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3월 2002-03-01   2702

의정부 미군기지 르포

주권 유린 그 현장을 가다


지난 1월 26일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 민락 택지지구 안에서 민락, 신곡, 금오 택지개발지구에 사는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이 ‘미군기지 신설 백지화와 조건 없는 반환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 부랴부랴 퇴근한 샐러리맨 등 주민들은 토요일 오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며 “일방적인 기지신설 주한미군 각오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주변 아파트 단지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1만4000여 가구 4만여 명이 사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에 앞서 신곡 1, 2지구·호원 1, 2지구·가능·녹양지구 등 단지별로 주민설명회와 서명운동을 펼쳤다. 특히 용현동 현대1차 아파트에는 단지 한 가운데 “의정부 시민 똘똘 뭉쳐 국민주권 회복하자”는 커다란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6일 한미 두 나라는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의정부지역 미군기지 8곳 가운데 4곳 17만평을 반환하는 대신 아파트 단지 앞 왕복 6차선 도로 맞은편 공터 24만여 평을 미군기지로 추가 제공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새 공여지 맞은편과 옆에는 의정부지역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인 ‘캠프 스탠리’가 용현동 의정부교도소 일대 40여 만 평을 ‘점령’하며 소음·교통 등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주민 반발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 일대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는 택지개발에 따른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내년에는 의정부시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는 10만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새 공여지 제공 사실이 알려진 뒤 의정부시 인터넷 홈페이지(www.ui4u.net)에는 이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김영섭’이라는 한 네티즌은 “미군과 부대찌개로 연상되는 의정부시가 주한미군들의 집합체로 또 전락했다”며 “의정부시에 더 큰 기지가 들어설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말했고, ‘훌리건’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의정부가 미국령이 됐으니 언어도 영어로 바꿀 셈이냐”고 비난했다.

의정부 참여연대,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등 의정부지역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의정부시민연대회의’(미군기지 연대회의)도 지난해 11월 24일 ‘미군기지 신설 백지화와 조건 없는 반환을 위한 의정부 범시민대책위’ 발족식을 갖고 주민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앞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날마다 의정부시청 앞에서 10인 릴레이 시위와 의정부 시민을 상대로 ‘유인물 10만장 배포 운동’을 펼쳤고, 주민설명회와 1만 명 서명운동을 거쳐 의정부시에 주민투표 실시를 청원할 계획이다.

또 오는 3월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새 공여지가 최종 결정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삼일절인 3월 1일 의정부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3월 8일에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열리는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전국공대위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윤민구 변호사는 “지방자치법에는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해 주민 2% 이상의 서명이 있을 경우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며 “주민투표는 고양시 일산 러브호텔 반대운동과 일본 핵발전소 거부 등의 선례로 볼 때 상당한 대정부 압박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코앞에 공여지 24만 평 요구

아파트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그 동안 인근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 때문에 입은 피해 경험 때문이다. 주민들은 우선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미2사단 포병사령부와 항공대대 헬기장이 있는 ‘캠프 스탠리’에는 헬기가 하루에도 수십 대 뜨고 내린다.

‘캠프 스탠리’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용현동 현대1차아파트 주민 박정옥 씨(43세)는 “10년째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헬기가 30∼40분 간격으로 2∼5대씩 뜬다”며 “헬기 소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전화통화 장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미군 주둔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96년 전국 11개 지역 미군기지 30곳을 조사한 녹색연합이 ‘캠프 스탠리’ 주변 소음을 측정한 결과, 순간 최고소음이 주거지역 소음 기준치인 55dB보다 훨씬 높은 81.4dB에 이르렀다. 이는 피아노 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번갈아 반복해 듣는 수준의 소음 공해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 소음기준치가 55dB(밤)∼65dB(낮)인 점에 비춰볼 때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라면 귀울림 현상이 일어나고 심장기능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한다.

또 2000년 의정부시가 ‘캠프 스탠리’ 주변 4곳에서 측정한 소음 결과도 순간 최대치가 68∼81dB로 측정됐다. 특히 의정부교도소 맞은편인 고산동 661번지 일대는 오전 11시대에 81dB을 기록했고, 용현동 현대1차아파트는 세탁기 탈수기 작동 수준인 평균 62∼64dB로 나타났다. 이 정도 수치로는 식욕감퇴와 수면장애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주민들은 또 대규모 미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이 일대가 유흥·환락가로 전락해 주거·교육환경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캠프 스탠리’ 주변에는 외국인 출입전용 유흥업소인 ‘클럽’을 비롯해 호프집, 음식점 등이 1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기지 앞 골목에서는 이른바 ‘쪽방’에 사는 러시아, 필리핀 여성들이 미군들과 매춘가격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곳에 미군기지 24만 평이 새로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클럽마다 실내를 새로 단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캠프 스탠리’ 주변에는 250가구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미군들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되레 반기고 있다.

