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5월 2014-05-02   1665

[경제] 아이들이 돌아온다면…

아이들이 돌아온다면…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지금 우리는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리지 않고 단 한명만이라도 다시 웃을 수 있다면 그 아이에게 못 해 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세상이 아닐까? 우리 모두 한 마음이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너희를 죽였다”는 그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회는 무엇인지,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아니, 살아만 돌아온다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

 

아이들의 눈높이? 어른들의 눈높이?

 

적어도 우리는 아이들이 하루에 6시간도 못 자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나타났다. 4년 전보다도 1시간 줄어들었다. 어쩌면 4년 후엔 아이들을 4시간만 재우려 할지도 모른다. 이건 분명히 남아 있는 아이들, 아니 돌아온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할까?

 

아무 의미도 없는 1점을 더 따려고 교과서의 글자들을 외워야 할까?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럴듯한 대학을 못 나오면 아예 출발선에도 못 서는 우리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느냐고?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데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학벌을 없애면 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재능을 타고 태어난다. 그런 개성에 모두 똑같은 점수를 주면 안 될까? 어떤 일을 하든 물질적 보수와 사회적 인정이 별 차이가 없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만 돌아온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렇게 하면 된다.

 

학자들은 2050년이 되면 인류가 멸종할 거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지구 온도가 섭씨 4도쯤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월호는 지구호의 운명을 미리 보여 준 것인지도 모른다. 35년 후에, 현 정부와 정반대의 전지전능한 정부라도 도저히 손 쓸 길이 없는 상태로 아이들을 몰아가고 싶은가? 전기를 조금 덜 쓰기만 하면 이 끔찍하고 무기력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경제-wevb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마추피추의 하늘 궁전, 앙코르 와트, 아니 김병만이 가는 곳마다 우리 아이들을 다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할 수 있다. 과외비만 없애도 다 할 수 있다. 돈 없는 집안 애들은 어떻게 하냐고? 아이들이 돌아만 온다면 그런 애들을 위해 여행비를 각출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 그렇다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우리가 뭔가 해 주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관찰하는 게 우선이다. 모두 게임에 빠지면 어쩔 거냐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획일적으로 1점을 더 따라고 아이들을 내 몰았기에 아주 짧은 시간에 참혹한 경쟁을 잊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들여다  보지는 않을 게다. 연필과 종이를 들고 야외로 나갈 테고 노래방에 갈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한테 화구?具를 마련해 주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공 음악실을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지금 우리는 모두 한마음으로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만 고대하고 있다. 그러기만 한다면 뭐든지 다 해 줄 거라고 기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그렇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정녕 행복한 세상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오직 그럴 때만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런 재앙 뿐 아니라 매년 100명이 넘는 우리 아이들의 자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 사회를 만들면 안 될까? 극적인 위기 때에 우리가 먹는 마음을 평시에 실천하면 된다. 이것이 마냥 되풀이되는 비극의 교훈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