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4월 2004-03-31   1436

[인터뷰] KBS 공정보도추진위원회 나신하 기자

“국민이 언론을 만드는 시대”

“온 지 12분이 됐는데 물 한 잔도 없다”

한 야당 의원이 KBS를 항의방문 했을 때 내뱉은 이 말은, ‘물은 셀프’라는 인기어를 만들어냈다. 촛불행사에서 ‘물은 셀프’라고 써붙인 이색피켓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가 하면, 인기드라마 대장금 등을 패러디한 시리즈도 등장했다.

이는 탄핵안을 가결시킨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기득권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언론의 태도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KBS 공정보도추진위원회 나신하 기자는 “국민은 현명하다. 언론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이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정치권이 옛날 향수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꼬집었다. 나 기자를 만나 KBS 공정성 시비에 대한 입장과, 이후 선거 보도의 방향을 들어봤다.

기계적 중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터

공영방송인 KBS의 현주소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과거에는 권력과 자본에 많이 치우친 방송을 해왔고 이것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시급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적 중립으로부터 벗어나 한 발 더 나아가려 하고 있다. 기계적 중립이 필요한 사안도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좋은 방송이 될 수 없다. 최근 탄핵사태에서도 국민의 정치적 열망을 그대로 표현했던 것이 이런 노력이었다.”

탄핵안 가결 후 KBS 보도가 공정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거 같았으면 “국민여러분! 모든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겨놓고 생업에 종사합시시오”라고 앵무새처럼 떠들었을 것이다. 화면을 통해서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 것은 편파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핵심적인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90분 축구경기의 핵심 장면은 골 넣는 장면이다. 진 팀이 잘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골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지 말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야당도 탄핵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데 자신감이 있다면 왜 문제제기를 하나.”

탄핵 정국 보도에 있어서 아쉬었던 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탄핵안 표결시 비밀투표라고 하지만 사실상 공개투표로서 강제성이 있었다. 또 대리투표도 이루어졌다. 분명히 불법인데, 이런 문제점을 초기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둘째는, 탄핵의 본질에 대한 보도가 미흡했다. 셋째, 경찰이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해서 불법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나왔는데, 집시법이 헌법을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의적으로 만든 집시법에 의해 재단된 것인데,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한나라당 경선 생방송 중계와 관련해서 입장을 뒤집었는데…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KBS의 현 주소이다. 대통령도 무장해제시키지 않았나. 방송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작진의 내부 논의와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신료 협박 등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KBS는 아직 압박을 견뎌낼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책임은 자질이 부족한 정치권에 있다. 급기야는 카메라 각도까지 요구하지 않았나.”

바뀐 선거법 홍보에 주력, 기자인 나부터도 생소해

선거 보도와 관련해서 KBS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올바른 소수에 대한 보도,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 그리고 투명선거를 위해 바뀐 선거법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정당명부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이 아직도 많다. 또,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제공할 경우 10만원까지 세액공제 해택이 주어지는데, 기자인 나부터도 구체적인 후원방법이 막막하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달라진 선거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 제작진의 고민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시청자들의 의제를 선정해서 이에 대한 각 정당별 정책을 보도하고 있다. ‘취재파일’과 ‘9시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기자들의 자체 모니터도 자율적으로 시작했다. 내부자 입장에서 비교를 하고 있으며, 이는 선거방송에 즉각 반영된다. 또한 평기자가 9시 뉴스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등 소수의 의견을 보도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국민은 현명하다. 미선이 효순이 죽음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은 이미 언론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결코 인터넷 매체의 힘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힘이다. 언론이 보도하는 대로 그대로 믿는 시대는 끝났다.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뿐이다. 국민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고 있지 않나. 제작진은 피곤하겠지만, 시청자들은 언론을 계속 비판하고 감시하고 조언을 해야 한다. 애정어린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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