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7월 2011-07-01   3506

김용민이 만난 사람-“평화의 섬 제주에 더이상 평화가 없다”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회장

글 김용민 시사평론가
사진 김은진 작가

2011년 초여름, 이곳은 잿빛이다. 바닷물만 푸르고 맑았을 뿐 마을과 마을주민의 표정은 그늘에 가려진 듯 어둡다.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예기치 못한 분란의 쓰나미가 덮친 터이다. 6월 10일 강정마을 회관에 도달했을 때에는 때마침 잔뜩 구름이 낀 채 부슬비가 내렸다. 우중雨中인 터라 공사는 쉬었고,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도 한 시름 놓은 채 인터뷰에 응했다.

해가 뜨면 강정마을엔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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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은 수년 전부터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왜냐, 비오면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오늘이야 그렇다 치고, 평소에는 일상이 어떤가 물었다.

“공사 현장에 주민 외에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가 함께 지킵니다. 그런데 그 인원으로 막을 수 없을 때에는 사이렌을 울려요. 그러면 주민 모두, 자기 일을 내팽겨 치고 현장으로 달려오지요.”

비가 안 내리고 건설 기자재의 시동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마을 곳곳은 이내 준 전쟁터가 된다는 이야기다.

무려 4년 2개월 동안 그런 일상이 반복됐다면 믿겠는가. 이는 보통 저항이 아니다. 주민 다수는 감귤 같은 시설 재배 작물을 기르고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해본 사람은 안다. 비닐하우스에서 과실 키우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공기 순환, 온도 조절 관리, 정말 낮밤이 따로 없다. 그런데 지난 쉰 달 동안 주민 다수는 시위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항의수단을 다 동원해 반대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밀감나무가 마르거나 타 죽는 일이 다반사여도 개의치 않았다.

생각이 바뀐 사람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눈을 부릅뜬다.

“많이 지친 것도 사실입니다. 적당히 타협하자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요. 하지만 아직 극소수입니다. 여전히 75~80%는 ‘반대 대오’에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결연한 격문을 보면 과장은 아닌 듯 하다.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쪽에서 마을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흉계는 없었을까 몇몇 주민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약속하며 포섭해 해군기지 건설을 지지하게 한 일도 있었다. 이는 ‘아무리 못해도 전부해서 1억 이상 돌아 간다’는 꼬임에 넘어간 경우라고 한다. 상상 이상의 보상을 한다면 응하겠냐고 물었다. 즉자적 반응이었다. “자꾸 사회가 재화만능, 물질만능으로 흐르는데 물질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 투쟁은 이렇게 이미 철학 정립까지 완결된 상태다.

강동균 회장의 직업은 본래 보태고 덜어낼 것 없는 완전 농사꾼이다. 그러다 팔자에도 없는 삭발, 단식 등 고행의 나날을 지낸다. 지금도 마찬가지. 누구로부터 잘한다며 반대급부를 얻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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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을 외면한 거짓 발전과 개발, 제주해군기지

궁금해졌다. 왜 해군기지를 세워야 하나. 마을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야 할 뭔가 절체절명의 명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해를 돕기 위해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4대강 사업과 견주어 세 가지로 짚어본다.

우선 첫 번째, 지역 발전 주장이다. “해군기지를 세우면 우리 지역에 돈이 쏟아진답니다. 하지만 근거가 없어요. 그냥 믿으래요.” 4대강 사업도 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묘책인 것처럼 주장했다. 해군기지마냥 억지 논리는 아니었다. 지역 건설업체가 엄청난 국고 지원을 받는데다, 지역 인재들이 대거 고용돼 산업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예산은 서울에 기반 하거나 대통령과 친분 있는 건설사에 집중되고 있다. 논리적인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또 이런 지적도 일리가 있다.

“외국 군함이 접안하는 캠프가 된다면 강정마을은 거대한 기지촌이 될 것입니다. 유흥과 향락이 넘쳐나는 공간으로 말이지요. 그런 식으로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할까요?”

두 번째 관광 개발이다. “해군기지를 지으면 멋진 미항美港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운 해변을 갈아엎고 만든 군사기지가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절세의 미인을 성형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논리다. 게다가 제주도지사는 한 술 더 떠 이곳에 날마다 크루즈 선박이 접안하도록 하겠다는 경제성은 물론, 실현성도 모호한 헛공약을 쏟아냈다고 한다. 유기농토 위에 아스팔트를 덮어 자전거 도로로 만들고는 이를 친환경 사업이라고 우기는 4대강 사업의 논리와 자연스럽게 반추된다. 믿는 사람만 바보인 논리다.

세 번째 불분명한 용도다. 이는 ‘왜 정부는 해군기지를 제주에 세우려 할까’의 답이기도 하다. 도대체 쓰임새가 명확하지 않다. “그나마 가장 설득력 있는 게 (앞서 언급한) ‘미항 짓기’ 정도입니다. 강정마을 주민은 필리핀, 오키나와에 이어 제주도까지 해군기지를 지으면 중국을 해상으로 에워싸는 것이 되기에 이는 미국의 필요와 맞아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그럴 리가’라며 공식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숨은 의도로는 ‘해군의 밥그릇 챙기기’입니다. 평택, 창원(진해), 부산 외에 해군기지가 또 생기면 그만큼 ‘자리’가 많아지는 셈이기에 장성들의 이익과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 역시 해군은 부인한다. 없어도 될 기지를 또 짓는다는 주장, 억지라면 마땅한 반박이 있어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설득력 있는 옹호논리를 만나기 힘들다.

