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1918

사회복지시설 인권유린 왜 끊여지지 않나

지역토호 비호속에 인권유린 상습범 활개 쳐

1998년 7월 16일 새벽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를 비롯한 일군의 인권운동가들이 진상조사를 위해 충남 조치원에 있는 부랑인 수용 사회복지시설을 기습적으로 방문함으로써 그동안 이 시설 안에서 저질러진 인권유린의 실태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른바 양지마을 사건이다. 한일병원, 정화원, 온달의 집, 자강원, 대전원명학교, 송현원, 양지마을 등 7개나 되는 시설을 운영하는 노재중 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이 시설은 수용자들에 대한 무차별 구타, 강제입소와 감금, 강제노역, 강제 투약 등 복지시설의 일상이 온통 강제적으로 행해지던 비인간적인 노예의 섬이었다. “술 한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천안 역전에서 끌려왔다”는 사람, “역에서 차표 환불문제로 옥신각신하던 끝에 자신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어이없게 끌려왔다”는 사람, 경찰이 알선해서 데려온 사람들, 아무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면 닥치는대로 역에서 끌려온 사람들이, 있으나마나한 심사절차를 거쳐 양지마을에 수용됐다. 양지마을은 섬과 같은 곳이어서 한번 들어가면 자기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특히 건축기술이라도 있어 돈벌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양지마을에는 수용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방마다 법으로 금하고 있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고, 높은 담벽과 3중의 철문이 설치돼 있었다. 연고자가 있는 사람도 그대로 갇혀 있고, 노동력이 있는 사람도 여지없이 갇혀 지내야 했다. 21세기를 코 앞에 둔 오늘날, 사회복지시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시설이었다.

인권운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언론의 관심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노재중 이사장 등이 구속 처벌되고 강제로 끌려와 3m가 넘는 담 안의 노예로, 길게는 15년 4개월씩이나 갇혀 살아야 했던 수용자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퇴소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을 경악시켰던 복지시설의 인권유린사건은 일단락됐다.

1987년 대전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인 성지원에서도 비슷한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성지원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7명의 국회의원들을 현장으로 파견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군부정권의 비호때문인가, 대전 성지원은 야당의원들의 방문으로 위축되기는커녕 시설의 운영책임자인 이사장이 직접 나서 진상조사를 나간 야당 국회의원들을 구타하는 등 주먹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전 성지원 사건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책임자가 구속처벌은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비교적 가벼운 형사처벌로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비슷한 시기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맞물려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유린과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회복지재벌 노재중의 화려한 변신

양지마을을 방문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이후 기자회견, 형사고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당국에 대책을 촉구했던 인권운동가들은 한참 후에야 양지마을 이사장 노재중 씨가 1987년 대전 성지원의 이사장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인권유린을 조사하러 간 국회의원에게까지 주먹을 휘둘렀던, 그래서 구속까지 됐던 그가 어떻게 10년 후에 화려한 재기에 성공해 종합병원과 장애인 학교, 정신요양원에 부랑인 수용시설까지 보유한 사회복지 재벌이 될 수 있었을까. 예전의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한 탓인지, 노재중 씨는 양지마을을 방문한 인권운동가, 국회의원, 취재진에게도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보강취재를 위해 방문한 문화방송 팀에게는 출입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까지 동원해서 취재차량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그가 당장의 손해를 뻔히 알면서도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방문자들을 집어던지고, 밀고 때리고, 중장비까지 동원해서 출입을 막을 정도니 그의 손에 온전히 몸을 내맡겨야 하는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인 수용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했을지는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수용자들을 자기 멋대로 강제로 결혼도 시키고, 피임을 위해 루프를 강제로 끼게 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강제로 이혼까지 시키는, 그야말로 사이비종교집단의 교주나 할 수 있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도대체 그가 이런 일을 거리낌없이 자행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기에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직접 만나 본 노재중 씨는 그리 과격한 성품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매우 치밀하고 노회한 사람이었는데, 단지 개인의 과격한 성품 탓이라고 볼 수도 없는 그의 무자비한 태도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양지마을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자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전국 46개 부랑인 수용시설들에 대한 「전국 부랑인 시설 실태조사」를 각 시도에 지시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입소심사시 연고자 조회, 사회복귀 가능서 등을 형식적으로 처리한 사례/월 1회 이상의 상담 및 필요시의 퇴소심사위원회 운영을 소홀히 한 사례/생활실 등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는 등 시설의 폐쇄적인 운영 사례/원생의 자유로운 전화·서신연락을 위한 공중전화, 우체통 설치 여부/원생의 사회적응능력과 작업능력 향상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작업보도사업 실시의 경우 수익금 배분의 적정성과 통장 등의 불법관리 사례/폭행, 감금 등 비인도적이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사례/퇴소심사위원회 운영을 정기적으로 이행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원생을 건축공사에 투입하고 부당하게 지급하고 있는 사례/부랑인 선도시설에 종사하는 상담요원, 생활지도원에 대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채용 여부/직원으로 부적격한 원생을 본인도 모르게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부당 취득한 사례/심사절차 없이 시설장 임의로 퇴소시키는 사례 등.”길게 설명할 것 없이 양지마을에서 이런 일들로 문제가 됐으니 다른 시설들도 양지마을같은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각 시·도에서 지도 점검을 해보라는 말인데 양지마을 사건 이후 각 시·도의 지도점검을 통해 문제가 드러난 부랑인 보호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 임휘윤 검사장)도 양지마을 관할인 대전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아울러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국의 사회복지법인 현황 및 운영실태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일부 사회복지시설의 가혹행위 및 노무비 착복 등의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검찰의 자체 조사에서도 양지마을과 같은 수용시설의 인권유린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는 인권운동가들도 단 한 차례의 방문조사만으로 보란 듯이 밝혀내는 시설의 인권유린 사례를 지휘책임을 지닌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검찰까지도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어쩌면 노재중 씨가 철석같이 믿었던 그 배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일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양지마을은 이후 조계종 사회복지법인이 위탁운영자로 나서 새로운 면모로 일신하고 있다는 후문이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 해결을 약속했던 평택의 에바다농아원 사태는 3년이 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죄없이 15년 4개월 갇혀 지낸 수용자들

