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3월 2000-03-01   6244

신사회운동이란 무엇인가?

사회운동에 다소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사회운동’ 혹은 ‘새로운 사회운동’이란 말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운동이면 사회운동이지 왜 ‘새로운’이란 수식어가 붙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신사회운동이란 지난 1970년대 이후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크게 증대한 환경, 평화, 여성, 반핵, 반문화, 녹색당 운동 등 기존의 사회운동 영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게 등장한 사회운동들을 지칭한다.

무엇이 ‘새로운’ 운동인가

이러한 신사회운동의 사례 가운데 환경 및 여성운동은 60년대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운동들이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불리는 것은, 이제까지 산업사회 혹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회운동이라 할 수 있는 노동운동과 비교하여, 그 위치, 목표, 조직, 행동수단의 측면에서 새로운 운동양식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전통적으로 기존의 사회운동이 분배구조의 개선과 소유관계의 개혁을 통한 물질적 진보를 주요 목표로 추구해 왔다면, 신사회운동은 이런 물질적 진보를 거부하는 해방적 자율성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는 점에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러한 신사회운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사회과학과 사회운동 양 진영에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져 왔다. 신사회운동은 ‘삶의 정치’, ‘생활민주주의’ 혹은 ‘반체제운동’ 등으로 불려져 왔으며, 그 등장 요인 및 배경에 대해서도 복지국가의 위기, 후기산업사회의 도래, 그리고 생활세계의 식민화 등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어 왔다. 더욱이 1983년 독일 녹색당이 연방의회 진출에 성공하자 신사회운동은 과연 새로운 정치적 대안인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어왔다.

신사회운동이 이렇게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대 민주주의의 약점에서 비롯된다. 신사회운동이 지향하는 참여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여 근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곧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함으로써 시민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한계를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제시된다.

게다가 참여민주주의는 시민들을 책임감있는 정치적 주체로 만드는 교육적 가치와 공동체에의 결속의식을 높이는 사회통합의 효과를 갖는다. 신사회운동의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라는 ‘약한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강한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사회운동과 한국의 시민운동

그러면 이러한 신사회운동에 대한 다양한 토론들은 우리사회에게 어떤 함의를 던져주고 있는가. 앞서 지적했듯이, 노동운동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사회운동이 정치적 통합과 경제적 권리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형식적·위계적 조직에 기반한 정치적 동원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해왔다면, 신사회운동은 가치·생활양식의 변화 및 시민사회의 방어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네트워크와 풀뿌리 조직에 기반한 직접행동과 문화혁신을 주요 행동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사회운동과 한국의 시민운동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한편에서, 여성운동, 환경운동, 교육운동 등 한국의 시민운동은 ‘시장 밖의 운동’으로서의 생활방위, 새로운 가치지향, 생태적 보존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사회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이런 견해는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운동이 기존의 노동·계급운동 중심의 운동으로부터 지역·시민운동으로 구성되는 신사회운동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운동 노선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서구의 신사회운동과 한국의 시민운동 사이에는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가 존재한다. 서구의 신사회운동은 물질주의와 이에 기반하는 전통적인 좌-우파 정치의 이분 구도를 넘어서서 비경제적인 탈물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동시에 직접 참여의 운동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시민운동은 그 이슈들에서 서구의 신사회운동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물질적 가치지향이 강하며 목표와 행동방식이 개량적이고 온건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민주주의를 향하여

21세기 민주주의의 미래는 현재 낙관을 불허한다. 조직적 효율성의 증대라는 목표가 오히려 민주적 자율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왔음은 현대 민주주의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신사회운동과 이 운동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는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의 중핵을 이룬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직접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정체성, 규범, 연대는 시민권력의 초석을 제공한다.

점증하는 자본의 경제권력과 국가의 정치권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이런 비정부조직의 시민권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민주주의의 전진이 규칙과 절차의 제도화뿐만 아니라 자발적 결사체와 사회운동의 활성화를 통해서도 이뤄져 왔음은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이른바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지는 다음 호부터는 이런 신사회운동에 대한 비판 사회이론의 다양한 논의와 그것이 우리사회의 시민운동에 주는 함의를 차례로 검토할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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