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3월 2001-03-01   1815

한스밴드 한나가 김칠준에게

MBC 연보흠 기자는 답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스밴드의 한나 씨가 다시 릴레이편지를 시작합니다. 한스밴드는 7월에 나올 3집 음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김칠준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저는 한스밴드의 첫째 한나입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셋째 한샘이가 어제 중학교를 졸업했답니다. 저와 둘째의 졸업식에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주셨는데 어제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졸업식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32년 만 이라지요? 하얀 눈이 한샘이의 쓸쓸한 맘을 어루만져 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어린 아이들처럼 눈을 보고 뛰어다니며 좋아했어요.

저희들의 타이틀곡인 ‘선생님 사랑해요’를 통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모두 중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땐 어제 일처럼, 어떤 때는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막내 한샘이가 이제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역시 시간이 흐른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저희는 바쁜 나날 속에서 제대로 학교 다닐 시간도 없이 중학교를 보냈습니다. 또 그 와중에 법적인 문제로 활동을 안 한 지도 1년이 넘었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잠시도 쉴 틈 없이 짜인 스케줄 속에서 항상 바라고 갈구했던 자유를 이제야 한껏 느끼고 있으니 한편으론 너무 좋습니다. ^.^

당시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잠도 많이 자고 싶고, 엄마랑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메웠었는데…. 그때 저희는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저희들은 감히 엄두가 안 났어요. 사람들도 저희를 보고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습니다. 그 소송은 어려운 것이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식의 시선을 보냈지요. 그러나 힘들어하는 저희를 보고 이길 수 없다는 소송을 과감히 하신 엄마의 결정…. 법원으로, 검찰청으로 쫓아다니던 엄마의 모습에서 저희를 사랑하는 너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겨우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아빠를 천국에 먼저 보내고 항상 우리 마음속에 아빠의 존재를 일깨워주신… 엄마.

그때 참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김칠준 변호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좋은 결과가 있게끔 변호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소송이 무사히 잘 끝나 저희는 다시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고, 가족들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재판은 길었지만 그 기간 동안 학교에 충실히 다니고 친구도 많이 사귀어서 학교 생활이 즐겁고 기쁘다는 걸 요즘 새삼 느낍니다.

올 7월에는 3집을 내고 다시 방송활동을 하려고 준비중 입니다. 요즘 작곡도 많이 하고, 살도 좀 빼고 있답니다. ^.^

어려움 속에서도 저희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셨던 김칠준 변호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변호사님은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신다고들 하더군요. 아마도 저희에게도 그런 차원에서 도움을 주셨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번 변호사님의 부탁으로 찾아갔던 ‘에바다농아원’ 문제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그분들도 저희처럼, 아니 어쩌면 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던 것 같았는데, 변호사님께서는 그분들께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모쪼록 그들과 변호사님의 만남이 잘 이뤄지도록 기도할게요. 그리고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셔서 좀 더 밝은 세상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변호사님 건강하시고요, 저희도 건강한 음악과 모습으로 다시 서겠습니다.

2001년 2월 15일

한스밴드의 한나

한스밴드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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