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1316

기부금으로 살림꾸려가는 미국 시민단체들

기부금으로 살림꾸려가는 미국 시민단체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재정상태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올해 행정자치부가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보조금 지원 실태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실시한 시민단체 보조금 공모에는 그동안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많은 시민단체들이(316개 단체) 436건의 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신청하였다. 공개경쟁 방식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심사하고 그중 123개 단체 140건의 사업에 지원금을 분배했는데, 전국 규모 사업비 75억 원 중 41%에 해당하는 30억 8,000만 원이 관변단체라 할 수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에 배정되어 분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전국 규모의 조직과 엄청난 인원수에 비해 자체 회원들로부터 모금하는 금액은 적고, 다른 단체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정부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기관운영의 독립성이나 투명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에 비해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유독 행자부의 시민단체 지원기금을 신청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그만큼 참여연대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1998년 아시아시민사회운동연구원에서 우리나라의 23개 대표적 시민단체의 재정상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단체들이 열악한 재정상태에 놓여 있음이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자체 모금(회원, 일반 후원자, 이벤트 등)을 통한 수입이 41.2%로 전체 재정규모에 비해 낮은 비율일뿐 아니라 절대적 금액도 적어서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 단체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재정의 부족과 함께 급여수준과 복리후생 등 근무조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정의 부족은 단체의 안정적인 사업을 어렵게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의 부재와 활동가들의 사기 저하와도 직결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시민단체들은 부족한 재정확보를 위해 공공기금의 확보와 모금의 활성화 그리고 조세감면제도의 확대실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재정수입을 확보하고 있을까. 이것을 알아보면 향후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바람직한 재정구조를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미국, 일상화된 기부금과 유산증여

표에 나타난 자료는 미국에서 시민단체, NGO들의 사업과 모금의 내용을 분석해 후원자들에게 기관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시민단체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는 BBP(Better Bureaus? Philanthropic Advisory Service)에서 주요 감시대상으로 하고 있는 300여 개 단체중 주요 단체들의 1998년 수입재정의 방법과 내용을 간략히 분석한 것이다.

이들 단체의 재정수입은 모금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회원들로부터 안정적 수입원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금방식 중 DM, 이벤트 그리고 유산증여(Bequest)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미국에서는 일반대중을 향한 자유로운 모금행위가 가능하고 기부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미국 국민들의 대다수가 각종 사회단체의 모금에 참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에는 통신과 인터넷 등을 통한 모금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Relief Net의 운영국장인 죠시 백커(Josh Becker)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잠재적인 기부자인 신세대들을 만나고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 온라인 은 다른 어떠한 모금보다 모금비용이 매우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결국 인터넷과 온라인 서비스는 성공적인 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America Online의 Civil Involvement System은 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원하는 비영리기관, 구호기관에 기부금을 낼 수 있으며 취업과 자원봉사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활발한 유산증여를 보면 상속받은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국민의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부문화가 정착된 것은 사회적인 풍토나 분위기, 종교의 영향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제도적인 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부자들이 모금의 내용과 기부단체의 성격에 따라 IRS(연방국세청)으로부터 30%∼50% 선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부 참여도가 자연히 높아지고 있으며 유산을 증여하는 입장에서도 높은 세율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이 편법을 써서 세금을 거의 물지 않고 자손에게 유산을 물려주려고 하기보다는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풍토가 형성돼 있다.

한국, 사실상 모금행위 금지돼 있다

모금비용의 경우 1%에서 31%까지 높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금비용의 적정선은 기관의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꼭 적은 모금비용이 사업의 높은 효율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금한 비용과 사업내용을 공개하여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후원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금품모집규제법과 같이 민간단체의 모금 비용을 2%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사실상 모금행위를 금지하는 비현실적 법이라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재정구조는 일반 후원자들의 기부와 회원회비를 확보해 전체 재정에서 모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단체 역시 마케팅을 통한 모금의 전문화를 이룩해야 한다. 곧, 모금의 전문성 교육과 프로그램의 개발 그리고 후원자관리를 위한 전산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시민단체에 모금 전문가나 담당자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모금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운동단체가 모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기부문화의 형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준조세 성격의 모금형태를 지양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행위를 장려해야 할뿐 아니라 모금행위를 규제하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폐지 등 법개정운동도 활발하게 벌여야 한다. 기부행위의 장려 역시 구호의 차원이 아니라 세제혜택의 확대와 시민단체들에 대한 공공요금 할인, 언론의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불법 모금행위와 불건전한 단체의 모금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공개와 사업의 심의 그리고 미국과 같이 민간차원의 감시와 정보제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정부차원의 법적인 규제나 단속은 없으며 다만 불법모금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며 민간차원에서는앞에서 언급한 BBP나 NCIB(National Charities Information Bureau)와 같은 민간단체에서 주요 모금 기관에 대해 사업의 효율성과 재정의 투명성 등을 감시해 후원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건전한 기부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1998년에 설립된 민간사회복지기금을 위한 공동모금회는 한국사회에서 민간주도의 모금활동을 활성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회복지기금에 국한되어 환경·노동·여성·경제·정치 등 그밖의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위한 모금활동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때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안정적 재정의 확보는 필수적 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시민단체의 모금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금만 바라보는 식의 재정구조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양용희 글로벌케어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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