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2월 2016-11-30   993

[경제] 내가 꿈꾸는  경제 공약 

 

내가 꿈꾸는 
경제 공약 

 

 

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출생. 서울대와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조교수로 근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후 홍익대 경제학과에 현재까지 재직중.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음.

 

 

 

최순실 사태가 국정의 최우선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이번 정부의 임기도 사실상 끝나가게 되었다. 그 구체적 모습이 대통령직 사임이건, 탄핵이건,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방식이건 이번 정부는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했다. 

따라서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식물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새 정부를 출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을 도외시할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질질 끌면서 증폭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출범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단히 희망 섞인 당위성’을 전제로 하면,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여망을 담고 경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경제 공약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모두가 최순실 사태에 빠져 있는 지금,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이하에서는 필자가 꿈꾸는 경제 공약을 나눠 보기로 한다.

 

양극화 해소의 핵심, 토지 과세 
공약의 최우선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약칭되는 양극화 해소이다. 이것은 원칙론 차원에서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특히 이번 최순실 사태를 통해 권력과 돈을 장악한 최상층부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양극화 해소의 핵심은 무엇인가? 필자는 ‘땅’에 대한 과세 강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최순실 사태나 우병우 사건에서 잘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금수저가 보유한 경제력의 핵심은 오직 ‘땅’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연유되는 경제적 이익을 국가가 공평하게 관리하지 않는 한 양극화 해소는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음)이거나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 세월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음)일 뿐이다.

땅에서 연유하는 이익을 나누는 방법은 무엇일까? 땅을 몰수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쉽게 채택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물론 토지 공개념이 존재하고, 토지 소유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거의 아무런 규제 없이 토지 소유를 방치해 왔던 우리나라가 하루 아침에 정책을 바꾸어 토지를 전면 몰수하는 것은 우리의 헌정 질서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가가 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 방식은 토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새 정부 경제 공약의 제 1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 대폭 깎아 주겠다. 법인세? 완전 면제해 주겠다. 그 대신 땅 가지고 있는 사람과 기업들은 충분히 세금 내라. 그 돈 가지고 세수 공백 메우고, 나라 살림 살겠다.” 같은 공약 말이다. 처음 들으면 살짝 ‘빨갱이 공약’ 같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사실 차근차근 따지고 들어가면 자유시장경제적 속성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공약이다. 

 

참여사회 2016년 12월호 (통권 241호)

 

토지 과세의 긍정적 효과들 
우선 땅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소득과 이윤에 대한 과세를 줄이는 것은 생산 활동에 대한 유인은 보존하면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동 장려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법인세를 완전 면제해 주는 것은 토지를 보유하지 않는 신생 기업들의 설립과 성장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둘째로 조세 회피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부동산은 등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소유관계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은 그 속성상 재산도피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땅을 가진 사람은 명의신탁 등 차명거래를 통해 소유 관계를 잠시 위장할 수는 있어도 과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회피하기는 어렵다.

셋째로 세대 간 부의 이전과 같은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소득세를 걷어서 노령층의 복지 지출을 충당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소득세는 기본적으로 생산 계층에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재정 구조는 일하는 사람에게 돈 걷어 노령층을 지원하는 것이고 따라서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 반면에 땅에 대한 과세는 ‘부자’에게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생애주기상 젊은 층은 재산이 별로 없고 노령층이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면 땅에 대한 과세는 부유한 노령층에 과세하여 가난한 노령층에 복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세대 간 부의 이전 효과는 최소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땅에 대한 과세는 결국 토지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고 전반적인 주거비용을 하락시킬 것이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흙수저들에게 아마도 이보다 더 기운을 북돋우는 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죽어라고 일해도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절망과 포기뿐이다. 이래서는 사람이 살 수 없고, 경제도 성장할 수 없고, 국가도 존속할 수 없다. 땅값 하락은 청년층에게 희망의 첫 씨앗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선 공약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헬조선에서 정착하고 행복하게 살아 보려고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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