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8월 2011-08-04   3379

김용민이 만난 사람-헤드락으로 부정, 부패, 부당 날려버리는 ‘웃음 혁명가’

 

헤드락으로 부정·부패·부당 날려버리는

‘웃음 혁명가’

 

프로레슬러, 스포츠 해설가 김남훈 씨

 

 

김용민 시사평론가  사진 김은진 작가

 

프로레슬러, 악마 그리고 심리치료사

  프로레슬러, 일본어 강사, 사업체 대표, 방송인. 누구에게는 무료하고, 누구에게는 비전이 없어 막막한 인생을 그는 여러 버전으로 영위하고 있다. ‘열정’이라는 열쇳말 외 단초는 없다. ‘종합 전문가’ 김남훈 씨. 근황을 물으니 요즘엔 ‘민간 탐정’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KBS 2TV <호루라기 – 김남훈의 원터치> 프로그램에서 경찰과 함께 상습체납자, 탈세, 밀수자, 성추행범 등을 색출하지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 대한민국의 상식을 지키자’는 취지입니다.”

  방송을 해본 사람은 안다. 스튜디오에 나가 너스레 떠는 정도가 아니라, 등 뒤로 ENG카메라를 두고 현행범을 잡는 것이다. 몸무게 세 자리, 프로 선수의 풍모를 발산하는 김남훈 씨에게 잡혔으니 꼼수 부리기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는 어떻게 프로레슬러가 됐을까.

  “2001년 입문했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꿈은 품었지요. 어려도 수컷으로서의 자각은 있잖아요. 강해지고 싶은데 아직은 미약해서 로봇 태권브이, 슈퍼맨 같은 초인적인 존재에 감정이입하고요. 그런데 제가 흠모한 대상은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 헐크맨, 마초맨, 워리어warrior였어요.”

  프로레슬링은 ‘연기’도 가능해야 한다. 선과 악이 명확하다 보니 선은 선대로, 악은 악대로 각자의 캐릭터를 가져야 한다.

  “악역을 하려면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야 합니다. 나아가 즐겨야 하죠. 흉기를 동원하거나 의자로 또 야구 배트로 상대를 타격하는 건 기본입니다.”

  짐작했겠지만 김남훈 씨는 링 위에서 악역을 주로 했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나의 첫 직장에서 만났던 순둥이 간부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분은 상사에게서는 물론 심지어 후배에게까지 ‘갈굼’을 당했다. 늙었다고, 생각이 구식이라고, 행동이 굼떴다고. 이 분이 나의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는데, 늦은 밤까지 미국 프로레슬링이 나오는 TV를 켜놓고 혼자 ‘때려’ ‘밟아’ 이러며 몰입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링 위의 ‘악마’ 김남훈 씨는 억눌린 이들의 내재된 분노를 녹여주는 심리치료사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프로레슬러와 악마, 심리치료사, 이런 캐릭터가 한 맥락일 수 있다.

 

욕망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청춘의 카운슬러

프로레슬링과는 교차하기 힘든 ‘일본어 강사’의 길도 이 ‘남성성’에 뿌리를 둔 듯하다.

  “제가 오토바이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때는 한국에 관련 전문지가 없어 일본 잡지를 사다가 봤어요. 하지만 그림만 보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어를 공부하게 됐지요.”

  강요와 압박으로는 결코 흥미와 열정에 기반을 둔 공부의 성과를 따라잡을 수 없는 법이다. 노력의 결실을 설명하는데 웃음이 났다.

  “2개월 되니까 일본어를 조금 읽게 되고 4개월 되니까 일본어를 쓰게 되고 6개월 되니까 일본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되고 8개월 되니까 일본말로 술주정을 하게 됐어요.”

  물론 하루 열 몇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무한질주 본능을 부추기는 오토바이, 다행히 그는 폭주족이 아닌 일본어 교육 강사로서 내면의 욕구에 응답했다.

