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세개념 알기 제1단계, 누진제도

 

조세개념 알기 제1단계, 누진제도

 

 

글.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깜짝 퀴즈 하나. 동학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 전쟁이 발생한 이유는? 박정희 정권이 몰락한 이유는? 그리고 최근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이유는?

황당한 질문처럼 들린다.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역사적 사건을 나열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장이’들은 “이게 다 세금 때문이다.”라고 대답할 만하다. 동학이 고부군수 조병갑이 실시한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무거운 세금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혁명도 제3신분(도시민, 농민)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고 미국 독립 전쟁역시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로 함축될 수 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 몰락은 세금이랑 무슨 상관일까? 조세를 연구하는 사람은 1977년 부가가치세 신설이 중대한 민심이반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부가가치세 신설 2년 후에 10.26사태가 터지고 박정희 정권이 몰락했으니 아주 연관성이 없지는 않겠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몰락 이유도? 우석진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하고 2년 후에 박정희 정권은 끝났고, 2015년 담뱃세 올리고 2년 후에 박근혜 정권이 끝났다.”

물론 다소 과장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세금은 한 정권의 운명은 물론 역사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주제다. 물론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지대할 것이다. 개인의 경제 활동 방식은 물론 생활 패턴이나 취미 활동까지 세금과 관련이 없는 것은 거의 없다. 이에, 조세개념을 하나씩 설명하는 ‘생활 속 세금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누진세제 의미 바로 알기 – 상속세
이처럼 정치, 역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세금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고 피하는 소재가 세금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너무 복잡하고 방대해서 법전에 나오는 그 많은 숫자를 일반인이 외우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그 중에 익숙한 숫자는 있다. 부가가치세율이 10%라는 것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세 10%라는 의미와 상속세 최고세율 50%라는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 부가가치세 10%는 내가 산 물건 가격의 10%를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의미다. 1,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100원을 부가가치세로 낸다는 말이다. 그러면 내가 100억 원을 상속받을 때에는(모르긴 해도 100억 원 정도면 최고세율 적용구간이라고 짐작가능하다) 50억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할까?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금액은 과표 30억 원이다. 내가 29억 9999만원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다행히(?) 40% 세율 적용구간이다. 그런데 고인 지갑에서 2만원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그까짓 2만원 때문에 30억 1만 원이 되어 40%만 내려던 상속세가 50%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과표 30억 초과 50%의 의미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50%라는 의미다. 즉, 30억 1만 원 중에서 30억을 넘는 1만 원만 50% 납부대상이다. 2만 원을 추가로 더 상속받았다고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추가로 받은 2만 원 중, 30억 원 이하 부분인 1만 원은 40% 세율을 적용받아 4,000원의 세금을 부담하고 30억 원 초과 부분은 50% 세율을 적용받아 5,000원의 세금을 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1만 1,000원의 이득이 추가로 생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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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세제 의미 바로 알기 – 소득세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득세 최고세율이 38%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일부 있다. 특히, 연봉이 수억 원에 이르는 사람이라면 최고세율 38%라는 숫자를 기억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과표 5억 원 초과 최고세율이 40%로 변경되었다.

지난주 어떤 연예인이 토크쇼에서 “나는 소득이 높아 38% 세율이 적용된다. 100만 원을 벌면 38만 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사실 나처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추가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라고 정의로운 말을 하였다.  토크쇼가 끝나고 그 연예인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38%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해서 전체 소득의 38%를 세금으로 내는 건 아니에요. 과표 1억 5000만 원 초과한 부분만 38%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거예요. 연봉이 2억 원 정도 되어도 실제 내는 세금은 연봉의 10% 남짓밖에 안 된답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소득세율 40%는 그런 의미에서 큰 부담은 아니다. 특히, 과표 5억 원 초과분에 한해 적용된다는 것이니 40% 세율 적용받는 사람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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