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9월 2002-09-24   3638

대구- ‘TV경마장은 절대 안돼!’

달성군의 도박상술에 맞선 지역단체들


최근 한국마사회 게시판에는 경마나 도박으로 돈과 인생을 날린 다양한 사연이 제시되고 있다. 각종 매체는 ‘도박공화국-한국’의 단면을 심심지 않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호소나 언론의 감시기능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도박산업은 날개돋친 듯 팽창하고 있다.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확대를 위해 각종 사행성 사업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대구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TV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의 경우 연 매출액이 2000억 정도가 되면 지자체에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세수가 보장되는 것이다.

최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개장한 한국마사회 대구지점, 즉 제1TV경마장을 둘러싸고 지역민들과 한국마사회, 그리고 달성군과 대구시간에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개장일자가 무기 연기되기도 했고, 8월 8일 개장식 날 지역주민 700여 명이 모여 집단시위도 벌였다. 8월 20일에 진행된 주민공청회에는 TV경마장 개장으로 인한 피해를 무마하기 위해 대구시는 도로완공일정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고, 달성군에서는 계획에도 없었던 우회도로건설계획에 동의하기도 했다.

“어? 말이 직접 뛰는 곳이 아니잖아?, TV밖에 없구만!” 지난 8월 17일 토요일 가족과 함께 TV경마장을 찾은 한 시민이 던진 이야기다. TV경마장은 과천에서 열리는 경마를 위성중계로 지켜보면서 달리는 말에 배팅 하는 도박시설이다.

8월 8일 TV경마장이 개장한 지 채 3주가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경마장 폐해사례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마사회 윤영호 회장의 ‘고스톱 발언’으로 인해 가창면민들은 거세게 항의했으며 벌써부터 경마장 주변에는 전당포개업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뿐만 아니라 TV경마장이 위치한 가창면까지 교통체증현상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경마장 주차장 유료화에 따라 불법주차차량으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최근 TV경마장 개장 반대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곳은 경기도 시흥과 대구 달성군의 가창면. 이들에게 왜 TV경마장 계획 단계부터가 아니라 왜 개장을 앞둔 상황에서야 반대시위를 시작했을까.

골프장사업과 경마장 사업은 분명히 다르다. 최종 사업허가권자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골프장 사업의 경우 주민공청회, 사업설명회 등이 진행되지만 경마장은 한국마사회와 건물주간의 임대계약만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 중에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다만 한국마사회가 제공하는 일정액의 마권세수익에만 만족해야 한다.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TV경마장이라는 도박성 오락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건물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나 되어서야 알 수 있게 되고,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그때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2001년 한국마사회 매출액은 6조 원이고, 이중 65%에 해당하는 3조8000만 원이 전국 26곳에 개장하고 있는 TV경마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다. 또한 지자체는 TV경마장 유치의사만 표현하면 평균 100억 원 정도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이 정도의 매출규모를 만들기 위해 지역민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수백 배나 된다는 점이고, 도박시설로 인해 피폐화 된 지역사회 회복자금은 금액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미옥 대구참여연대 시민감시국 간사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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