  갑자기 가르치던 학생들 생각이 났다. 2010년 1학기에 만났던 이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편지 형식으로 내라고 했고, 나는 그 답신을 서적 (좬고민하는 청춘 니들이 희망이다좭)에 담았다. 편지는 여러 사람이 썼지만 내용은 한 문장으로 요약해도 무리가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일이 넘쳐나는 김남훈 씨. 이런 고민의 낱말들 앞에 뭐라고 답할까. 기실 그는 지난 해 20대를 위한 카운슬링 서적 (좬청춘 매뉴얼 제작소좭)을 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직업, 즉 의사 또는 아나운서로 답해요. ‘훌륭한’ 의사, ‘멋진’ 아나운서 같이 형용사나 부사는 빼놓고요. 그런데 요즘은 직업도 아니고 ‘정규직’을 삶의 목표로 삼는 경우도 많더군요. 직업이 꿈이고 직종이 꿈이 된 세상인 셈이지요.”

  “20대에 제가 만든 말을 소개하고 싶어요. ‘사냥감 증후군’이라고. 어떤 사냥감을 물어왔어요. 그리고 먹어요. 한 번 그런 경험을 하면 그 다음 사냥감 잡는 것은 굉장히 쉬워요. 일본어가 그 첫 번째 사냥감이었어요.”

  이른바 ‘스펙’ 쌓기 열풍을 보면 남에게 보이기가 목적일 뿐인 우리네 청춘 스스로가 사냥감이 되는 형국이다. 자기 꿈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 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패배하지 않는 삶이라 믿고 있는 모양새다. 많은 이들은 이 점을 문제 삼아 ‘허영을 좇는 20대’라고 비판한다.

 

‘패기 없는 20대’?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나

“우리나라 20대가 보낸 10년 그대로를 지금 일본의 30대가 살아왔거든요. 이들은 돈을 안 씁니다. 연애를 안 합니다. 전후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같은 영웅들과 그 영웅들로부터 철저한 교련을 받았던 사람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회사를 키워놓았고, 그 기업을 넘겨받을 지금의 일본 30대는 (나약하다기 보다는) 전혀 다른 인종이 돼 버린 상황이지요.”

  김남훈 씨는 그러면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거론한다. ‘환경에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환경에 민감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사방을 둘러싼 환경을 불굴의 의지로 뚫고 나가는 자가 아닌,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결국에는 생존한다는 말이다.

  “지금의 20대를 두고 패기 없고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사회가 그런 사람만 나오도록 세팅해버렸지요. 그러니까 지금의 20대는 똑똑하고 적응을 잘 한다고 봐야 합니다.”

  반어법인지 진심인지 알쏭달쏭하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반반인 것 같다.

  “‘패기 있고 당당한 젊은이가 없다’고 30~40대는 남 말하듯 하지요. 이런 사회구조 형성에 별 책임이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패기 있는 남자 후배가 들어오면 일단 옥상으로 부르잖아요. ‘이 새끼, 너 까불어?’라며 기를 죽이지요. 이래놓고는 또 다른 자리에서 군사문화의 잔재에 대해 분노합니다.”

  원대로 지금의 20대가 똑똑하고 자기 의견이 강하면, 앞서간 세대가 이를 수용할 태세일지. 이런 와중에 터진 20대의 반값 등록금 요구 봉기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남 탓 한다? 이것은 정답이 아니에요. 문제에 대한 회피일 뿐이지요. 개개인의 실력 증진에 노력을 기울어야겠지만 자기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봐요. 교양이란 다른 게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보다 가치 있게 수용하는 삶의 태도를 말해요. 그 일환이 바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고요. 명동 철거촌 저항, 한진중공업 투쟁에 20대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방편이라고 봐요. 왜냐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의 유효 시기는 20대 정도까지거든요.”

