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거죠. 이런 현상들의 근저에는 한나라당이 얻은 표의 상당 부분이 50~60대의 유권자와 영남권이 정권창출 실패 후 갖게 된 피해의식이 영남사람들의 표의 결집으로 합쳐져서 한나라당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 싸움의 핵심은 세대간의 갈등과 그 세대가 대표하는 가치의 차이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났고, 지역구도는 세대갈등에 비해서 오히려 종속변수로 변화됐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노동당의 등장은 과거의 냉전과 분단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어온 측면의 반영, 즉 민주노동당의 진보적인 정책에 대한 빨갱이라는 편견 등 기본의식이나 이념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측면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이죠. 다른 하나는 객관적인 토대의 변화, 소위 과거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났던 노동과 자본을 중심으로 한 정치구도가 한국사회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가 상당히 성숙한 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닌가, 객관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하 오히려 더 본질적으로는 한국정치에 대한 정상화의 회복을 요구하는 점이 컸다고 봅니다. 이전에 3김으로 표현되는 정치권은 대단히 비정상적이고 자본주의의 발전 방향과는 맞지 않는 정치지향이잖아요. 이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기류나 저류가 있고, 그 속에서 괴리가 생겨났고 대표적으로 16대 국회가 그런 모습이고, 그 괴리를 잘 드러낸 게 탄핵인 것이고요. 국민들이 생각하기를 탄핵가결자들 그들의 민주주의는 잘 지켰겠지만, 국민들 우리 스스로를 포함한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리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민의가 이번 17대 국회에서 반영됐다는 의미에서 의회교체의 변화는 있었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는 거죠.

“지역주의의 균열 현상”

손 정리해보면,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대표되어 비정상적이던 우리 정치가 정상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강고한 지역주의의 균열이 생기고 세대간의 대결구도가 나타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생겨나면서 지금까지 정치의 객체였던 국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게 되었다는 점들이 어우러졌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알고 열린우리당이 개혁이미지를 선점했기 때문에 과반의석 차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반면 한나라, 민주, 자민련 세 당은 국민여론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방탄국회를 주도하고 부패비리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체포된 의원을 석방시키기까지, 또 국민 70%가 반대하던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등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낡은 정치에 매몰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정당 가운데 민주당, 자민련은 지역주의를 동원하지 못해 몰락했지만, 한나라는 박근혜를 앞세워 ‘부드러운 보수주의’를 통해 지역주의를 동원할 수 있었기에 1/3이상 의석을 확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지역주의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 저는 세 당이 각각 차이를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은 삼보일배를 통해 살려달라, 지켜달라는 것이고, 자민련 역시 김총필 총재가 충청지역 유세를 통해 지역주의를 부추겼죠. 반면 한나라당은 잘못했다, 건전한 보수로 거듭날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죠. 아주 단순한 수사들이었는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태도에서 다르다고 보고, 이것이 전통적인 자기기반세력을 확보하는데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조 저는 한나라당은 초지일관, 그 자체였다고 보는데요. 수구보수적 기반에서 탄핵을 거치면서 개혁적 전향을 망설이는 부동층에 박근혜 대표를 내세워 박정희 향수, 지역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 큰 효과가 있었던 거죠. 민주당은 50년 정통야당이라 하면서 실제로 국회에서 보여준 행동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는 거죠. 박근혜 감성정치는 통한 반면 추미애 감성정치가 통하지 않은 것은 지지기반세력에 대한 오해, 수구보수적인 행태를 보였으면서 감성정치를 행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죠. 자민련은 시대의 흐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비례대표에 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장애인 등의 소외그룹 배치형식조차 갖추지 못한 정당이기 때문에 자민련이 몰락한 것은 당연한 결과고요.

김 민주당이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은 호남사람들의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노무현을 택한 것이라든지. 호남사람들의 정치의식은 지역적인 면과 동시에 상대적인 면을 보이기도 하죠. 과거 호남사람들이 DJ나 호남정치인의 이미지만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한나라당은 근대화에 대한 박정희 향수나 권위주의시대 문화에 익숙한 분들에게 박근혜 바람이 통했죠. 그래도 박정희가 실질임금을 올려주며 먹여살리려 했다는 기대감과, 나이든 여성분들이 박근혜 이미지에 끌린 부분도 있고, 앞에서 얘기했지만 기본적으로 영남사람들은 정권창출 실패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결집을 했다고 보고요.

손 지역주의가 약화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꺼져가는 지역주의의 불씨를 살려냄으로써 다시 힘을 받을 것이다라고 평가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동서현상, 영남.강원은 한나라당이, 호남.충청.수도권은 열린우리당이 확보한것도 새로운 지역주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 결과적으로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많지만 정당득표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죠.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30% 정도 얻은 것을 보면요. 아직도 수구보수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표심으로 볼 때는 조금씩 지역주의를 깨나간다는 면에서 희망이 보입니다.

손 민주노동당의 전국적인 고른 득표가 모범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우세한 경남지역 공교롭게도 공단지역이거든요.

