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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1999년 06월
  • 1999.06.01
  • 1559
서울시 분뇨는 지정된 업체만 치울 수 있다?
광진구 군자동에 사는 정영철 씨(55세). 그는 68년부터 98년까지 30년간 정화조 청소업에 종사했다. 서울시가 정화조 청소를 관장하던 때 서울시 정화조 청소원으로 입사한 그는 시가 그 업무를 민간에 맡기면서 78년부터 성동구에 있는 세방정화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보조원에서 운전원으로 20년간 일했던 그는 98년 민원인에게 1만 500원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민원인이 “다른 운전원들은 귀찮아 오지도 않는 산동네 판잣집 정화조를 치워줘 고맙다”며 답례한 것이 화근. 해고되면서 그가 받은 퇴직금은 중간정산 제외하고 1,730만 원. 20년이나 한 직장에서 일했던 그가 퇴직전까지 받은 최종 실급여는 84만 9,620원이다.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가장으로서 생계유지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1동에 사는 김귀열 씨(48세). 그 역시 정씨처럼 서울시와 세방정화에서 정화조 청소원으로 일했다. 10여 년간 세방정화에서 일했던 그는 88년 퇴직하고, 89년부터 하남시에서 정화조 청소업체를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인구 6만∼7만의 소도시 하남시에서는 서울의 한 구청 1/4 수준을 밑도는 분뇨물량으로 3개 업체가 권역을 나눠 정화조 청소업을 대행했다. 그중 한 업체가 김귀열 씨의 몫이었다. 그러다 98년 하남시가 2개 업체를 더 허가냈고, 새로 생긴 아파트들은 아예 건물 자체에 하수관을 묻어 탄천으로 직접 분뇨를 내려보내 사실상 정화조 청소가 필요없는 수준이 돼버렸다. 할 일은 줄고, 업체는 많아진 셈이다. 궁리 끝에 그는 세방정화에서 함께 일했던 퇴직자들과 함께 ‘친절정화’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인구 40만 명이 넘는 광진구에는 ‘광진정화’ 한 업체뿐이니, 그곳에서 허가를 받아 정화조 청소업을 시행하면 하남시보다는 형편이 나을 것 같았다.

98년 11월 30일 그는 정화조 청소업의 설립요건을 갖춰 광진구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한달 후, 그는 광진구로부터 불가방침을 통고받았다. 이유인즉,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과 서울특별시 광진구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조례 제10조에 의거, 광진정화(주)와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신규허가할 계획이 없다”는 것. 이미 대행업체가 있어 신규업체는 허가할 수 없다? 그는 광진구가 관내 정화조 청소업을 한 업체가 독점하도록 방조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즉각 서울시에 ‘정화조 청소업 허가신청에 대한 반려처분의 취소청구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회부됐다 기각됐고, 최근 ‘친절정화’는 이 문제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이미 대행업체 있어 신규허가 안된다?

서울시는 1979년부터 분뇨처리를 민간업체에 이관했다. 이때부터 서울시에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해 있던 정화조 청소업체들은 저마다 각 구를 배분(?)받다시피해서 한 구당 한 업체가 정화조 청소업을 독점하게 됐던 것이다. 그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신규업체의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 환경정화협의회 회원명단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25개 구 중 정화조 청소업체가 독점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구는 용산구를 포함 16개 구이고, 나머지 9개 구에서는 두 개 업체가 권역을 나눠 일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35개 정화조 청소업체는 사실상 몇몇 신생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20년이 넘은 노회한 독점기업들인데, 이들 신생업체들중에도 따지고 보면 20년 역사를 지닌 정화조 청소업체로부터 갈라져 나와 ‘분화’된 경우가 있다. 물론 그들은 전혀 다른 업체라고 주장하지만 더러는 한 건물에 두 회사가 자리잡고 있으면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 중에는 한 업체의 사장이 다른 구의 업체 이사를 맡으면서 실권을 행사하기도 한단다. 김귀열 씨의 주장에 따르면 서초구 성덕실업 대표이사 임모 씨는 광진구의 광진정화, 성동구의 세방정화 이사를 맡으면서 세 업체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막강한 실력자라고 한다. “한 사람이 이처럼 세 구청에서 동시에 세 업체를 갖고 영업행위하는 것은 눈감아주면서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신규로 정화조 청소업 허가 좀 내달라는데 적절한 사유도 없이 안된다고만 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 서울시와 구청측은 정화조 청소업의 허가권은 구청장의 고유권한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형평에 어긋나는 구청장의 권력남용행위라고 봅니다.” 김귀열 씨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한 구의 한 업체 독점문제뿐 아니라 서울시내 정화조 청소업체들 중 한 구에 두 업체가 영업하는 구들은 대개 구청이 직접 권역을 배분해 그들의 청소구역을 정해주기도 한다. 서울시 중구 백송기업은 신당2-6동, 광희동, 충무로 4-5가동, 명동, 회현동, 남대문5가동, 태평로1가동 등을 중구청으로부터 할당받았고, 나머지 동들은 유진건업이 맡도록 정해져 있다. 이는 업체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는 하나 사실상 ‘나눠먹기’식 배분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해봄직하다.