헌법 보다 상위법, ‘보수언론’에 ‘욕’먹는 한국의 소셜테이너

반값 등록금 공약의 사실상 제안자인 이명박 대통령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내가 한 때 아무개를 해봤는데’로 시작하는 무수한 경험칙의 나열 앞에 위축되지 않을 김남훈 씨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장관들과 회의하는 걸 봤는데. 대통령이 모든 아이디어를 내놓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어때?’라면서. 리더십이라든가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가장 나쁜 회의 방식은 최고책임자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러면 논의는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이행할까에 맞춰지지요.”

  전제가 잘못된 정책을 차단할 길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국정은 산으로 갈 수 있다. 4대강이 그렇고, 부자감세가 그렇다. 몇 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있긴 있다. 바로 형 이상득 의원”이라고 밝혔다. 완전한 제왕주의다. 이러면 소통은 실종된다.

  “얼마 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에는 ‘나약한 젊은 사병들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사고를 저질렀다’고 전제하고는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언급했어요. 모순 아닙니까? 자기가 원인 진단을 해 놓고 또 원인을 살피래요. 논란이 되니까 나중에 청와대에서 ‘진의가 잘못됐다’며 마사지(?)를 하던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청와대 홍보 담당자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 보다는 권력자의 안위가 우선된다. 사회는 모순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고. 이런 와중에 ‘소셜테이너’라는 일군一群이 나타난다. 대선 때만 되면 줄줄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폴리테이너’와는 다르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단어. 김남훈 씨가 이들의 시조격은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어요.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요. 어떻게 본인이 본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문제 삼을 수 있을까요.”

  김제동, 김여진, 박혜경 씨 등이 현 정부에 비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인용하기조차 힘든 막말에 시달리고, 방송 출연 정지 등의 우회적 보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여론을 장악하고 끊임없이 이들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주입하려는 이른바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공격 도구다.

  “조중동을 보면 종종 할리우드 배우들의 소셜테이너 활동들이 미담으로 많이 나와요. ‘할리우드 배우 누구는 공화당 행사에 참가해서 얼마를 모았네’, ‘누구는 민주당에서 얼마를 모았네’, ‘조지 클루니가 사비로 인공위성을 띄워서 아프리카 난민 학살을 방지하는 데 일조를 하네’ 이렇게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연예인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정도의 말을 한 건데 욕먹고 있어요.”

 

선거법 독소조항, 뺄 것은 빼고 가야지요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네티즌이 추진하는 선거법 독소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유자넷) 준비모임(준)’에 김남훈 씨는 광고 모델로 ‘재능기부’했다(위 광고). 현행 선거법이 부정선거를 막는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유권자들의 입만 묶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각종 독소조항이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제한하면서 전혀 공정하지 않은 선거, 정책 경쟁이 조장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를 위해 유자넷은 ‘유권자 3대 권리를 위한 국민 선언운동’을 비롯하여, 내년 총선 6개월 전인 10월, 선거법 규제가 시작되는 시점에 ‘유권자총회’를 개최하여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유권자 수호천사로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김남훈 씨는 지난 6월 1일 유권자 선거 자유 캠페인 선포식에서 ‘선거법 사슬 끊기 퍼포먼스’를 펼쳐 선거법 개정에 대한 유권자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는 데, 도대체 유권자는 선거 때 투표 말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습니까. 단 13일(총선), 22일(대선)의 짧은 선거 기간을 제외하고, 유권자는 ‘그 입 다물라’는 것이죠. 인터넷, 트위터 규제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위기를 가져오고 있어요. 표현의 자유, 이것은 소셜테이너에게 공기와도 같은 것이지요. 부디 유쾌하게 해주세요.”

  엄숙하다 못해 삼엄한 철거현장에서 프로레슬링 경기를 열어 좌중을 즐겁게 해 준 김남훈 씨, ‘웃음의 혁명성’을 설파한 것이다. 그의 헤드락으로 부당하고 부정한 절망의 시대상이 즐겁게 압도되는 그림, 생각만 해도 발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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