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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1999년 04월
  • 1999.04.01
  • 1613
공무원 전관예우도 없애라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비리가 변호사법 개정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변호사법 개정의 골자는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 금지다. 그러나 ‘전관예우’는 비단 법조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士’자 들어가는 직업에서 공공연하게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무사·변리사·법무사·노무사·관세사·행정사·감정평가사이다. 지난 1월 특허청장은 개청 이후 처음으로 10대 변리사 명단을 발표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그 취지는 변리사들의 사기신장에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변리사 업계의 전관예우설을 일축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는 발표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발표된 명단에는 특허청 출신 변리사가 단 1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발표와 달리 민원인과 변리사 업계 일각에서는 “특허청 출신 변리사를 통할 경우 특허 등록이 수월하다”며 공무원 출신 ‘전관예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다.

공무원 자동자격 부여제도는 엄연한 특혜

이런 7개 자격증의 경우 시험제도에서부터 전관예우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들 모두 일정기간 관련 공무원으로 재직할 경우 자동으로 자격증이 부여되거나,일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시험의 일부 면제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자동자격 부여제도이다.

행정사는 이제까지 아예 시험 자체가 실시된 바 없어 전원 자동자격 부여자다. 법무사의 경우는 98년 200 : 1의 경쟁을 뚫고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30명, 그러나 같은 해 자동자격 부여제도로 등록한 법무사 수는 266명이다. 무려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자동자격 부여제도가 96년 법 개정 이후 규정이 강화돼 대상은 조금씩 줄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등록자 중 자동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관세사는 98년 9월 현재 1,300여 명의 관세사 중 1,100명(85%)이 관세청 출신으로 특혜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이며 법무사도 전체 3,654명 중 10%만이 시험출신이다. 나머지는 법원(65%), 검찰(25%) 공무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외 변리사, 노무사 등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개업한 한 변리사는 이런 관행에 울분을 토한다.

“대개 변리사 자격 수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몇년씩 투자해 결실을 맺곤 합니다. 저 역시도 4년을 꼬박 공부해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지요. 그러나 특허청 공무원들은 몇년 근무하고나면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나오듯 자격증이 쥐어지더군요. 이런 현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 후 무직으로 4년의 세월을 보낸 후에야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한 변리사의 성토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재수, 삼수를 거쳐 취득하는 자격증을 관련 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인 평가없이 자동으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특혜라는 주장이 높다. 또한 공정한 자유경쟁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구시대적 관행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용’제도

한편 자동자격부여제도는 형평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관예우의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의 경우 최종 퇴직후 관내에 세무사 사무소를 개업해 현직 세무공무원과의 안면을 이용한 돈벌이를 한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98년 국정감사에서 “대형업소들은 주로 갓 퇴직한 고위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와 자문계약을 맺어 탈세를 보장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폭로됐던 것처럼 세무공무원과 세무사간의 유착은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렇듯 시험에 대한 특혜는 업무 특혜로 이어져 자동자격 부여제도는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용’이란 비난을 면키 힘들다. 또한 이 제도로 인해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실제로 김영삼정부에서부터 세무사회, 법무사회 등 각종 사업자단체를 임의단체로 바꾸고, 복수조직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관련 단체들의 반발과 로비로 아직까지 몇년째 ‘논의중’에 있다. 각 협회들은 독점적 위상을 이용해 업자간 가격담합, 집단이익을 위한 정치권 로비 등을 벌이는 등 공공연하게 특권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집단이기주의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법무사의 경우 개업시 의무적으로 협회에 가입해야 하며 1,900만 원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변리사 1,000만 원, 세무사 530만 원). 이 등록비는 당연히 소비자들의 이용료에서 충당된다. 또 법원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간단한 서류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으로 법무사 사무실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험을 한 바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법원 공무원과 법무사간 일종의 상부상조로 그 피해는 역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한편 유능한 공무원의 조기 퇴직 현상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97년 평균소득집계에 따르면 변리사 1인당 평균소득이 4억 1,100만 원, 관세사 4억 원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당연히 자격증을 자동취득할 수 있는 년수만 갖추면 개업을 위해 조기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며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는 현실에서 관련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제 밥그릇 챙기기 식’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이처럼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생긴 문제가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참여연대는 이런 세무공무원에 대한 자동자격 부여제도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관할지역내 개업을 제한할 것을 차선책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입법 청원에는 이 제도를 폐지한 후 세무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성과급제도를 도입하여 봉급을 현실화하라는 요구를 포함할 것이란다. 이후 나머지 자격시험에 대해서도 입법 청원활동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

다행히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안이 진행과정에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제도의 폐지 역시 관련단체의 반발로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바뀔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보다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에서라도 특정 공무원의 자동자격부여제도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임현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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