이런 서울시내 정화조 청소업체의 독과점은 사실상 해당 구청과 서울시가 이 문제를 묵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금번 ‘친절정화’ 설립허가 반려로 문제가 된 광진구청 청소과 오홍균 과장은 이 문제에 대한 광진구의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독점이라면 그럴 수도…. 저희 광진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화조 청소업을 완전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업자는 제외하고, 신규 허가권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공정하게 참여하도록 4대 일간지에 공고도 내고, 사업내용도 공개해야겠죠. 그러나 아직은 소송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야 어떻게든 처리되리라 생각합니다.” 광진구는 이 사안이 불거졌을 때 환경부에 질의한 결과, “분뇨처리에 대한 의무는 구청장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허가권 역시 구청장 재량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환경부 생활오수과 이화균 씨는 “고유권한이지만,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법률 자체를 손질할 필요가 있어 법개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내부 개선안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청소업체의 독과점을 없애라

정화조 청소업체의 시장독점 경향은 서울이 가장 심각하다. 경기도는 97년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법률(이하 오분법) 중 ‘허가규제’ 조항이 폐지된 후 허가를 원하는 모든 업체에 정화조 청소업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남시 청소과 김찬성 과장의 말이다.

“오분법 중 업체 허가규제 제한이 폐지된 후 지역에서는 많은 정화조 청소업체들이 허가를 받게 됐습니다. 사실상 허가규제 폐지후 시·군·구가 정화조 청소업체에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명분이 없어졌거든요. 서울시가 최근까지 독점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부당하다고 봅니다. 규제가 풀렸으면 행정당국은 그에 맞는 일처리를 했어야죠.” 서울시내 정화조 청소업체들과 서울시, 해당 구청에서는 경기도처럼 한 지역에 여러 업체가 있다보면 과당경쟁으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뇨의 불법투기, 요금과다징수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한 개 구에 한 업체가 분뇨처리를 확실히 한다면 굳이 새로 허가를 낼 필요도 없고, 기존대로 운영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우려하는 바는 과태료 등의 법적 제제조치가 있는한 현실화하기 어렵다. 오히려 여러 업체가 ‘친절, 가격’ 등의 경쟁을 한다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이상훈 변호사의 의견이다.

“일단 서울시가 이런 식의 독점경영을 방조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오분법에 의거, 허가할 사항이라면 요건을 따져 민원인의 허가를 받아야지 자의적으로 해석해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봅니다.”김귀열 씨와 정영철 씨. 30년간 정화조 청소업을 천직으로 알고 일했던 사람들이다. 30년간 봉직해 받은 퇴직금으로 여러 사람이 출자해 회사를 만들었으나 간판조차 올리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돼 최근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영철 씨는 “혐오스런 일을 하기 때문에, 30년간 인간대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다 ‘친절정화’로 자영업의 꿈을 이루는가 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좌초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토로했다.

독과점의 폐해는 사실상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 그 해결방안을 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깨끗한’ 사회를 위한 출발일 것이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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