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1월 2004-01-01   787

[세상읽기] 새로운 희망이 물결치는 2004년이 되기를

한 해를 정리하면서 흔히 쓰는 말이 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언제나 그러하겠지만 2003년 역시 ‘다사다난’했다.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이 선보이게 됐고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노력이 돋보였지만 개혁적인 정책의 추진은 여의치 못하였다.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었고 지난 11월부터 여야의 대선자금 공방이 일었다. 수백억의 돈이 ‘차떼기’로 재벌기업으로부터 한나라당에 전해진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하였고, 대통령 측근 역시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경제의 침체와 부진, 신빈곤층의 등장, 새만금문제와 부안 핵폐기장 사태 등이 우리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 한해였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적인 현상과 사건들은 곧바로 시민사회에게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며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민단체들은 그 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받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해에 일어나는 ‘다사다난’한 사건들은 시민단체들에게는 힘겨운 과제를 제공받는 일에 다름 아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나름대로 시민단체들은 열심히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힘든 노고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고 나름대로 약진을 거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둡고 절망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시민단체가 희망의 대안을 만들고 인상적인 대안세력으로 이미지화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부패를 혁신하고 정치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하였고 새정부의 개혁정책을 견인해내는데 실패하였다.

환경단체들로서는 새만금문제에 관한 공사금지 가처분 판결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지만 아직 본안판결에서 승소할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이 앞장선 삼보일배라는 자기 희생과 자기 고난의 운동방식은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여성운동이 호주제 폐지를 입법화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함으로써 2003년은 여성들에게 여전히 미련을 남긴 한 해가 되었다.

이라크파병반대를 위시한 평화운동도 많은 회한을 남긴 한해였다.

참여연대로서도 시민사회의 견인차가 될만큼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화운동으로 북한핵 위기를 완화하는데 기여하기도 했고,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을 견인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기도 했다.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개혁시민연대를 이끌거나 정치개혁범국민협의회 창설을 주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대변하고 온전히 해결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는 언제나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과거에 만족하는 사람은 미래를 창조하기 어렵다.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을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04년은 총선이 있는 해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가장 개혁되지 않고 남아있는 최후의 성역에 다름 아니다. 2000년의 낙선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후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2004년 총선을 통해 진정 신뢰받는 정치인들이 여의도 국회를 가득 메우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총선만이 아니다. 올해 이루지 못한 과제들을 내년에는 해결하고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시민단체 간사들의 열정과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2004년은 보다 더 큰 희망이 물결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정으로 빈다.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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