의정부시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미군기지 주변에 있는 ‘클럽’은 가능동 11곳, 송산동 4곳 등 모두 15곳이며, 여기에 종사하는 국내외 여성 접대부는 모두 117명이다. 한국인 접대부가 송산동 29명, 가능동 7명 등 모두 36명이고, 외국인 종사자는 송산동 61명, 가능동 20명 등 81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캠프 스탠리’ 주변에만 미군클럽 13곳이 있고, 이 곳에 종사하는 여성도 내국인 30여 명을 포함해 200여 명에 이른다. ‘캠프 스탠리’ 인근 기지촌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두레방’ 유영임 대표(48세)는 “70년대 1000여 명에 이르던 기지촌 여성 수는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친 97∼98년께 30명까지 줄었으나, 러시아와 필리핀 여성이 들어오면서 최근 다시 급증했다”며 “미군기지가 새로 들어서면 더 늘어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시내 한가운데 미군기지 8곳…도시발전 가로막아

의정부시에는 전국 미군기지 96곳 가운데 파주시(15곳) 다음으로 많은 8곳의 미군기지와 2곳의 미군사격장이 있다. ‘캠프 스탠리’(40여만 평)를 비롯해 미2사단 사령부가 있는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27만여 평), 미사일 정비부대와 유류보급소인 금오동 ‘캠프 시어스’(6만여 평) 등 245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을 미군이 50여 년 동안 철조망과 시멘트 담으로 가로막고 있다.

의정부시 전체 면적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기지가 주민들한테서 가장 큰 원성을 사는 것은 대부분 미군기지가 시내 한가운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정부역을 중심으로 좌우에 나란히 자리한 캠프 라과디아와 캠프 홀링워터는 의정부 도로를 남북으로 가로막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헬기장으로 이용된 라과디아는 소음과 진동으로 주민 피해가 극심했던 곳이다. 헬기장은 이전했지만, 아직도 의정부 심장부에 버티고 있어 이 일대 교통 흐름을 동서로 완전히 끊어놓았다. 이 때문에 이 일대를 지나는 차량들은 폭이 3.6∼6m에 불과한 주택가 좁은 골목 일방통행 길로 돌고 돌아 길목을 빠져나가고 있다.

미군기지 연대회의가 지난해 5월 캠프 라과디아 주변의 교통흐름을 조사한 결과, 주택가 골목길로 쉴새없이 차가 드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 1차선 도로인 의정부의료원에서 의정부경찰서 쪽은 평균 1분에 6.13대 꼴로, 반대 차선도 1분에 4.81대 꼴로 다녔고, 특히 오후 5시 30분∼7시 30분에는 심한 정체현상을 빚으며 각각 1분에 7.57대와 4.90대가 다녔다. 도로 폭이 4.5m에 불과한 주택가 좁은 길로 인도조차 없는 의정부경찰서에서 의정부공고 방향도 평균 1분50초마다 한 대씩 자동차가 지나다녔다.

미군기지 연대회의는 조사 보고서에서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보행과 주거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실제 주택가에서 놀던 아이들과 노약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고 밝혔다.

대기오염(이산화질소) 측정에서도 의정부의료원 앞 네거리가 53.1ppm, 경찰서 방향 중간지점이 52.6ppm으로 서울시내 한복판과 비슷한 농도를 기록하며 기준치(10ppm)를 크게 웃돌았다.

주민 불편은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미군기지 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인근 주민 5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3%(55명)가 도로가 개설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3명 중 2명 꼴인 67.8%(40명)가 ‘보행시 불안하다’고 답했다. 또 64%(38명)는 대기오염에 따른 호흡곤란을, 80%(48명)는 소음피해를 호소했다.

미군기지가 도로공사를 막고 있는 곳도 있다. ‘미군기지 연대회의’는 지난해 겨울 4개월 동안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집회를 가졌다. 의정부시청 뒷길에서 동두천을 연결하는 국도 3호선 우회도로 공사가 ‘캠프 레드클라우드’ 때문에 지연됐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청은 문제의 구간인 경민학원-신천병원 입구 1.12km 구간에 대해 지난 94년부터 무려 8년 동안 미군과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속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 동안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 왕복 4차선 도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상습 체증구간으로 변했다. 의정부시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6차선 확장공사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미군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다른 구간 공사가 끝나가는 데도 미군부대 앞 구간 700여m는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의정부시청 관계자는 “미군측은 기지 터 6000여 평을 내주는 대신 대체시설 비용으로 220억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며 “의정부시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의정부시는 공설운동장 네거리 모퉁이 부분 4∼5m와 경민대학쪽 70여m 구간의 공사에 미군측의 합의를 받아냈다. 그러나 핵심 구간인 ‘캠프 레드클라우드’ 정문 좌우측 구간 700여m는 여전히 미군측에서 양보하지 않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소음공해, 토양·지하수 오염으로 신음하는 주민들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미군기지 안에서 흘러나온 환경오염 문제다. 미군은 연간 1300여톤에 이르는 분뇨를 쏟아내고 있지만 의정부시청에서는 돈 한푼 받지 않고 처리해 주고 있다. 또 기지마다 자체 기름 저장탱크를 가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군기지 한국인 군무원은 “땅 속에 묻어둔 기름탱크의 원통형 용접부위가 5년 만 지나면 균열이 생겨 기름이 샌다”며 “한국 내 미군기지 98%가 기름에 오염됐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캠프 스탠리’ 주변을 조사한 녹색연합은 보고서에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에는 기름이 떠 있었고, 흙을 파면 팔수록 기름 썩은 냄새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기록했다.