에바다농아원 사태는 1996년 11월 27일 에바다농아원 원생 60여 명이 “식사를 제때 달라”, “기숙사에 난방을 틀어달라”, “방학과 휴일에 고향으로 보내달라” 는 등의 원초적 요구와 최실자 전 원장의 후원금 착복 등의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이 사회문제화되자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원생들에 대한 강제노역, 임금착복, 인건비 이중수령, 보조금 횡령, 인건비 과다지급 등의 비리를 밝혀냈고, 이로써 최성찰 전 이사장과 최실자 전 원장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에바다농아원의 근원적인 문제는 그대로 방치돼 재단에 비판적이었던 교사들은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고, 농아원생들도 학교출입을 거부당한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해결을 약속했지만, 에바다농아원은 일부 비리 책임자들이 구속된 것말고는 요지부동이다. 이들의 뒤에도 양지마을 노재중 이사장이 믿고 떠받들었던 동아줄 같은 배후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이나 한 것인가.

대통령의 약속도 맥 못춘 위세

전북지역의 웬만한 민간단체들이 모두 나서 동암재활원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이것도 힘에 부친다하여,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을 무대로 하는 서울의 인권단체들까지 이에 결합했지만, 요지부동이기는 동암재활원도 마찬가지다. 동암재활원은 국비 29억 원을 들여 장애인들을 위한 내부 시설로 만든 수영장을 영리목적으로 일반인에게까지 공개하여 2억 4,000여만 원을 부당 취득하고, 실제 수용원생을 두 배로 부풀려 국비를 착복했고, 시설내에서 상습적인 성폭행과 구타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지난 3년동안 3건의 의문사가 발생했다. 이런 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한 고발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막상 동암재활원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온하기만 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서울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지속적인 보도 덕택에 결국 폐쇄에 이르긴 했지만 수용자들에게 족쇄까지 채워 강제노역을 시켰던 장항의 수심원이나 얼마전 부산에서 집단 탈주극을 연출케 했던 여성수용시설이나 조치원의 또 다른 시설은 또 어떻고, 아동보호시설인 아산의 ‘뿌렌나 애육원’, 천안의 정신요양시설 ‘구생원’은 또 어떤가. 다들 왜 이렇게 요지부동인가. 사회복지시설을 고발하는 공중파 텔레비전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도 끄떡없고, 구체적인 자료를 들이미는 수용자들의 농성과 계속된 투쟁에도 끄떡없으며, 덕망 있는 양심적 인사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여도 끄떡없다. 자, 과연 무엇이 이들 부패한 인권유린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자들을 그토록 끄떡없게 만드는 것일까.

자선은 간 데 없는 무자비한 복지사업

이처럼 비리를 일삼는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은 그 옛날 자선사업가의 얼굴이 아니다. 수용자들이 굶주리면 함께 굶주리면서 몇푼 안되는 후원금에 의존해 수용자들과 생존을 위한 노동을 마다 않으며 어렵게 버텨내는 시설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이제 일부 비인가시설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인가시설에 대한 일체의 운영비(주·부식비, 건축비, 시설유지 보수비와 인건비 등)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은 숭고한 뜻을 지니고 자기를 온전히 희생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상당한 수익을 보장하는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양지마을의 노재중 씨나 다른 문제가 된 시설의 운영자들이 건물신축시에 수용자들을 노무자로 등록해 인건비를 받아내 착복하고, 공업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쌀과 부식을 수용자들에게 나눠주면서 몇푼의 돈도 아끼고,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아프지도 않은 멀쩡한 수용자를 입원시키거나 서류로만 입원시켜 병원수익을 늘린다거나, 수용자들을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제노역에 동원해 그 인건비로는 한 달에 1만 원 정도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착복한다든지 하는 온갖 형태의 빼돌리기를 하지 않아도 이제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적자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온갖 비용이 국비로 지급되기에 후원자들이 내주는 후원금은 고스란히 남길 수도 있게 되었다.