김 영남 지역주의의 정서는 잘 안 된다 싶으면 집착, 결집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대구.경북지역은 그런 가능성이 보이고, 부산.경남은 곧 깨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손 우리 선거를 타락시킨 부정적인 요인이 크게 돈, 지역주의, 색깔론 이 세 가지 아닙니까? 주요 개혁과제이기도 하고요. 돈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 해결됐고, 지역주의는 균열되어 가는 상황이고, 이제 색깔론만 남았는데, 먼저 민주노동당의 원내 3당진출에 대해 얘기해 보지요.

김 긍정적으로 보면 민주노동당 출발 당시 내부에서 노선이나 이념 차이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고,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반미 등 이런 추상적인 운동권의 이념적인 정책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했죠. 결국은 기본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방안들을 고민했어요. 미국과 대등한 관계들을 설정하자,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등은 국민들이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공감하는 형태로 가공이 된 것입니다. 사회주의 관련해서도 실질적으로 한국사회가 가야 할 길이 성장보다 분배로 가야 하는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을 많이 세우겠다고 했고요. 이것이 선거에 참여해서 일정 의석을 얻으려는 진보정당이 필연적으로 가게 되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이념이 중심되어 일방적인 교육자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적극 교류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당으로 변화한 것이 효과적이었고, 민주노동당의 정책들도 상당한 호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 이미 유권자들도 색깔론 정서의 한계는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책이죠. 정책을 정치적으로도 판단하는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지가 가능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조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16대 국회에서 보여준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했고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민주노동당이죠. 민주노동당은 이미 지방선거나 대선을 통해 대안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언론의 영향인데, 처음에는 민주노동당이 매우 급진적이라고 생각하여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알게 되면서 그런 급진적인 생각을 바꾸고 오히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고 서민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심어 줬죠. 이 두 가지가 잘 맞물렸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17대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다른 대안정치세력들에 가능성이 생긴다고 봅니다. 기존 정당과 같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앞으로 나오게 될 대안 정치 세력들에게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네요.

손 김영삼 대통령 시절 민주화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아 넘어 가고 말았다는 부정적인 시각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하죠. 여성의 정계진출, 아직 부족하지만 상당히 늘어났고, 진보정당이 국회에서 의석을 얻게 됐고, 보수 정치 세력보다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 현상들. 부패하고 낡은 정치를 하던 기성 정치인이 탈락하고 젊은 정치인들이 등장했다는 현상을 통해 앞으로 우리 정치를 어떻게 바꿔갈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지금부터 감시와 견제가 필요”

김 이제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걷혀진 상태에서 새로 뽑힌 정치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라는 화두, 복지 정책,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으로 열린우리당이 어느 정도 개혁되고 진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또한 그것이 민주노동당과 선을 그으면서도 기존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지요. 반면 한나라당은 기존 수구보수당의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 이상 비전을 찾기 어렵고 영남권에 국한된 지지세력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열린우리당과 개혁 경쟁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까지 상대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과제들에 대해서 세밀하게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텐데요.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시민사회단체와도 연계해서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문제 중에서 열린우리당이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끌어안음으로써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생활정치가 제대로 되면서 각자가 자기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을 수용하고 사회 경제에 반영하는 형태의 정치가 진행됐으면 합니다.

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세력을 포섭하는 방향으로, 민주노동당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구도로 가는 것이 한국사회의 민주정치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반수 정당이니까 정국의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맞다고 보고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과 한나라당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개혁 경쟁을 하려고는 않겠지만 스스로 수구라는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비전을 찾아가면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왔지만 자체 지향이 있으므로 잘 해 나가겠죠. 열린우리당이 그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도 만만치 않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또한 열린우리당이 사회적 대립과 갈등 요소를 원내 1당으로서 정책.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군요.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시민사회단체의 몫이 될텐데, 그래서 생기는 대립과 갈등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도 궁금합니다.

조 17대 총선은 끝났지만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여성의 참여 확대라는 공감대 하나로만 버텨 왔는데 탄핵가결에 여성 의원도 참여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죠. 17대에는 그런 운동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이제부터는 여성의원들에 대한 이념과 성향까지 가미시키고, 여성계의 보호보다는 여성 의원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그동안 대안정당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단체의 중요의제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정치권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큰 기대를 합니다. 지금까지는 정치권들이 자신의 당리당략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정치적인 문제는 제도적인 정치권 안으로 가져가서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따라서 정치권의 변화와 아울러 시민사회단체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치발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16대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주요의제는 17대국회의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한데, 관련해서 못다한 얘기들 있으면 해보도록 하죠.

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파병문제 아닐까요? 각 당에서 앞서 결정한 것을 다 뒤집어 놓고 다시 논의해야 하겠죠. 탄핵은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초선의원이라도 당론을 떠나기 어려운 부분인 것이 사실이지만, 파병은 초선의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파병문제 뿐 아니라 비정규직 관련 노동 현안도 쟁점화될 것 같죠? 그리고 쌀개방 협상도 올해 중요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주요의제에 대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의 선점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열린우리당의 파병과 탄핵 철회,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와 실업 대책을 들고나올 것이라 생각되네요. 그 동안의 현안들이고 주요 이슈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를 먼저 해결할 것인지, 어떤 것을 부차적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영향을 줄 것이고요.

우리 정치가 전문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간다면 시민운동도 그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근대적인 정치가 횡행할 때 시민운동단체가 낙선운동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던 것처럼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그러나 이제는 일상적으로 의회 정치에 대한 견제, 감시하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시민운동 방향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 정치가 17대 국회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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