지난 98년 의정부 참여연대가 의정부지역 미군기지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공업용수 3급에도 못 미치는 최하등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5.5mg/1로 기준치(1mg/1)를 5.5배나 넘어섰고, 총 질소도 4.9mg/1로 기준치(1mg/1)를 5배 가까이 웃돌았다. 또 부유물질(SS)도 기준치(15mg/1)를 훨씬 넘어선 24mg/1로 나타났다.

의정부시청 관계자는 “미군기지 주변 철조망 밖 방류구에서 물을 떠 검사하는 것은 여러 물질이 혼합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정화조나 오수처리 시설에 대한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려면 부대 안에 직접 들어가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데 소파협정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름유출에 따른 토양오염도 기지 안에 직접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의정부시청이 유류공급 부대인 금오동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 주변 토양을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으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10년 전 미군이 떠난 뒤 방치돼 있는 용현동 만가대 마을에 자리한 미군기지 ‘캠프 인디언’은 미군의 환경오염 실태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미2사단 44공병대가 40년 동안 주둔하던 1만2000여 평의 터와 시설물은 심각한 ‘환경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여 채의 막사 안은 벽이 뜯겨지면서 깨진 석고보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천장은 단열재로 쓴 유리솜 뭉치가 흉물스럽게 터져 나와 금세 무너져 내릴듯하다. 석고와 솜뭉치에는 ‘죽음의 단열재’라는 석면이 섞여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고,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피부암과 폐암 등을 일으키는 유리섬유도 주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경기북부 환경운동연합 안창희 사무국장은 “석면이 널리 사용된 70∼80년대에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석면함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건물을 뜯어낼 경우 엄청난 양의 석면가루가 인근 주택가로 날아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150가구 5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은 토양과 지하수의 기름오염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민 윤기선 씨(60세)는 “주택가에서 불과 2∼3m 떨어진 곳에 미군 주유소가 있었다”며 “땅을 파면 기름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명순 씨(64세)도 “물 위에 기름이 둥둥 뜬 것을 봤고, 배앓이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며 “심지어 분뇨 배출구를 개울 쪽으로 빼려는 것을 주민들이 간신히 막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지 안은 물론, 주변의 토양·수질 오염도와 주민 역학조사 등 실태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녹양동 주택가와 맞닿아 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내 골프장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미군은 다코닐, 캡탄, 맹독성 농약 등을 마구 살포해 토양과 하천 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주민들은 골프공이 날아와 사람이 다치거나 승용차가 파손되는 일이 잇따르자 한때 대책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많이 줄긴 했지만 미군들이 일으키는 각종 범죄도 주민들의 골칫거리다. 기지촌 번성기였던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루 4∼5차례나 일어나던 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최근 급격히 줄었지만 무임승차, 도둑질 등은 여전하다. 호원동 ‘캠프 잭슨’ 주변에 자리한 YMCA 캠프장에 중무장한 한 떼의 미군들이 들어와 이곳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놀라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기지 세수손실 추정액 무려 3조9000억 원

이처럼 미군기지 환경문제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원인은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 때문이다. 현행 소파 합의의사록 제3조 2항을 보면, 미국은 “대한민국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의 확인”에 그친 반면 한국은 “합중국 인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환경 법령과 기준을 ‘이행’”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미군이 마지못해 협의에 응해줬을 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데다 미군의 오염방지 의무를 강제할 수 없어 유명무실하다.

박용규 환경부 환경정책 총괄계장은 “미군은 한 번도 오염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고, 인정하더라도 한국이 오염물 제거를 요구할 수 없다”며 “미군 스스로 복원에 나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미군에 대해 ‘오염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 쪽이 환경복구 비용을 미리 적립하고, 환경오염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를 소파 환경규정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부 시민들이 미군기지 때문에 입는 피해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흥대 안병용 교수는 지난해 말 펴낸 연구보고서에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의정부지역 미군 공여지에 따른 세수손실액만 연간 3조9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인구 34만 명인 의정부 시민들은 미군기지 때문에 해마다 1인당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김동훈 한겨레 민권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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