선량한 마음만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시대가 끝나게 되자, 이제 시설 운영자들이 관심을 갖고 관계를 개선해야할 대상은 명확해졌다. 그것은 시설 운영자금을 지원해줄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보건복지부의 관료들이다. 양지마을 노재중 씨가 충남도 평통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닦고 관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여 선물과 뇌물을 번갈아 관료들에게 안기며 그들과 유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관료들은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할 책임도 있고, 한편으로 지휘 감독할 권한도 있지만, 선물과 뇌물을 번갈아 받아먹으면서 부패한 시설 운영자들에게 길들여졌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의 원만한 관계에 길들여진 관료들은 전폭적인 지원만 할 줄 알았지, 제대로 된 감독업무는 하지 않았다. 관과 유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진행된 이유도 여기 있다. 특히 에바다농아원의 경우에는 평택시장인 김선기 씨가 농아원측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역유지인 이들의 지원이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대단히 민감한 요소인 탓에 이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방송에서 터져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돼도, 어린 농아들이 거친 인권투쟁을 벌여도 꿈쩍도 않는 것이다. 까짓 소나기야 한번 들이붓고 지나면 그만이지만, 지역적 연고야 비온 뒤의 땅처럼 더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이니까…, 그러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바닥이 좁다는 특성때문에 웬만한 명함만 들이밀 수 있는 처지면 직역이 달라도 얼마 안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친밀감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지연, 학연, 혈연으로 똘똘 뭉쳐 패거리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며 생존의 의의를 확인하는 한국사회에서 같은 지역 안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동질감이 서로 웬만한 부패쯤은 눈감아줄 수 있는 너그러움의 토대, 서로 적당히 흙 묻히고, 지저분한 것들도 함께 묻혀가며 적당히 살아가는 토대가 된다. 이 토대 속에서 시설 수용자들의 처절한 고통과 아우성은 쉽게 묻혀진다.

말썽 안나면 문제없다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한심함도 도를 상당히 넘어서 있다. 보건복지부 본부의 관료들이 지역의 시설들과 유착돼 있다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상적인 복지부동과 책임회피는 정도 이상이다. 민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런 보건복지부에 시설에 대한 내실있는 지도, 감독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니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압력만이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 민간단체들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민간 감시단’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양지마을 사건이 터지자 직원 몇명을 보내 형식적인 감사를 하며 여론에 밀리기 전까지는 ‘별 문제 없다’고 되뇌였을 뿐인 보건복지부는 양지마을 노재중 씨가 구속돼 이사장직을 물러나게 되자 새로 김병화 씨를 이사장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1987년 노재중 씨가 대전 성지원 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도 1년간 성지원을 맡아 대신 운영했던 노씨의 수족같은 사람이다. 이러한 사실이 국회에서 문제되자 보건복지부는 김씨의 신임 이사장 선임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 87년 대전 성지원을 노씨 대신 운영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사장으로 취임해 법인 운영을 정상화시킨 다음 퇴임한 바 있다”고 두둔하기까지 했다.

사회복지시설은 사회에서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따라서 누구나 사회복지시설에 잠시 머물렀다가 언제든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시설에서는 반드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연습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누구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사회복지시설의 신세를 질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의 의식은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을 ‘사회적 패배자’로 간주하기 일쑤다. 이들을 포용하고 보호하고, 이들이 자신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보다는 더럽고 혐오스럽고 열등한 자들로만 판단하고, 그저 격리시켜서 눈앞에서 치워버리기만을 원한다. 가둬놓고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애써 외면해 버린다. 그 틈에 탐욕스런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이 온갖 못된 짓을 저질러도 사건으로 터지기 전까지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

그들도 당연하게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정부가 재정지원도 하는 것이고, 선량한 시민들의 후원금도 답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썩을대로 썩어 고름이 터져나오기 전까지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높은 담 안에 갇혀 좀처럼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시설과 유착돼 있고, 보건복지부는 사고가 안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국회조차 이성재(국민회의), 김홍신, 정의화(한나라당) 등 일부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곤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양지마을 사건은 전적으로 민간단체 활동가들의 공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민간단체의 힘이란 것이 너무도 뻔해서 전국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손길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햇볕 한줌 들지 않는 독방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그들은 정녕 사람도 아니란 말인가.

오창익 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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