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1월 2004-01-01   849

[특집] <2004년 한국사회, 참여만이 희망이다!> “탄환 대신 투표로”

참여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필요조건과 시민사회의 몫

시민이 주체가 되는 것이 참여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소이다. 미래완성적인 참여민주주의를 이끌어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편집자 주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민주정치의 뜻을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하게 표현한 사람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다. 링컨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정의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국민에 의한 정치’라는 점이다. 흔히 독재자들이 강압정치 철권통치를 미화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을 위한 정치이다. 그러나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도 국민에 의해서 결정될 때 비로소 민주정치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올바른 공동체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민주주의 성립의 이념적 기초는 모든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일이다. 참된 민주 사회는 다른 사람을 도구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와 똑같은 인격을 지니고 있는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사회이다. 성별이나 빈부, 강약, 지위, 종교, 신분 또는 직업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이다.

민주주의 목표는 인간존중사회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다. 인권을 유린하는 고문 행위가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지탄받고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그 인권에 대한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반면에 인간에 대한 불신과 모멸로부터는 전체주의가 자라날 수밖에 없다.

나의 인격이 소중하다면 남의 인격도 마찬가지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서로 존경하고 서로 신뢰하여 자치와 연대와 협동이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이 된다면 그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피는 사회임에 틀림 없다. 즉 참된 민주 정치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가 없는 사회의 실현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존중의 사회를 만들자는 민주주의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또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자유와 평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민주 정치는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 존중의 사회를 만드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정치이다. 이 말이 국민이 정부를 스스로 운영해 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국정을 맡아 처리해나갈 사람을 뽑을 수는 있다. 국민이 스스로 입법할 수는 없겠지만 입법자를 뽑을 수는 있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권력을 행사할 지도자를 선출하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는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국민이 정해준 방식대로 해야 하는 정치체제이다. 중요한 것은 전 국민의 의사가 가능한 한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지도자가 국민의 의사를 저버리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 그것이 바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가 되는 것이다.

정치과정의 실질적 민주화가 이뤄져야

민주 정치의 성립 여부는 자치와 참여에 있다. 자신과 관계된 모든 결정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가 민주정치이다.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민주정치 확립의 지름길이다. 정치제도가 국민의 뜻에 따라서 형성되고 국민의 뜻에 의해서 정부가 유지되며,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정책이 시행되는가에 따라 민주화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권력이 분산되고 일반 국민의 자치와 광범한 직접 참여가 보장된 참여민주주의, 명령과 통제 대신 협력과 도움에 익숙하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참여민주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론으로만 논의되고 법 조항으로만 보장되던 형식적 시민권과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던 반대자나 정치적 소수자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회를 활성화시키고, 시민입법권 보장,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 등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탄환 대신 투표로(Not Bullet, But Ballot)” 국민 정치참여의 중앙통로인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는 수단이다.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참여의 원리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참여의 기회나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허한 말잔치에 그친다. 선거에서의 투표는 물론 정권교체가 가능한 공정한 선거제도의 정립이 중요하다.

정당체제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들을 통한 길도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정치참여의 길은 정당을 통한 정치활동이다. 이념적 성향이나 지지기반이 서로 다른 정당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정책경쟁을 통해서 정권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 균등이 보장되는 복수정당제도가 필요하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와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지방은 서울(또는 중앙)의 변두리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삶의 현장이다. 국민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민주주의 발달에 크게 이바지한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의 상당부분을 지방정부로 돌려주어 지방분권을 강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실시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참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인간의 자격으로 누리는 ‘시민적 권리’, 국가구성원으로서 누리는 ‘정치적 권리’, 생활을 하는 경제적 인간으로서 누리는 ‘경제적 권리’ 등의 보장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 언론은 대중 조작과 대중의 탈정치화의 주역이 아니라 공정한 여론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 평등도 필요 조건

또 하나 중요한 외적 조건은 경제적 평등의 달성이다. 참여민주정치에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평화적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사경제력(私經濟力) 없이는 불가능하다. 빈부격차가 심한 곳에서는 사경제력을 독점한 사회적 지배층이 정치 권력을 장악하게 되고 사경제력이 약한 국민은 정부를 견제할 힘을 갖지 못한다. 또 빈부격차는 계층간의 이해 대립을 첨예화시켜 민주주의의 성립요건인 동의의 기반을 침식한다. 사회와 경제의 토대가 미처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은 자칫 ‘발육부진의 민주주의(creeping democracy)’가 되기 쉽다.

참여민주주의는 현실완성적이기보다 미래완성적이다.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켜 나가야 할 미완의 형태인 것이다. 민주주의 완성의 주체는 민주시민이다. 민주시민이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따라서 시민으로 하여금 참여를 통하여 자신들이 정치의 주체임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시민사회가 이끌어갈 때 그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는 사회가 정치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실현할 수 있다.

손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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