네 번째 반대세력 겁박하기 방식이다. 우선 재판으로 옥죄고 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받아 놨어요.” 벌금도 유효한 수단이다. “저희 주민 40여 명이 사법 처리가 됐어요. 벌금은 적게는 5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500만 원까지 부과됐지요. 마을 사람들끼리 모은 돈으로 어떻게든 메우고 있는데 따져보니까 4억 5천만 원 정도 썼거든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투쟁했던 환경단체 구성원 상당수도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다. 이건 강정마을, 4대강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겁박의 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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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안보논리가 찢어버린 마을

 
“사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에 시행하기로 결정한 사업이지요.”

강정마을이 최초로 거론된 입지는 아니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화순마을이 그랬다. 그러나 화순리 주민이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또 다른 지점인 남원읍 위미리로 새로 정하려했다. 그마저도 난항에 부딪혔다. 이런 와중에 강정으로 변경됐다.

“이 무렵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어요. 기항지로 세우려 했던 애초 목표 계획은 모항(母港)으로 확대되고, 지역주민의 반대정서는 따위는 아예 무시하는 식으로 밀고 가고 있어요. 정권의 차이가 확연하지요.”

모든 논리를 누르는 게 안보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안보가 보다 확고해지지 않을까. ‘그 반대’라고 말한다. “적이 군사시설이 전혀 없는 데다 포를 들이댈까요? 이곳에 기지를 짓겠다고 함은 군사적 표적을 자초함 아니겠습니까? 물론 안보상의 희생을 거역한다며 지역 이기주의라고 욕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정부가 지정한 평화의 섬이에요. 지금도 전 세계 7대 경관이 되겠다고 난리잖아요. 그런데 여기다 자연을 엎어 전쟁참호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평화의 섬, 제주는 이렇게 평화가 깨지고 있다. 당장 강정마을은 갈기갈기 찢겼다. 
 

“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강정초등학교, 이 학교에는 부모의 견해를 따라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또 반대하는 자녀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끼리 편 갈라 만날 싸운 데요. 어른도 다르지 않아요. 이 강정마을에는 동창회, 친목회 이런 200여 개 친목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깨졌어요. 가족 공동체도 마찬가지에요. 찬성하는 자식이 반대하는 아버지를 내쫓은 일도 있었다고 해요. 조카는 찬성하고 백부가 반대하자, 조카가 백부 보고 ‘당신하고 나하고 피 한 방울 안 섞였으니 낫으로 쳐 버린다’는 극언도 했다고 합디다. 제사나 벌초, 명절을 따로 지내기도 해요. 여기는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에요.”

이 갈등은 이번 세대에서는 절대 풀릴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해군기지 건설 논의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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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평화 지킬 때 세계 평화 온다

강정마을은 어떻게 돼야 하나.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포기하고, 이곳은 절대보존지역을 지켜야지요.”

아주 간명하다. 절대보전지역 문제로 논의를 좁혀보자. 정부는 지난 2009년 필요에 따라 제주의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법을 만들었다. 제주도의회는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날치기로 추인하다시피 했다. 지난 1990년 초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당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발생을 우려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선별하여 지정하는’ 제도로 신설된 절대보전지역. 이것이 풀리면 제주지역에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은 없을 것이다.

결국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의심하게 된다. 얼마 전 해군기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측이 아직 풀리지 않은 절대보전지역까지 침범했다고 한다. 그때 공사 인부가 이를 항의하는 주민에게 린치를 가했다고 한다. 경찰은 뒤에서 관망만 했던 터였고. 4대강과 판박이가 아닌 게 없다.

강동균 회장을 6월 10일에 만났다고 했다. 당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3만 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등록금 투쟁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내 후배, 내 후손을 위해 힘 써주길 바랍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나도 그러하겠습니다.”

강동균 회장, 그의 맞상대는 현재 미합중국 정부, 삼성, 제주도지사, 해군, 대한민국 정부로, 이 시대 최강자들이다. 그의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말, 참으로 서글프게 다가온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제주도, 대한민국, 세계의 평화를 지킨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에 걸맞은 저, 저 자리 해군 기지가 들어오려는 자리에 거대한 평화 기념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저희들 한 사람 한 사람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저희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올 여름은 강정마을로 갑시다

강정은 물이 맑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이렇게 3관왕에 등극한 제주. 이 안에서 가장 빛나는 관광지가 바로 강정마을입니다. 이곳에는 올레 코스 가운데 최상의 구간으로 꼽히는 7번 길이 있습니다.

제주 중의 제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군기지가 아무리 미항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자연과 어우러진 풍광을 이길 수 없겠지요. 우리 함께, 강정마을의 벗이 됩시다. 그러려면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방문하세요. ‘특전’이 있습니다.

강정마을에 관광객이 북적여야 음험한 이들이 해군기지 세울 생각을 안 할 것입니다. 또 돈을 팍팍 써야 투쟁을 벌이는 주민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질 것입니다. 강정마을을 누리면서 또 지키는 당신의 개념, 기대하겠습니다.

문의 강정마을카페 http://cafe.daum.net/peace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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