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1월 2004-11-01   953

시민사회발전위원회 2기 가동 ‘수구보수 총공세에 당당하게 맞선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이 보수 언론과 야당의 공격으로 더 위축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지원과 발전을 위해 구성된 시발위는 1기를 마감하고 2기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사회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편집자주.

조선일보가 “중립 지켜야 할 시민단체가 정부 돈받고 낙선운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날짜가 지난 9월 1일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전 9월 1일은 국무총리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위원장 송보경, 이하 시발위)가 제 1기 공식 활동을 시작한 날이다.

두 사건이 정확히 1년을 시차로 두고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이다. 그러나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가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테이블을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구보수세력의 시민단체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은 필연에 가까울 것이다. 활력있는 엔지오의 존재가 건강한 시민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 엔지오의 위축과 시민사회의 빈곤은 역으로 수구보수세력이 활개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수구세력의 공격으로 정부지원 위축 우려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수언론의 시민단체 공격은 분명히 악의적 왜곡보도임이 밝혀졌다. 핵심적인 반박을 정리하면,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은 낙천낙선운동이 아니라 공정한 선정과정을 밟은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지원이라는 점, 유럽의회는 각 국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규모의 적정 수준을 국민총생산 대비 0.3%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는 정부예산 대비 0.0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조중동의 시민단체 공격 이후 정부는 당장 지원금의 규모부터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보경 시발위 위원장은 지난 9월 『시민의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보도가 나자마자 시민사회단체 지원 예산 중 6∼10%를 깎겠다니, 행자부 예산을 10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줄인다니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정부부처의 반응을 비판한 바 있다.

시민단체 지원금 축소는 물론 한나라당이 적극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행자부 시민단체 지원금은 150억 원이었으나,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집중공세로 올해는 100억 원으로 준 상황이다. 원래는 50억 원으로 줄일 계획이었으나 시민단체 인사들의 국회 항의방문 등을 거쳐 그나마 100억 원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조중동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수용해 “시민단체 기생충” 발언과 같은 극단적인 언급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결국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시민단체 공격으로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이 더 위축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시민단체 기부금 소득공제 등 미해결 과제 남아

지난해 시발위는 시민단체 지원을 위한 여러 제도개선책을 내놓았다. 시민단체 기부금의 소득공제 등 세제상 지원, 기부금품 모집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시민단체 공익 프로젝트에서 인건비 인정, 다년간 사업 인정 등의 과제가 그것이다.

먼저 연말이 되면 특별히 시민단체 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시민단체 기부금의 소득공제’는 결국 올해도 해결되지 못했다. 소득공제 문제는 법인세법시행령 개정, 비영리단체(NPO)특별법 제정, 민법상 법인등록규정 완화 등 세 가지 해결방법이 가능한데, 법인세법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인 재경부가 “법인세법의 대상은 법인으로 법인이 아닌 시민단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재경부는 공익적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금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입법예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재경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당시 일부 단체들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소득공제 지원대상 단체가 됐지만, 참여연대는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전체 시민단체 기부금의 소득공제”를 주장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다른 대안으로는 일본처럼 비영리단체(NPO)특별법을 만들어서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 역시 추진이 안되고 있다. 다만 행정자치부가 현재 민법상 법인등록 규정을 완화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인데, 이 법이 통과되면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의 법인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상 허가제로 돼있는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제로 바꾸는 개정안은 현재 행자부에서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모집비용 인정액은 현행 1%에서 10%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민단체 공공 프로젝트에 인적 경비를 별도로 지원하는 문제는 행자부의 의지는 있지만,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개정할 것인지, 비영리단체(NPO)지원특별법을 새로 제정할 것인지 시발위의 주장이 정리가 안 된 상태다. 인적 경비를 인정하더라도 현재 학술진흥단체에 정부 용역을 줄 경우 인정되는 통상 20% 내외의 인적 경비보다 훨씬 낮은 5% 수준으로 예상된다.

엔피오센터 설립 문제도 1기 시발위의 중요한 사업 이슈였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것은 없다. 송성수 시발위 간사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행자부장관, 서울시장과 만나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했는데 서울시의 반대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송 간사는 그러나 “상징성 때문에 엔피오센터를 서울에 처음 건립해야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고, 무엇보다 각 지자체마다 사용 가능한 공공건물 공간의 엔피오센터 활용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엔피오센터 건립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상과 같이 1기 시발위가 논의했던 시민단체 지원정책 중 현재까지 제도적으로 해결됐거나 해결 전망이 보이는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여기에는 물론 얘기한 것처럼 시민단체 지원 필요성에 대한 정부부처의 인식이 낮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시발위 청사진, 이대로만 된다면…

시발위가 제2기를 맞으며 내놓은 향후 시민사회 발전방향을 담은 ‘한국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지금까지 개별과제 중심으로 진행된 시발위 논의가 중장기 전략 중심으로 도약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청사진은 시민사회의 기반 확충, 시민사회단체 활성화, 시민사회와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3대 기조 아래 이런 전략목표를 위한 10대 목표와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성화, 기부문화 활성화 등이 시민사회의 기반확충을 위한 과제로서 제시됐고, 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서 시민단체의 재정자립과 정부지원, 시민단체 역량강화 등을 다뤘다. 시민사회와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은 지자체, 정부·국회, 기업, 언론·종교 등 시민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다른 단위와의 시민사회의 올바른 관계설정을 다루고 있다.

송성수 시발위 간사는 “제 1기 시발위의 성과는 무엇보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상시 대화 테이블을 만든 것 자체”라며 “제 2기는 시발위가 청사진으로 내놓은 10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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